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과 꿈을 연구하는 학자들에 의하면, 꿈은 대부분 렘수면 (REM) 중에 일어난다. 이러한 꿈꾸기는 눈꺼풀이 있는 모든 포유류와 공유하는 경험이다. 반려견을 키우면서 이들이 밤에 자는 모습을 지켜본 사람이라면 동물도 꿈을 꾼다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을 것이다. 물고기와 파충류의 경우 잠을 잘 때 비렘수면과 비슷한 작용이 뇌에서 포착되지만 포유류에서 발견되는 것과 같은 렘수면의 특성들은 없다.
돌고래나 고래와 같이 바다에 서식하는 포유류의 경우에도 대부분 비렘수면만 하는데, 특별히 물개들의 잠자는 패턴에서는 재미난 점이 발견되었다. 물개들이 바다에 있을 때에는 비렘수면만 하는 반면, 육지에서 잠을 잘 때에는 렘수면과 비렘수면을 모두 하는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인간 역시 잠잘 때 렘수면과 비렘수면을 오가는데, 특별히 신생아의 경우 성인보다 렘수면의 길이가 훨씬 길어서 수면 중 렘수면을 하는 시간이 절반을 차지한다.
꿈을 생생하게 꾸는 렘수면 중에는 감정과 관계된 뇌 부위가 크게 활성화된다. 사람의 뇌를 분류할 때 뇌과학자인 폴 맥린 (Paul MacLean) 박사의 3층 구조를 종종 활용하는데, 이에 따르면 우리의 뇌는 크게 파충류 뇌, 포유류 뇌, 그리고 영장류 뇌로 나뉜다. 뇌간(brainstem)과 소뇌(cerebellum)로 이루어진 파충류 뇌는 셋 중 가장 고태적인 뇌로 심장 박동, 호흡, 체온 조절과 같이 생명 유지와 직결된 기능들을 담당하고 있고, 변연계 (limbic system)의 포유류 뇌는 감정을, 그리고 영장류에게만 있는 신피질 (neocortex)은 언어나 추상적 사고, 상상력과 의식을 가능하게 해 준다. 렘수면 중에는 이 변연계가 크게 활성화된다. 이때 사회성 등 타인의 주관적인 생각, 감정, 의도를 이해하는 것과 관련이 높은 내측 전두엽 (medial prefrontal cortex)이 활성화되는데, 뇌과학자들의 연구 중에는 이러한 이유로 대부분의 꿈에 여러 인물이 등장하고 상호작용하는 장면이 펼쳐진다고 보기도 한다.
샌드로 피렌체 (Sandor Ferenczi) 같은 정신분석학자는 꿈 자체가 진화의 작업장이라고 보았다. 인류가 현재의 인간으로 진화할 수 있게 된 것은 유인원 조상들이 꿈을 통해 처음으로 신경학적으로 시냅시스 연결을 만들고 말을 하는 데에 필요한 신경계 통로를 놓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그러니깐, 종이 진화되는 데에 꿈 역할이 있었다고 본 것이다.
재미난 것은 이렇게 꿈으로 언어를 획득하게 된 인류는 그 언어로 서로의 꿈을 나누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 그리고 드물지만 여전히 일부 부족들 사이에서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 <잠>에도 등장하는 말레이시아의 세노이 (Senoi) 부족은 아침마다 모여 앉아 지난밤 꿈을 나누는 문화를 갖고 있었다. 과테말라의 키체마야 (Quiche Maya) 부족은 아침마다 어린이들의 지난밤 꿈을 들어주는 시간이 있었고, 멕시코의 후이촐 (Huichol) 인디언, 콩고 민주공화국의 얀시 (Yansi) 부족, 칠레의 마푸체 (Mapuche) 인디언들 사이에서도 이러한 전통이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꿈 나누기는 단순한 오락 이상의 목적이 있었고, 그 목적이 무엇이었는지는 동물들의 꿈에 대한 여러 실험 결과를 통해 짐작해볼 수 있다.
참고자료:
Kelly Bulkeley (2017) An Introduction to the Psychology of Dreaming
Anthony Shafton, Dream Reader: Contemporary Approaches to the Understanding of Drea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