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행복한 퇴사를 준비 중입니다.
올해 나이 마흔. 나는 10년 차 평범한 직장인이다.
10년 전 나는 여느 직장인들처럼 소위 ‘임원’이라는 별을 따고 싶은 마음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입사 후 한마디로 미친 듯이 일했다. 그래야만 하는 줄 알았고, 그래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다.
나는 누구보다 일찍 출근했고, 누구보다 늦게 퇴근했다.
아침에 눈을 뜨면 회사로 달려갔다. 야근하고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오는 삶이 너무나 당연했다. 연말에 받는 인사고과 점수는 곧 내 인생의 점수가 되어버렸다. 점수가 낮으면 마치 ‘나’라는 사람 자체에 대한 회의와 불신에 시달렸다. 나는 스스로를 자책하며 더욱 회사 생활에 매달렸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불안감은 커져갔다.
이런 직장인의 삶은 언젠가는 ‘끝, 종착점’이 있기에 허무함마저 더해졌다.
100세 시대,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진 지 오래다. 누구나 한 평생 살면서 2번째, 3번째 직업을 갖는 게 당연해지는 시대가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퇴사는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자연스러운 삶의 수순이 되어가고 있다.
나로 하여금 퇴사준비를 하도록 마음을 부채질한 장본인이 둘 있다.
먼저, 만인의 롤모델이었던 능력남 K부장. 어느 시점에 당연히 임원이 될 줄 알았던 그가 한순간에 직장에서 퇴출되어버렸다. 나는 이를 보며 회사를 사랑하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를 깨달았다. 그때부터 나는 ‘퇴사’, 즉 회사 밖의 삶을 꿈꾸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얼마 후, 우연인지 (나의 퇴사를 위한) 필연인지 회사 밖의 삶을 꿈꾸던 능력녀 P가 큰 소리 뻥뻥 치며 퇴사한 지 3년 후, 보기 좋게 쫄딱 망해서 다시 회사원의 삶으로 돌아왔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이 두 사건 이후 나는 회사를 다니면서 ‘퇴사 연습’을 하기로 결심했다.
제 아무리 날고 기는 회사 루키였다 해도 준비 안 된 회사 밖의 새 출발은 재앙이기 때문이다.
회사가 전쟁터라면 회사 밖은 지옥일 수 있다.
나는 회사를 다니면서 수많은 도전을 통해 퇴사 훈련 중이다.
나는 회사 안에서 이 과장으로 나는 불리지만, 회사 밖에서는 사장님, 컨설턴트, 작가, 투자가 등 다양한 호칭으로 불린다. 회사 안에서의 명함은 한 장이지만, 회사 밖의 명함은 여러 장이다. ‘이 과장’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수입에 큰 변화가 없었지만, 회사를 벗어나면 일한 만큼 수입이 생긴다.
수년 전 나는 떡볶이집을 차려 연 매출 5억을 달성한 경험이 있다. 나만의 지식 창업을 통해 강의만으로도 평생 먹고살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다. 쓸모없는 배움은 없다는 믿음으로 공부를 하다 보니 어느새 석사 학위를 두 개나 취득하게 됐다. 꾸준히 해온 부동산 공부를 통해 단기간에 200% 수익을 얻기도 했다. 마케팅 전문가로 신입사원에게 마케팅을 가르치기도 한다. 현재는 책 출간을 통해 작가이자 퇴사 후 1인 기업가 되기에 도전하고 있다.
나는 이러한 퇴사 훈련을 통해서 준비 없는 퇴사가 얼마나 위험한지, 또 회사 밖은 얼마나 치열한지를 몸소 경험하고 있다. ‘퇴사 광풍’이 불면서 젊은 나이에 잘 다니던 회사를 박차고 나오는 사례도 적지 않다.
하지만 막상 퇴사가 현실이 되면 예상치도 못했던 난관에 쉽게 좌절하고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모습을 보면서 퇴사는 입사 준비보다 더 체계적이고 알차게 준비해야 한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 신기하고 재미있는 점은 퇴사 훈련을 시작하면서 오히려 회사에서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유를 고민해보니 아무래도 회사를 과감하게 다니기 시작해서인 듯하다.
‘언젠가 나갈 곳’이라는 마음이 동하자 직장 상사 눈치나 연말 평가를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 업무지시를 받으면 내 생각을 과감하게 말했고 이에 따른 행동을 뒷받침하여 보여줬다. ‘회사 밖 생활’을 경험하다 보니 종업원 마인드가 아니라 사장 마인드로 일하게 되었다. 비효율적이고 반복된 업무보다는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업무를 찾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는 곧 회사 내에서의 성과로 드러났고, 나는 오히려 회사에서 인정받기 시작했다.
회사를 스스로 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 당연하게 받던 회사 월급 역시 전혀 당연한 게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매달 들어오는 월급에 새삼 감사함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회사 동료는 적이나 경쟁자가 아닌 퇴사 후 동반자 혹은 협력자로 인식하면서 인간관계 역시 눈에 띄게 좋아졌다. 내겐 기적 같은 순간의 연속이었다. 가장 중요하고 극적인 변화는 내가 시간의 소중함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는 점이다. 퇴사 훈련을 통해 처음으로 나 자신과 내 삶을 진지하고 깊이 있게 돌이켜 볼 수 있었다.
내가 누구인지, 20년 후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를 꿈꾸기 시작했다. 그건 이 과장에서 이 차장, 이 부장만 생각하던 시절과는 극과 극으로 달라진 변화였다. 이렇게 나는 모든 것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당신의 마지막 출근일을 어떤 모습일까?
마지막으로 회사에 출근하는 날, 후배들은 나를 어떻게 바라볼까?
과거 내가 퇴사하는 선배들을 바라본 것처럼, 퇴출되는 퇴물 취급을 받고 싶지는 않다. 철저한 퇴사준비만 마친다면 나는 내 마지막 출근일이 전혀 두렵지 않다. 아니 오히려 설렘으로 기다려진다.
나는 지난 10년 동안 회사를 다니면서 크고 작은 도전과 실패를 겪으면서 나만의 퇴사 훈련을 통해 공부해야 할 인생 기술을 배우게 되었다.
우리는 퇴사라는 단어를 앞에 놓고 냉정하게 자신을 바라봐야 한다. 퇴사 후 한 달에 얼마를 벌 수 있는가에 대해 솔직하고 진지한 고민과 계산을 두드려 봐야 한다.
이건 친한 친구나 동료도 대신 고민해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너 퇴사 후에 스스로 얼마나 벌 수 있는데?”
이렇게 진지하게 물어보면서 길을 모색해 줄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도 ‘돈’과 ‘숫자’를 언급하는 것을 금기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건 스스로에게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자신을 과대평가하지도 과소평가하지도 말고 아주 객관적인 시각으로 능력을 계산해보라.
질문을 던져보자!
“당장 세상에 홀로 덩그러니 남겨졌을 때 당신은 한 달에 200만 원을 꼬박꼬박 벌 수 있는가?”
“당연히 나는 그 정도는 벌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대답이 나오는가? 더 나아가,
“나는 어떤 경로와 방법을 통해 200만 원 이상 확실히 벌 수 있다!”
는 정도가 되어야 한다.
회사를 꼬박꼬박 출근하는 것이 나의 미래를 위한 준비라고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그건 수백만 직장인 모두가 매일 치르는 전쟁에 불과하다. 우리 자신에게는 회사가 기대하는 삶 말고, 우리 자신이 기대하는 삶을 위한 준비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반드시 회사를 다니면서 제2의 인생을 위해 도전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내가 겪으면서 경험한 것들을 공유하고 나만의 퇴사 준비 노하우를 알려주며 본인 스스로 어떤 인생을 살아갈 것인가 고민하라고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