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클로이 Sep 10. 2019

18. 쿠바는 어때요?

스페인, 세비야

  드디어 다시 스페인이다. 잠깐 눈을 붙였더니 비행기는 어느새 페스를 떠나 세비야에 도착해있었다. 잠이 덜깬 상태로 수화물을 찾고 공항 밖으로 나올때까지도 내 마음 속에는 세비야에 대한 설렘보단 모로코에 대한 그리움만이 가득했다. 


  "쿠바는 어때요?"


  문득 페스에서 들었던 질문이 생각났다. 한국인이라는 것 외에는 이름도 나이도 모르는 그녀는 모로코를 떠나 쿠바로 간다고 했다. 그녀는 모로코를 떠나길 아쉬워하는 나에게 쿠바는 어떻냐며 장난스레 물었다. 그녀의 가벼운 질문에 흔쾌히 좋다며 따라 나섰다면 나의 여행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이제와서 다 쓸모없는 가정이지만 그래도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스페인은 친구와 함께 여행하기로 해서요."


  나는 항상 그녀의 질문에 똑같은 대답을 해야만 했다. 세비야부터 말라가, 발렌시아, 그라나다 그리고 바르셀로나까지…. 나의 스페인 여행은 함께하기로 한 친구가 있었고 친구는 세비야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심지어 우리가 세운 여행계획에는 내 취향이 상당히 많이 반영되어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세비야행 항공권을 버리고 쿠바로 향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나에게 스페인 여행을 포기한다는 건 친구와의 약속을 깨버린다는 뜻이었으니까. 만약 친구와의 약속이 없었더라면 쿠바나 이집트는 둘째치고 나는 이미 세비야행 항공권을 버리고 모로코에 눌러앉아 있었을 지도 모른다. 아니면 배낭을 텅텅 비운채로 무작정 순례길로 향했거나.


  "쿠바는 어때요?"


  숙소로 향하는 길에도 그녀의 질문이…, 아니 사실은 내 기억속의 사하라가 머릿속을 멤돌았다. 친구와의 여행은 분명 즐겁겠지만, 모로코에 대한 그리움을 떨쳐내기엔 나에겐 아직 시간이 필요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카우치 서핑 A부터 Z까지_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