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힘주어 버텨온
남자의 굳은 세월
여인의 얼고 녹은 태초의 물길이
바위 속 굽이굽이 스민다
무심한 바위결에
부딪혀 시리도록 아픈 물줄기
물보라 부서져도
쉼 없는 두드림으로
도도히 흐른다
세월의 아픔 간직한
차가운 물길 따스이 감싸고
쏟아지는 폭포의 깊은 물메아리
고요한 속삭임으로 울릴 때
바윗주름 가득한 거울은
어느새 눈앞에 촉촉이 서있다
문득 다가온 사라질 이 순간
이제는 부서진 바윗조각 모래되어
물결 따라 대지와 하나 된다.
- 에필로그 -
웅장한 요세미티폭포를 바라보며 바위 같은 남자와 물 같은 여자의 삼십 년 동행을 회상한다.
폭포 속에 눈부시게 피어났던 5월의 풍성했던 물보라 축제를 8월에 다시 찾아가니 한여름밤 꿈처럼 사라지고 파란 하늘아래 메마른 빈바위의 모습만 말없이 남아있다. 이듬해 봄엔 다시 폭포를 만날 수 있을까? 아쉬움과 그리움이 쌓인다. 바위가 모래 되어 물길 따라 대지와 하나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