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나는 오늘도 출근한다.
회사 풍경이 달라 보이기 시작했다.
아니, 사실 달라진 것은 회사가 아니라
나였다.
그 전까지 나는 회사 안에서
잘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과장이라는 직함도 달았고,
성과도 나쁘지 않았다.
팀에서도 인정받고 있었다.
겉으로 보면
안정적인 삶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월급은 꼬박꼬박 들어왔다.
계좌에 찍히는 숫자는 늘 비슷했다.
남들은 안정적이라고 말했지만
나는 점점 불안해졌다.
왜일까.
언제든지
회사가 나를 밀어낼 수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회사 안의 미래가 보이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갑자기 또렷하게 보였다.
나이든 부장들이
조용히 자리에서 밀려나는 모습.
한때는 회사에서 잘나가던 사람들이
창가 쪽 작은 자리로 옮겨졌다.
회의에서도 목소리가 작아졌고
점점 존재감이 희미해졌다.
후배들은
그들을 존중하는 척 했지만.
그들의 결정권은 이미 사라져 있었다.
어느 순간
그들은 회사의 중심이 아니라
주변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더 흐르면
자연스럽게 퇴장을 했다.
마치
회사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조용히 밀려나듯이.
임원이 된 사람들도 다르지 않았다.
나는 예전에는
상무라는 별을 달면
인생이 끝난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임원이 되는 순간
그들은 정규직이 아니라
계약직이 되었다.
매년 재계약을 해야 했고
실적이 떨어지면
언제든지 나갈 수 있었다.
겉으로는 성공처럼 보였지만
속으로는
더 불안해 보였다.
회사에 더 매달리고
더 긴장하며
더 눈치를 봤다.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처음으로 깨달았다.
회사는
누구의 인생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을.
그때쯤이었을 것이다.
나는
처음으로 내 미래를
회사 밖에서 상상해 보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는
회사가 곧 인생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회사는 내 인생의 일부가 되었다.
퇴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그럴 용기도 없었다.
이미 나는
한 여자의 남편이었고
한 아이의 아버지였다.
부모님도 계셨고
가족을 책임져야 했다.
30대 중후반에
퇴사를 선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다른 선택을 하기로 했다.
퇴사를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를 다니면서
다른 삶을 준비하기로.
그날 이후
나는 방향을 바꿨다.
회사를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회사 밖의 나를 키우기로 했다.
작게라도
도전해 보기로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결정이
내 인생을 바꿨다.
큰 결심이 아니었다.
거창한 계획도 없었다.
그저
“회사 밖에서도 나는 무엇일까?”
그 질문 하나였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비슷한 순간을 지나고 있을 것이다.
회사에서 인정받고 있지만
어딘가 마음이 불안한 순간.
앞으로 10년, 20년이
막연하게 두려운 순간.
퇴사는 무섭지만
지금 그대로도 불안한 순간.
그렇다면
이미 시작된 것이다.
회사 밖의 삶은
용기가 아니라
질문에서 시작된다.
나는 그 질문을
김부장이 떠난 날에 처음으로 했다.
그리고
그 질문이
내 인생을 천천히 바꾸기 시작했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방황 끝에 우연히 글을 쓰게 된
첫 번째 회사 밖의
도전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누군가의 한마디로 시작된 글쓰기.
심심해서 시작했지만
결국 내 삶의 방향을 바꾸게 된 이야기다.
계속 함께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