잃어버린 꿈에 대하여
아침에 보았던 낯선 광경은 생각보다 내게 적잖이 충격이었던 모양이다. 지하철에 급하게 올라탔을 때만 해도 보지 못했던 전시된 그림에 대해서는 아무런 미련도 없었고 제대로 생각조차 나지 않았었다. 하지만 보건소에 도착한 후 시간이 지나면서 문득 아침에 본 그림의 존재가 머릿속에 떠오르기 시작했고 그 이후 전시된 그림이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업무 시간 내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게릴라 형식의 전시 전을 처음 본 것도 아니었고 이렇게 지나친 것도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가끔 사진 전시회가 길거리에서 열리곤 했었는데 출근길에는 보건소에 도착하는 것에 신경 쓰는 탓에 그리고 퇴근길에는 악몽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더불어 업무 시간 동안 쌓인 피로 탓에 제대로 구경하지도 못하고 항상 지나치곤 했었다. 하지만 오늘처럼 잔상이 오래 남는 경우는 없었다. 제대로 된 그림 하나 보지도 못했으면서 무슨 미련이 아직도 남아 있는 것일까. 이유를 생각해 보려고 하면 할수록 점점 더 알 수가 없었고 그저 그림을 제대로 보지 못한 아쉬움만 더 커져만 갔다.
가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나 시계를 보니 6시 5분이다. 평소에는 처리해야 할 업무가 남아 있거나 혹은 대기 진료 자 때문에 6시 반이나 7시에 퇴근을 했지만 오늘은 웬일인지 남아서 까지 해야 할 업무도 대기 진료자도 없었다. 여유 시간도 한 시간은 생겼으니 이참에 아침에 지나쳤던 그림 전시를 구경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았다. 사실 업무 내내 따라다니던 이 이유모를 잡념을 털어내지 않으면 집에서 쉬는 동안 내내 이어질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기에 여유시간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전시는 꼭 보고 갈 생각이었다.
“그럼 저 일어나 보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직장 동료들에게 인사말을 건넨 뒤 챙겨놓은 가방을 어깨에 둘러매고는 보건소 사무실을 나섰다. 평소보다 시간은 여유로웠지만 왠지 발걸음을 더 재촉하고 싶어졌다. 집으로 향하는 길은 언제나 서둘러 걷곤 했지만 오늘의 재촉은 평소와는 다른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