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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ora Sep 30. 2020

당신이 잠든 사이 일해주고 가는 엘프는 누구일까?

수면과 창의적 문제 해결의 관계

그림 형제가 수집한 민담 중에는 '엘프들과 구두장이' (Elves and the Shoemaker)라는 이야기가 있다. 국내에는 '꼬마 요정과 구두장이'로 번역되어 동화책으로 나와있다. 가난한 구두장이 할아버지가 잠든 사이에 발가벗은 엘프들이 나타나서 고급 구두를 만들어주어 부자가 되어가는 내용이다. 칼융은 동화와 민담에 등장하는 난쟁이, 작은 사람, 손가락 길이의 사람들은 남근과 리비도적 에너지와 관계되어 있고, 창조적인 정신의 측면을 인격화한 존재들이라고 전해주고 있다. 

Yallery Brown. John D. Batten 저작 via Wikimedia Commons

룸펠슈틸츠헨, 엘프, 난쟁이, 도깨비, 땅의 요정 (gnome) 등이 이에 속하고 영국의 링컨샤이어 (Lincolnshire) 지역에서 전해지는 민담인 옐러리 브라운 (Yallery Brown)에서 그의 형상을 묘사한 내용을 읽어보면 이를 매우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엘프와 구두장이 이야기에서 엘프들은 왜 하필이면 잠든 사이에 창조하는 걸까? 칼융도 창의적인 난쟁이들은 어두움 속에서 몰래 열심히 창조한다고 하였다. 이는 수면 중 우리의 뇌를 비롯한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들을 자세히 관찰해보면 하나의 힌트를 얻을 수 있는 것 같다.  수면은 렘수면(REM)과 비렘수면 (NREM)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잠든 후 약 90분쯤 되는 시점에 첫 번째 렘수면에 접어든다. 이때 뇌의 신경 활동은 활발해지고 심장박동과 호흡은 불규칙하며 남녀 모두 생식기로 유입되는 혈류가 증가한다. (옐러리 브라운을 비롯한 난쟁이들을 남근의 형태로 묘사하거나 이와 관련시킨 이유를 여기서 엿볼 수 있는 것 같다) 첫 번째 단계의 렘수면은 약 10분간 지속된 후 다시 비렘수면 상태로 접어드는데 이러한 REM-NREM의 주기는 잠자는 동안 몇 차례 반복되고, 그때마다 렘수면 상태의 시간은 길어지는 반면 비렘수면의 시간은 짧아진다. 그런데 이처럼 렘수면과 비렘수면의 주기를 오가면서 뇌는 창의적인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Sleep Hypnogram. RazerM 저작. via Wikimedia Commons


수면과 뇌에 대해 연구하는 카디프 대학 (Cardiff University)의 페니 루이스 (Penny Lewis) 박사에 의하면 비렘수면, 특히 서파수면 중에는 해마와 신피질 간에 연결성이 생기는데 이때 구체적인 낮의 기억들을 통합시키고 추상적으로 개념화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렘수면 중에는 해마와 신피질 간의 연결성이 약화되고 이로 인해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개념들 간에도 유사성과 패턴을 찾을 수 있게 된다. 따라서 비렘수면을 통해 개념들이 추출되고 렘수면을 통해 추출된 개념들이 연결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잠들기 전까지는 이해되지 않던 사안이나 해결되지 않았던 문제를 수면 후에 새로운 방식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면서 창의적인 문제 해결이 가능하게 된다고 추측해볼 수 있다.


나는 수면 중 뇌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복합적인 작용들을 보고 있으면, 그 모습이 마치 밤에 열심히 일해주고 가는 엘프의 모습과 같아 보인다. 그리고 지난 몇 년간 꿈 공부를 해오면서 느낀 바는, 우리가 잠든 사이에 나타나서 열심히 창조하는 엘프, 난쟁이, '작은 사람'들의 결과물을 관찰하다 보면, 낮의 의식으로는 생각해보지도 못했던 보물을 받을 수도 있다. 꿈의 내용은 이들이 놓고 간 창작물이다. 엘프와 구두장이 이야기에서 엘프들은 고급 구두를 만들어주고 사라진다. 꿈의 내용을 성찰해본다는 것은, 이들이 선물로 주고 간 구두를 신고 새로운 길을 발견해가는 것이다. 그리고 이로 인해 한때 가난했던 우리의 정신은 부유해지기도 한다. 민담 속 구두장이 할아버지처럼 말이다.


앞으로 동물들의 꿈, 인류의 역사를 바꾸어놓은 꿈, 우리가 특별하다고 여기는 꿈을 살펴보면서 꿈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고 꿈이 어떠한 선물을 놓고 가는지 꿈 세계로의 여정을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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