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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ora Sep 30. 2020

동물도 예지몽을 꿀까?

꿈을 통해 미래를 대비하는 문화

주변에서 예지몽을 꾸었다고 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종종 들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대표적으로 우리는 태몽 이야기를 자주 나누곤 한다. 그런데 동물도 예지몽을 꿀 수 있을까? 예지몽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어도 최소한 동물도 꿈을 통해 미래의 상황을 상상할 수는 있다고 짐작해볼 수 있는 연구 결과가 있다. 


2015년 영국의 런던대학교 UCL (University College London)의 뇌과학자들은 쥐가 아직 경험하지 않은 장소에 대해서도 정신적 지도를 상상해낼 수 있는지 실험을 했다. 연구자들은 T자 모양의 트랙을 만들어 쥐들이 트랙의 중앙만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하였고, 트랙의 양끝에는 투명한 벽으로 분리된 두 개의 방을 만들어 한 곳에는 먹이를 두고 다른 한 곳에는 아무것도 두지 않았다. 먹이를 볼 수는 있는데 실제 갈 수는 없는 상황을 만들었던 것이다. 이후 쥐들이 수면을 취하는 동안의 뇌의 활동을 측정한 결과 이들은 먹이를 향해 가는 길을 상상하며 정신적 지도를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고, 실제 다음날 투명 벽을 없앤 같은 트랙에서 쥐들이 먹이를 향해 길을 찾는 동안 뇌의 활동을 측정했을 때, 수면 중 보인  패턴과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꿈을 통해 미래를 대비하고,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자 하는 행위는 이처럼 포유류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앞서 소개했던 전통 부족들 사이의 꿈 나누기 문화는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중요하게 여겨졌던 것이 아닐까? 


제인 구달은 2004년 수마트라 섬 서부 해안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인한 쓰나미에서 살아남은 안다만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한 바가 있다. 3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쓰나미가 발생했던 12월은 안다만 사람들이 해변가에 머물면서 고기잡이를 하는 시기였다. 따라서 안다민인들 역시 파도에 모두 휩쓸려 갔을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쓰나미가 지나간 후 이 지역을 정찰하던 인도 정부의 헬리콥터는 안다만인들이 대부분 고지대로 피신한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들은 동물의 이상한 움직임을 관찰하며 쓰나미가 올 것을 미리 예측하고 고지대로 피하여 목숨을 건질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일화는 이제 많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이야기 가운데에서 덜 알려져 있지만 중요한 사실 한 가지는 안다만인들은 매일 꿈을 배양하고 이를 통해 중요한 사항들을 공동으로 결정한다는 점이다. 안다만인들은 밤에 움막에 모여서 그날 있었던 일들과 꿈을 꾸었던 내용들을 나누고는 잠이 든다. 아침에 먼저 일어났다고 자고 있는 사람을 깨우는 것도 금지되어 있다. 그 사람의 꿈꾸는 활동을 방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렇게 꿈을 배양하고는 서로의 꿈을 나눔으로써 매일매일 어디를 가야 사냥감이나 식량을 찾을 수 있을지 공동으로 찾아낸다. 무의식의 실타래를 엮어 공동체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다. 혹시 이러한 꿈 나누기 전통이 그 날의 쓰나미를 피해가는 데에 도움을 주었던 것은 아닐까?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길은 없다. 하지만 꿈을 통해 미래를 대비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던 사례는 근대화된 사회에서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그러한 사례들을 살펴보자. 




참고자료:

Vishvajit Pandya, <Forest smells and spider webs: Ritualized dream interpretation among Andaman Islanders>, Dreaming, 14 no.2-3 (Jun, Sept. 2004)

제인 구달, <희망의 밥상>

https://elifesciences.org/articles/060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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