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출판이라는 차가운 바다에 던져진 마흔의 첫 문장

2018년 10월, 드디어 내 이름이 박힌 첫 책이 세상에 나왔다.

by 월건주

지난 2018년 10개월 동안

새벽 5시면 어김없이

눈을 떠 노트북을 켜고,


퇴근 후 좁은 딸아이 방에서

퀭한 눈으로 자판을 두드리던

시간의 결실이었다.


당시엔 지금처럼 초안을 잡아주거나

문장을 다듬어주는 편리한

AI 같은 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오직 나의 무딘 감각과

둔탁한 손가락,

그리고 끈질긴 엉덩이 싸움뿐이었다.


매일 아침, 흐릿한 정신을 맑게 하려

찬물로 세수를 하고,

노트북 전원을 켤 때마다

'내가 미친 짓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의심과 싸웠다.


그렇게 A4 용지 100장이 넘는 분량을 채우고 나니,

비로소 '초안'이라는 것이 형체를 드러냈다.





막상 초안은 나왔지만,

무명 직장인의 글을

누가 책으로 만들어줄까 싶었다.


무모하게 대형 출판사

연락처를 샅샅이 뒤졌다.


내 원고와 결이 맞을 것 같은

대형 출판사 10군데를 골라

제안서와 원고를 보냈다.


결과는 참담했다.


대부분은 수신 확인조차 되지 않았고,

몇 군데는 '우리 출판사의 방향과 맞지 않는다'는

보기 좋은 거절 메일을 보내왔다.


매일 아침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핸드폰으로 메일함을 확인하며

가슴 졸였던 순간들.


'역시 나 같은 무명 작가에게

기회는 오지 않는 건가' 하는

절망감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차라리 투고를 하지 말걸,

괜한 기대감에 상처만 입은 것은 아닐까 하는

후회가 밀려오던 찰나였다.




마지막 기적처럼

두 군데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원고가 흥미롭다며

책을 내보자고 했다.


고민 끝에 자기계발서를 전문으로 펴내는

중소 M출판사와 계약을 맺었다.


계약 조건은 지극히 평범했다.

인세는 책값의 10%.

당시 내 책값이 15,000원이었으니,

한 권이 팔릴 때마다 내게 떨어지는 돈은

고작 1,500원이었다.


하지만 내 글이 세상에 나올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계약서에 서명을 하던 순간,

내 삶의 새로운 지평이 열리는 것 같은 전율을 느꼈다.




계약 후 진짜 고통은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한 달 넘게 편집자와

메일과 전화를 주고받으며

피 마르는 수정과 교정 작업을 거쳤다.


회사 일은 일대로 바쁜데,

수시로 연락이 와서

문장을 고쳐달라,

문맥을 다듬어달라 요구했다.


돌이켜보면 그 시간이

책을 쓰는 과정 중

가장 고통스러웠던 것 같다.


회사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집에 돌아와 다시 편집자의

수정 요구를 마주할 때면,

피로가 극에 달해 주저앉고 싶었다.


하지만 그 지루하고 괴로운 터널을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나의 첫 책은 완성될 수 있었다.





내 첫 책의 내용은 대단한 성공 신화가 아니었다.


그저 지난 10년간 미친 듯이

회사를 위해 살아온

평범한 직장인의 이야기였다.


회사가 내 인생의 전부라 믿었던 삶,

그러다 김부장의 갑작스러운

퇴출로 큰 충격을 받고 방황했던 시간,


그리고 그 속에서 깨달은

퇴사 준비의 필요성.


'퇴사 준비 3년도 짧은 이유'라는

프롤로그로 시작하는 이 책은,

언젠가 누구에게나 찾아올

퇴사를 회사를 다니면서

부지런히 준비하자는

지극히 현실적인 제안이었다.




책을 출간하고

교보문고 가판대에

내 책이 처음 올랐을 때의

그 설렘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서점에 들어가 내 책이

진열된 것을 보았을 때,

심장이 터질 듯 쿵쾅거렸다.


2018년 당시 교보문고 진열된 책


마치 자식을 세상에 내놓은 것 같은

벅찬 감정과 함께,

사람들이 내 글을 어떻게 평가할지에 대한

두려움이 공존했다.


역시나 현실은 냉정했다.

가판대에서 일주일이 지나자

내 책은 곧장

아래층 서가로 내려갔고,

이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서점에 갈 때마다

서서히 뒤쪽으로 밀려나는

내 책을 보며,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베스트셀러는커녕

스테디셀러조차 되지 못했다.





하지만 실패만은 아니었다.

책 덕분에 몇 군데에서

강의 요청이 들어왔고,

무엇보다 나만의 브랜딩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다.


나는 더 이상 회사에서 'OO 과장'이라는

호칭으로만 불리지 않았다.

회사 밖에서는 '작가'라는

당당한 호칭을 얻게 된 것이다.


그것이 바로 나만의 브랜딩,

회사 밖에서의 첫 번째 명함이었다.




혹시 당신도 회사라는

울타리 안에서

나만의 책 한 권을 꿈꾸고 있는가?


하지만 바쁜 업무와 피로,

그리고 글쓰기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면,

다음 장을 주목해주길 바란다.


이어지는 장에서는

평범한 직장인이 회사를 다니면서,

어떻게 시간을 쪼개 글을 쓰고,

출판사의 문을 두드려

내 이름이 박힌 책을 출간할 수 있었는지,


그 실질적이고도 달콤한 '꿀팁'들을

아낌없이 공개하려 한다.


당신의 새벽을 깨울,

그리고 당신의 인생을 바꿀

그 첫 번째 문장을 위한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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