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매일 6시에서 7시. 1시간 동안 새벽 쓰기를 하고 있다. 이번 주엔 30분 쓰고 30분 책을 읽는다. 고수리 작가의 <선명한 사랑>을 읽고 있는데 책 안에 사랑이 가득 넘쳐서 한 번에 와라락 읽기보다는 몇 꼭지씩 야금야금 씹어 먹듯 읽고 있다.
어제 읽었던 꼭지 [우리가 우연히 만난다면] 중에는 만났던 사람과 헤어져 걸었다. 만난다는 건 뭉클하게 좋은 일이야. 주머니에 작고 달콤한 걸 채워 다녀야 할까 진지하게 생각했다. 우연히 만난 사람에게, 보고 싶었던 사람에게, 헤어지기 아쉬운 사람에게, 스치는 찰나지만 뭐라도 주고 싶은 마음 같은 걸 평소에도 채워두어야지. 라는 문장이 있었다. 그 마음이 눈에 선명하게 보여 마무리 낭독 시간에 그 문장을 낭독하기도 했지.
오늘, 약속이 있어 주차장에 내려와 차에 타려는 순간 외부에서 들어오는 승용차 창문이 열리더니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언젠가 함께 차를 마셨던 내사랑 김여사, 나의 영란씨 또래의 24층 이웃님이시다. 반갑게 인사해 주시며 보고 싶었다는 말씀도 해주신다. 그러면서 옆자리 가방을 뒤져 떡을 하나 꺼내 손에 쥐어주셨다. 밤과 콩이 듬뿍 올려진 찰떡이었다. 손에 쥔 떡은 아직 따뜻했다.
생각해 보니 그분은 언제나 길에서 마주칠 때마다 날 그냥 보낸 적이 없었다. 어느 날은 가방 속 책에서 정말 이쁜 단풍잎을 꺼내 주셨고, 어느 날엔 마찬가지로 가방 안에서 작은 과일 도시락을 꺼내 한 입 크기로 썬 감을 입에 넣어주기도 하셨지. 헤어질 때면 언제나 오늘 하루 행복하라는 인사도 잊지 않으셨다. 오늘도 마찬가지고.
매번 그냥 단순하게 참 소녀 같은 분이라는 생각만 했지 그만큼 사랑이 가득한 분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만난다는 건 뭉클하게 좋은 일이라는 게 어떤 건지 너무 잘 알 것 같다. 그분과 헤어지고 운전하는 동안 어쩐지 조금은 벅찬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 마음 끝엔 나도 가방에, 주머니에 언제라도 뭐라도 꺼낼 수 있게 채워두고 싶은 마음도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