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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나 Oct 24. 2021

내 안의 1000개의 페르소나

주크박스처럼 끝없는 매력

페르소나는 내가 만든 가상인물이나 이미지가 아니라 내 안에 내재된 모습들이다.

분석심리학자 '칼 구스타프 융'에 따르면, 사람은 1000개의 페르소나를 갖고 있어 상황과 환경에 맞게 적절한 페르소나를 사용해 살아간다고 한다. 이는 곧, 우리가 가진 1000개의 무수한 잠재력과 다양성을 페르소나를 통해 세상 밖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 과정이 물 흐르듯 쉽지만은 않다. 어떤 페르소나가 필요한지 알기 위해선 어떤 생각으로 어떤 가치를 중요시 여기는지 스스로를 좀 더 깊게 알아야하기 때문이다. 마치 마트에 필요한 품목 리스트를 갖고가야 만족스러운 쇼핑이 될 수 있듯 말이다.








#라일리를 라일리답게 만드는 것

픽사 애니메이션 인사이드아웃(Inside Out,2015)의 주인공 라일리에겐 5개의 감정 캐릭터들과 다양한 '성격의 섬' Island of Personality들이 존재한다. 라일리가 경험하는 모든 순간들은 단기 기억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깊숙한 곳으로 사라지기도 하지만, 정말 중요했던 경험들은 장기 기억인 '코어 메모리'로 남아 인격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코어 메모리로 인해 성격의 섬들이 새로 생기거나 사라지고, 그 규모가 커지거나 작아지면서 더욱 더 다양화되고 세분화된다. 유년시절의 라일리에게 성격의 섬이 5개 밖에 없었다면 점점 성장하면서 다양한 환경, 공간, 분야에 따라 다채로운 성격의 섬들이 생겨났다. 그리고 이러한 성격의 섬들이 라일리를 라일리답게 만들어준다.


나는 모든 섬들이 다 이쁘다고 생각해
I think its all beautiful!


Person(개인)에서 Personality(성격)과 Persona(페르소나)는 파생된다.

Personality는 'personal(개인적인)+ty(명사화)'의 결합어로 개인이 성장하며 겪는 다양한 환경과 경험의 상호작용으로 만들어진다. 반복적인 생각+감정+행동의 패턴으로 이루어진 다양한 성격특질(personality trait)의 조합으로 매우 개인적이고 복합적이다. <인사이드 아웃>의 성격의 섬들이 시간에 따라 생기고 없어지면서 주인공 라일리가 변화하듯, 성격은 시간이 지나며 변화하고 이에따라 페르소나도 변화한다. 하지만 성격의 변화가 곧 성격의 성장은 아니다. 우리는 시간이 지나면서 연봉과 직급이 오르고 집의 평수가 커지는 상승곡선을 꿈꾸면서도, 정작 좀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에 대한 성격의 성장은 생각하지 않는다. 


단순히 '성격을 성장시킨다'라고 하면 막막하다.

하지만 정해진 환경과 역할에서 나의 어떤 점을 개선하거나 표현하고 싶은지 생각해보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이렇게 페르소나 안에서 성격특질의 구성을 개선하고 이에 따른 노력을 한다면, 조금씩 성장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우리가 페르소나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은 세 가지다.

1) 내가 속한 환경, 공간과 역할에 따라 나를 제대로 구별시키고

2) 각각의 나를 좀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해나가는 것이다.

3)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건강한 자아존중감을 형성하며 '나다운 것'을 찾아가는 것이다.




# 성격이 다른 페르소나

주변을 둘러보면 화를 불같이 쉽게 내는 사람과 화를 잘 내지 않는 사람, 그리고 화 내는 걸 본적이 없는 사람이 있다. 세 사람 모두 '화'라는 감정은 있지만 이를 표출하는 정도와 강도는 달라서다. 이와 같이 모든 사람이 똑같은 감정요소를 갖고 있되 이를 표현하는데 차이가 있듯, 남한테는 있지만 나에게는 없었던 것 같던 다양한 성격의 특질들을 갖고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성격이 다른 페르소나를 갖을 수 있다.


특질 이론을 처음 제기한 미국의 성격심리학자 올포트 Gordon William Allport에 따르면, 사람들은 4000개 이상의 성격 특질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많은 성격 특질을 비슷한 경향으로 묶어 유형화한 것이 바로 MBTI와 애니어그램과 같은 성격유형검사다.) 그 중 일부 특질들이 모여 당신의 고유한 성격을 만들었고 그 외 특질들은 잘 보이진 않지만 어딘가 깊숙히 숨어있는건 분명하다. 그래서 페르소나에 필요한 성격 특질을 골라 수면 위로 올려보려 한다. 새로운 것을 창조하거나 어떤 역할을 연기하라는 것이 아니다. 당신이 진심으로 원했던 성격 특질을 내면에서 꺼내, 페르소나라는 중간 매개체를 활용하여 좀 더 쉽게 세상 밖으로 표현해보자는 것이다. 




# 멀티 페스로나

우리가 살아가면서 하나의 페르소나만 갖을 수는 없기에 상황에 맞게 각기 다른 페르소나를 사용하는 개념인 멀티 페르소나(Multi Persona)는 필수적이다. 하나의 '나'를 기준으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멀티 페르소나는 다중인격과는 다르다. 다중인격은 주로 유년시절 학대나 큰 충격에 의해 생기는 정신질환으로, 고통으로부터 자신을 보호 혹은 회피하기 위한 인격을 만든다. 중요한 점은, 만들어진 인격이 무의식적으로 본인을 조종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 인격의 존재나 행동을 기억하지 못해 점점 정체성을 잃어버린다. 멀티 페르소나의 핵심은 통일된 정체성으로, 오히려 외부로부터 자기 자신을 지키고 내 안의 내재된 다양성을 찾는데 도움을 준다. 또한, 각기 다른 환경과 역할의 페르소나를 이해하고 구별함으로서 의식을 기반으로 한다.


최근에 TV 프로그램 '오은영의 금쪽상담소'에 나이가 어린 한 여자 연예인이 출연했었다.

방송에서 볼때마다 해맑게 웃고 있어서 '참 밝은 사람이네'라고 몇 번 생각했는데, 항상 밝은 모습을 보여야된다는 강박으로 감정과 상관없이 웃는 모습을 보이는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을 겪고 있다고 했다. 이 증후군은 직장인의 18.1%가 겪고있을 정도로 흔한데, 특히 연예인들에게 더욱 심하게 나타난다. 원만한 대인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중압감과 밝은 모습을 보여야한다는 강박관념이 실제 본인의 감정과 부조화를 일으키며 발생한다. 오은영 박사는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을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멀티 페르소나를 제안했다. 다양한 모습의 나를 받아들이고 사회적 역할과 대상에 맞는 사회적 가면으로 내가 처한 상황을 유연하게 대처해야 건강하고 성숙한 삶을 살 수 있다고 했다. (관련 내용은 아래 영상 03:10분부터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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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도 보호색이 필요한 이유




# 다양성을 갖는 법

김난도 교수가 2020년 핵심 키워드로 제시한 '멀티 페르소나'가 '부캐(부가 캐릭터)'와 묶여 화제가 됐었다.

부캐의 성공적인 예시로는 MBC <놀면 뭐하니>의 유재석, 둘째 이모 김다비의 김신영, 마미손과 매드클라운이 있다. 유재석은 방송에서 9개의 부캐를 보여줬는데, 그 중 음악의 흥미와 재능을 사용한 인격으로만 유산슬, 유두래곤, 지미유, 유고스타, 유르페우스가 있다. 다양한 음악 장르를 넘나들며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었던 건 자신의 페르소나를 잘 활용했기 때문이다.


신인 유산슬로 태어났을 때,
나도 몰랐던 끼를 마음껏 뽐낼 수 있었다.
어떤 상황이나 장소에 맞게 자신을 잘 맞추고
그 역할에 최선을 다하면 그만이다.



앞서 우리는 자기 자신을 축구팀 감독이라고 생각해보자고 했다.

감독은 선수의 특성, 포지션과 그때그때 달라지는 상황에 따라 선수를 적절하게 배치하여 팀을 성공으로 이끈다. 이와 같이, 우리도 어떤 상황에 어느 페르소나가 적합한지 기준과 방향을 갖고 감독한다면 멀티 페르소나를 통해 더 뚜렷한 정체성과 다채로운 다양성을 가질 수 있다. 자신감을 갖고 필요한 페르소나 선수를 불러보자. 당신은 4000개 이상의 성격 특질과 1000개의 페르소나를 보유하고 있는 어마어마한 능력자다. 어쩌면 당신의 페르소나는 이미 준비를 마치고 나오라는 신호만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페르소나를 찾기 위해 필요한 건, 변화를 꿈꾸는 당신의 열망과 스스로를 돌아볼 용기 딱 두 가지다.

먼저 페르소나를 찾아 나선 내가 당신을 위해 어느정도 길을 다듬어놓았다. 나의 페르소나 여정과 이를 통해 제작한 와이어프레임이 당신의 삶을 송두리째 바꾼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 글을 다 읽은 당신의 오늘과 내일이 어제와는 분명 다를 것이다.


이제 당신의 결정만 남았다.

나와 함께 페르소나를 찾을 준비가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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