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Zora Oct 01. 2020

꿈이 들려주는 노래

꿈에서 들은 노래를 응용한 음악인들

매일 밤 꾸는 꿈에서의 지배적인 감각 경험은 시각이다. 연구자들에 따라 구체적인 수치에는 차이가 있지만 음악을 듣는 경험이 수반되는 꿈은 대략 5~6% 정도이다. 그리고 이 같은 꿈에서 느끼는 정서는 대체적으로 긍정적이라고 한다. 꿈은 꿈꾼이의 현실을 반영하기 때문에 현실에서 작곡을 하거나 음악과 관련한 활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음악이 수반되는 꿈을 꾸었을 때 이에 관심을 기울여보아도 좋을 것 같다. 네 명의 유명한 음악인들의 꿈일기를 한번 살펴보자. 


레이디스미스 블랙 맘바조 

남아공에서 탄생한 레이디스미스 블랙 맘바조 (Ladysmith Black Mambazo)는 줄루 (Zulu) 부족의 전통 음악인 isicathamiya 화성법으로 남아공의 여러 음악 대회에서 상을 휩쓸고 폴 사이먼 (Paul Simon)의 앨범 <Graceland>에 참여하면서 국제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이러한 성공의 배경에는 레이디스미스 블랙 맘바조를 조직한 리더 조셉 샤발랄라 (Joseph Shabalala)의 꿈이 있었다. 1964년에 그는 6개월에 걸쳐 반복되는 꿈을 꾸었는데, 그의 꿈속 합창단은 그가 여태껏 들어보지 못했던 가장 아름다운 소리로 노래하는 것이었다. 이후 그는 친척들로 구성된 팀원들에게 꿈속에서 들었던 노래를 가르쳐주었고, 이렇게 탄생한 Nomothemba라는 곡으로 그들은 더반과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리는 거의 모든 isicathamiya 대회에서 수상하게 되었다.  레이디스미스 블랙 맘바조는 1970년대에 첫 앨범을 발표하였고, 1985년에는 폴 사이먼의 앨범에 참여하기에 이르렀다. <Graceland> 앨범은 1천6백만 부가 팔리면서 레이디스미스 블랙 맘바조는 국제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이들은 넬슨 만델라가 노벨평화상을 수상할 때에도, 만델라의 대통령 취임식에서도 노래를 하였고, 그래미 5관왕의 주인공이 되었다.


비틀즈 (폴 메카트니) 

1965년 폴 메카트니는 꿈속에서 어떤 곡조를 듣다가 깨어났다. 기존에 그가 작업하던 멜로디와는 다른 분위기의 곡이었으나 마음에 들어 피아노에 앉아 꿈속에서 들은 노래를 연주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해서 20세기 최고의 곡 중 하나인 Yesterday라는 곡이 세상에 탄생하게 되었다. 곡을 쓴 이후에도 메카트니는 자신이 작곡했다고 해도 될지 확신할 수 없었다고 한다. 꿈에서 들었던 멜로디가 혹시 다른 어디에선가 들었는데 자신의 무의식적 기억에 남아 있다가  꿈속에서 연주된  것은 아닐까 의심했다고 한다. 그래서  음악 산업에 종사하던 많은 지인들에게 노래를 들려주면서 혹시 어디서 들어본 멜로디가 아닌지 묻고 다녔다고 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처음 들어보는 곡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에야 자신의 노래라고 확실히 말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병사의 이야기> (Histoire du soldat)를 한창 작곡 중이던 이고르 스트라빈스키(Igor Stravinsky)는 꿈속에 등장한 집시 여인이 자신의 아이를 위해 연주하던 바이올린 멜로디를 아침에 일어난 후에도 기억해낼 수 있었고, 이렇게 꿈속에서 들었던 음악이 2부의 작은 음악회 (Petit Concerto)에 반영되어 세상과 만나게 되었다. 그는 또한  꿈속에서 한 이교도 여인이 희생제에서 추었던 춤을 보고 그의 대표적인 발레음악 <봄의 제전>을 작곡하기도 했다. 


주세페 타르티니 

이탈리아가 낳은 바이올린의 시조라고도 불리는 주세페 타르티니 (Giuseppe Tartini)는 꿈속에서 악마와 거래를 하게 되는데, 악마는 그가 여태껏 들어본 어떠한 선율보다도 아름다운 바이올린 곡을 연주해주었다. 타르티니는 아침에 일어나서 곡의 일부만을 기억해낼 수 있었는데, 이를 옮긴 것이 바이올린 소나타 <악마의 트릴> (Il Trillo del Diavolo)이다. 이 소나타는 그가 작곡한 음악 중 최고로 평가받고 있다.


그 외에도 바그너 (Richard Wagner), 슈만 (Robert Schumann), 빌리 조엘 (Billy Joel), 스팅 (Sting), U2, 스텐리 큐브릭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와 <아이즈 와이드 셧>에 삽입된 음악을 작곡한 죄르지 리게티 (Gyorgy Ligeti) 등도 꿈을 토대로 작업하는 음악인들이다. 


특별히 작곡하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일반인과 비교했을 때 꿈속에서 새로운 곡을 듣는 경우가 훨씬 많을 것이다. 싱어송라이터이자 꿈분석가이기도 한 크레이그 웹 (Craig Sim Webb)은 자신의 꿈에 음악이 등장하는 경우, 그 꿈속 음악이 전혀 새로운 곡인 경우가 80%라고 보고하고 있다. 반면 일반인이 꿈에서 음악을 들을 경우, 이것이 새로운 곡인 경우는 20-30%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연구에 의하면, 음악이 등장하는 꿈을 얼마나 자주 꾸는지는 깨어있는 동안 음악에 할애하는 시간과는 큰 관련이 없는 것으로 조사된 반면, 성장 과정 중 일찍 음악을 접한 이들일수록 음악과 관련한 꿈을 자주 꾸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곡과는 상관이 없는 일반인에게도 음악, 특히 이것이 가사와 함께 등장하는 경우에는 조금 특별한 꿈이 될 수 있다. 꿈을 연구해온 커트 포러 (Kurt Forrer)에 의하면 꿈에서 노래를 듣게 된 경우 해당 곡의 가사를 숙고해보면 다음날의 상황에 대한 단서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드물지만 특별한 청각적인 꿈을 꾼다면 드림캐칭을 해보면 어떨까? 



참고자료: 

Robert J. Hoss, Katja Valli Ph.D., Robert P. Gongloff (2019) Dreams: Understanding Biology, Psychology, and Culture

Webb, C. S. (2017). The Dreams Behind the Music: Learn Cre-ative Dreaming as 100+ Top Artists Reveal their Break-through Inspirations

Uga V1, Lemut MC, Zampi C, Zilli I, Salzarulo P. (2006) Music in Dreams, Consciousness and Cognition, 2006 Jun;15(2):351-7

International Journal of Dream Research Volume 12, No.2 (2019)

International Journal of Dream Research Volume 10, No.2 (2017)

이전 07화 아인슈타인, 멘델레예프, 케쿨레의 꿈일기 엿보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