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잘나가던 김부장이 떠나던 날

그래도 나는 내일도 출근한다.

by 월건주

20년 전, 내가 처음 회사에

입사했던 날이 아직도 생생하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소위 말하는 대기업에 입사했다.


합격 통보를 받았던 날,

가족보다 내가 더 울었던 것 같다.


그만큼 간절했고,

그만큼 회사는 내 인생의 전부였다.


한 달 넘게 진행된 신입사원 교육은
내 인생에서 가장 설레는 시간이었다.
회사 역사와 철학을 배우며

나는 이 조직을 사랑하게 되었다.


“이 회사와 함께라면, 내 인생도 괜찮겠다.”

그렇게 나는 내 모든 것을 회사에 걸었다.


남들보다 먼저 출근했다.
남들보다 늦게 퇴근했다.
야근은 당연한 일이었고,
주말 출근도 특별하지 않았다.


임원이 되는 것이 목표였다.
별 하나만 달면
경제적 자유도, 사회적 인정도
모두 따라올 것이라고 믿었다.


입사 첫해, 나는 최고의 평가를 받았다.
칭찬을 받았고, 인정도 받았다.
회사에서 인정받는다는 것이
그때는 인생의 전부였다.

그 시절, 내 롤모델이 있었다.

바로 김부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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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일도 잘했고, 사람도 좋았다.
후배들에게는 늘 따뜻했고,
윗사람에게는 믿음을 주는 사람이었다.

나는 그를 보며 생각했다.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


그와 함께 야근을 했고,
그와 함께 새벽 출근을 했다.
회사를 위해 밤을 새우는 것이
우리를 단단하게 만든다고 믿었다.


그런데 어느 날이었다.

그는 갑자기 회사를 떠났다.

정확히 말하면, 떠난 것이 아니라
떠나게 되었다.


부하 직원의 실수가 있었다.
작은 실수였지만,
조직에서는 결코 작은 일이 아니었다.

책임은 결국 그에게 돌아왔다.


그는 부서장에서 내려왔고,
회의실에 혼자 남아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예전처럼 밝게 웃지도 않았다.


그가 점점 작아지는 모습이
너무 낯설었다.

회사라는 조직이
이렇게 차가운 곳이었나.

그는 전전긍긍했다.
그리고 결국, 회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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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조직은 돌아갔다.

며칠 후, 그의 자리에는

다른 사람이 앉아 있었다.


그 순간, 처음으로 깨달았다.

회사는 생각보다 냉정했다.


그날 이후,
나는 회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우리는 함께 밤을 새웠고,
우리는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렸고,
우리는 같은 꿈을 꾸고 있었다.


그런데 그는 하루아침에
회사 밖 사람이 되었다.


그날 밤,
나는 처음으로 깊은 회의감에 빠졌다.

“나는 지금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 걸까.”


그리고 처음으로
이 질문이 떠올랐다.

“회사 밖에서 나는 누구지?”

그 질문은
내 인생을 바꾸는 시작이었다.




그전까지 나는
회사 안에서의 나만 존재했다.


직함이 나였고,
평가 점수가 나였고,
승진이 나였다.


하지만 그날 이후
나는 회사 밖의 나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만약 내가 지금 회사를 떠나게 된다면,
나는 어떤 사람일까.

나를 설명할 수 있는 것이
회사 말고 또 있을까.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
두려웠다.


그날 이후
내 인생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겉으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나는 여전히 출근했고,
여전히 야근했고,
여전히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마음속에는
하나의 질문이 자리 잡았다.

“회사 밖에서도 살아갈 수 있을까.”


이 질문이
나를 글쓰기로 이끌었고,

투자로 이끌었고,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회사에 충성했던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시간만으로는 부족했다.

우리는 회사에 다니는 동안
회사 밖의 삶을 준비해야 한다.

퇴사를 위해서가 아니다.
불안을 줄이기 위해서다.


그날 이후,
나는 더 이상 회사를 전부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내 인생의 일부일 뿐이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은 괜찮다.
하지만 언제까지 괜찮을까.

그 질문이 떠오른다면
이미 시작된 것이다.


회사 밖의 삶은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지지 않는다.

조금씩,
아주 소소하게 시작된다.

나처럼.



다음 이야기에서는
40대가 되는 갑자기 보이게 되는 현실
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우연히 시작한 글이
내 인생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이 여정을 함께해주길 바란다.


특히 건물 투자와 관련된 생각이나 경험은
별도의 공간에 차분히 남기고 있다.

필요한 분들이라면
한 번쯤 찾아보셔도 좋을 것 같다.

https://buildingteacher.com/


이라는 작은 기록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조금 더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꾸준히 써 내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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