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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ora Oct 01. 2020

꿈연필은 글 쓰는 마술봉

꿈으로 글을 쓰는 작가들

꿈을 통해 얻은 영감으로 글을 쓰는 작가들은 무척 많다. 꿈의 내용을 활용하여 그것을 문학 작품으로 완성시키는 것은 작가의 의식적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지만, 지킬과 하이드 (Jekyll and Hyde)로 잘 알려진 영국의 소설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Robert Louis Stevenson)의 경험처럼 글쓰기의 절반은 자면서 이루어지고, 나머지 절반은 낮에 이루어진다는 점에 공감하는 작가들이 많을 것이다. 이러한 작가들의 경험담을 한번 살펴보자. 


메리 셸리 (Mary Shelley)

<프랑켄슈타인> (Frankenstein)으로 SF 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메리 셸리는 이 이야기에 대한 영감을 꿈으로부터 얻었다. 1816년의 어느 날 메리는 시인 바이런 경을 비롯한 지인들과 함께 제네바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었다. 당시 유럽은 지금의 인도네시아 지역에 해당되는 네덜란드령 동인도에서 발생한 대규모 화산 폭발의 영향으로 여름이 없는 해를 보냈다. 이로 인해 야외가 아닌 실내에서 지내야 하는 날들이 많았었고, 메리와 지인들 역시 실내에서 유령 이야기로 스토리텔링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한 번은 바이런 경의 제안으로 그곳에 모인 사람들 각자가 유령 이야기를 만들어 서로에게 들려주기로 했다. 메리는 꿈에서 보았던 공포스러운 이미지를 이야기로 엮어 들려주었고, 이것이 2년 후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제목의 소설로 나오게 되었다. 


엘윈 브록스 화이트 (E.B. White)

<샬롯의 거미줄> (Charlotte's Web), <스튜어트 리틀> (Stuart Little)과 같은 이야기로 유명한 동화작가 엘윈 브룩스 화이트도  꿈으로 작업했던 작가다. 스튜어트 리틀은 그가 꿈에서 본 생쥐였는데, 그의 모자나 지팡이, 생기발랄한 태도 모두 꿈에서 본 모습 그대로라고 한다. 그는 무척이나 인상적인 이 생쥐의 모습 때문에 밤새 잠을 설쳤고, 이로 인해 쥐가 아닌 다른 동물로 주인공을 대체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이사벨 아옌데 (Isabel Allende)

이사벨 아옌데는 칠레 출신의 소설가로, 스페인어로 쓰여진 책 중에서는 그녀의 책이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히고 있다. 그녀는 칠레 대통령을 지냈던 살바도르 아옌데의 조카딸로, 1973년 피노체트의 쿠데타로 군부 독재가 시작되자 베네수엘라로 망명을 가게 되었다. 1982년, 이사벨 아옌데는 이곳에서 첫 소설 <영혼의 집> (La casa de los espíritus)을 출간하며 작가로서의 삶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 소설의 결말을 쓸 때 그녀는 열 번도 넘게 이를 고쳤지만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꿈을 꾸었는데, 꿈에서 돌아가신 할아버지와 함께 있었고, 그녀는 검은 옷을 입고 누워있는 할아버지 곁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이 꿈에서 깨어나자 결말을 어떻게 맺을지 알게 되었다고 한다.


마크 트웨인 (Mark Twain)

<톰 소여의 모험> (The Adventures of Tom Sawyer), <허클베리 핀의 모험> (Adventures of Huckleberry Finn)을 비롯한 여러 작품을 남긴 미국의 대표적인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일생 동안 자신의 꿈을 기록했던 사람이다. 그는 자신의 남동생의 끔찍한 죽음을 보여준 꿈이 현실에서 그대로 이루어지는 것을 경험하였고, 이로 인해 꿈의 예지적 기능에 대해 이해해보고자 1882년 영국에서 초심리연구협회 (Society for Psychical Research)가 조직되자마자 회원으로 가입하기도 했다. 특별히 <나의 플라토닉 애인> (My Platonic Sweetheart)은 헬렌이라는 여성과 관련한 반복되는 그의 꿈에서 탄생하였다.


그레엄 그린 (Graham Green)

20세기 가장 위대한 영국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그레엄 그린 역시 꿈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작가다. 그가 20년 넘게 작성해온 꿈일기의 일부는 그의 사후 <나만의 세계- 꿈일기> (A World of My Own - A Dream Diary)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그레엄 그린은 잠들기 전 그날 써놓은 글을 다시 읽고는 무의식 속에서 일이 스스로 해결되도록 내버려 두었다고 한다. 루시드 드림을 꾸곤 했던 그는 잠에서 깨어나면 장애물도 사라져 있다고 회고하였다. 그의 소설 중 특별히 <명예영사> (The Honorary Consul)는 그의 꿈에서 비롯된 이야기다.   


J.R.R. 톨킨 (J.R.R. Tolkien

'반지의 제왕'을 쓰던 시절, J.R.R. 톨킨은 또 다른 소설을 동시에 쓰고 있었다. 이 Notion Club Papers 이야기는 결국 미완성으로  남았으나, 톨킨이 꿈 세계와 맺고 있던 관계를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자료이기도 하다. (Notion Club Papers는 톨킨 사후 그의 아들에 의해 출판되었다. 꿈은 톨킨의 창작 활동에 있어서 중요한 영감의 원천으로 작용했다. 피터 잭슨이 감독한 <반지의 제왕> 영화에는 잘 드러나있지 않지만, 톨킨의 원작 소설에서는 등장인물들의 꿈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Notion Club Papers는 톨킨이 유일하게 미래를 배경으로 쓴 소설이기도 한데, 이야기 속에서는 2012년 옥스퍼드에서 그로부터 20년 전 존재했던 '노션 클럽' 회원들의 회의록이 발견된다. 이 노션 클럽은 C.S 루이스와 톨킨이 실제로 몸담았던 '잉클링스'와 같은 문학 클럽을 모델로 한 것이다. 노션 클럽 회원들은 시간 여행을 한 것 같은 이상한 꿈들에 대해 논의한다. 그중 '애리'라는 인물은 꿈속에서 알 수 없는 언어로 된 단어와 문장들을 접하게 되고, 이후 이는 수몰된 누메노르(Númenor) 땅의 대해 알려주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미완성으로 남아있는 소설 후반에서는, 애리가 이 잃어버린 문명의 후예라는 것을 짐작하게 해 준다. 실제 톨킨은 종종 바다에 의해 삼켜진 땅에 대한 꿈을 꾸었었고, 이러한 반복된 꿈으로 누메노르 섬에 대한 이야기를 쓰게 되었다. 그가 쓴 편지에는 '전설인지, 신화인지, 아주 오래된 역사의 어느 시점에 대한 희미한 기억인지 모를' 이러한 무서운 꿈을 털어버리기 위해 퇴마를 하듯 글이나 그림으로 표현해냈다고 한다. 톨킨의 글과 꿈에 대해 연구한 커티스 호프만 (Curtiss Hoffman) 박사는 톨킨이 이 소설을 통해 꿈과 현실에 대한 그의 개인적인 경험을 언어화하고 이를 잉클링스 회원들에게 이해시키고자 했던 시도로 보았다. Notion Club Papers의 애리는 자신의 꿈이 들려주는 언어가 아두나익 (Adûnaic)이라는 가상의 누메노르어임을 알게 된다. 애리가 꿈을 통해 잃어버린 섬의 이야기와 언어를 찾아가듯, 어쩌면 톨킨도 잃어버린 꿈 언어를 '통역'해보고자 시도한 것이 그의 작품이 아니었을까?


이외에도 스티븐 킹, C.S. 루이스, 베르나르 베르베르, 마야 안젤루, 앤 라이스, <갈매기의 꿈>을 쓴 리처드 바크, <트와일라이트>의 저자 스테파니 메이어  모두 꿈을 활용한 작가들이다. 창의적인 글쓰기를 하고자 하는 작가들에게 꿈연필은 글 쓰는 마술봉이 아닐까? 



참고자료: 

http://tolkiengateway.net/

R Hurd & K Bulkeley (2014) Lucid Dreaming: New Perspectives on Consciousness in Sleep

Michael D. C. Drout ( 2006) J.R.R. Tolkien Encyclopedia: Scholarship and Critical Assess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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