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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수의힘 Jan 19. 2023

노력하지 않을 권리, 패배를 선택할 자유

그 결말이 비록 실패일지라도

  하고 싶은 일이 있다. 나는 그 일에 흥미를 느끼고 도전해보려고 한다. 그 일에 도전하려는 이유는 해보고 싶기 때문이다. 그 외에 더 설명할 수 있는 말이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하고 싶고, 할 수 있으니 한다. 거기에 다른 이유를 붙이자니, 하고 싶은 마음마저 사라질 것 같아 더 깊이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나는 안정적이라는 말에 너무 많이 휘둘렸던 삶을 살았다. IMF 이후, 우리 아버지마저 안정적이라고 믿었던 회사를 그만두시는 모습을 보며 오직 안정적인 직업을 최우선으로 하는 진로 선택을 하게 되었다. 교육에 큰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내가 상상했던 교사의 모습은 안정적이고 지적이며 여유로운, 사회의 대표적인 중산층의 모습이었으며 난 그런 삶을 동경했다. 


  "정교사는 안정적이고 안정적인 삶은 행복한 삶이다."라는 생각으로 지금까지의 학교 생활을 했다. 내 주변의 사람들은 내가 시험에 합격하지 못한 이유가 일과 공부를 병행하다 보니 공부에 집중하지 못해서 그런 줄 알고 있다. 나 또한 그런 변명으로 일관하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을 속일 수는 있어도 나 자신을 속일 수는 없다. 내가 결국 정교사가 되지 못한 이유는 시험공부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근무했던 학교에서 나를 좋게 평가해 준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공부를 하지 않음으로써 생기는 일말의 죄책감을, 학교에서 더 열정적으로 일함으로써 해소하려 했던 것이다.


   시험공부를 하지 않은 이유는 단순하다. 재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가까운 지인에게 몇 번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그건 누구나 하기 싫은 공부고 네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려면 억지로라도 참고 견뎌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합리적인 판단이고 이성적인 생각이다. 나 또한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억지로라도 공부를 해보려고 노력도 했었다. 그러나 나는 결국 나 자신을 이기지 못했고 참고 견디는 데 실패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나는 야망이 없는 것이 분명하다. 뭔가 노력해서 성공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다. 지난 10년 동안 몇 번의 시험을 거치며 혹시나 내 마음 깊은 곳에 숨어 있을지 모르는 성공하고자 하는 야망을 찾아 헤매었지만 지금까지도 그런 생각을 찾지는 못한 것이 처음부터 없었음이 틀림없다.


  교사로서의 내 삶은 실패로 마무리지어야 할 것 같다. 세상의 모든 소설이 아름다운 결말로 끝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 결말이 비록 비극으로 끝나더라도 그 과정의 아름다움을 부정할 순 없다. 내 교사 생활도 비록 결말은 나의 패배 인정으로 끝맺게 되겠지만, 그 과정 자체는 행복했다. 그것으로 만족한다.


  이제 앞으로는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하며 살고 싶다. 프리랜서로 간단한 프로그램을 만들며 살고 싶다는 꿈을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했더니 벌써부터 대학원과 박사 학위를 이야기하는 분들이 있어 떠오른 생각이다. 나는 이 분야에서도 최고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누군가가 나를 필요로 한다면 그 일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노력하지 않으면 결국 뒤처질 것이라고, 결국은 패배할 것이라고 걱정하는 말은, 이 일을 선택하기 전부터 항상 들었던 말이라 이미 내성이 생길 대로 생긴 모양이다.


  그 의도가 선함에 있음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마음속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러나 한 번 마음속에 떠오른 말들이 계속 내 머리를 스쳐 지나가기에 이 글을 쓴다. 


  나는 노력하지 않을 권리가 있으며, 실패할 자유가 있는 사람이다. 지금에 만족하고, 지금의 일에 집중하며 그 안에서 행복을 찾으며 사는 삶, 그것이 내가 추구하는 삶의 모습이다.


 예전에 책에서 이런 내용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미국인과 멕시코 어부의 대화였는데, 낮잠을 자는 멕시코 어부에게 잠을 줄여가며 더 많은 물고기를 잡아 더 큰 배를 사서 성공할 생각을 하지 않느냐고 미국인이 질문하자 그렇게 노력해서 뭐가 남느냐는 질문을 하는 멕시코 어부의 이야기였다. 많은 돈을 벌어 은퇴하면 가족들과 함께 공기 좋고 경치 좋은 곳에서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미국인의 대답에 난 이미 그런 삶을 살고 있다고 대답하는 멕시코 어부의 이야기에서 난 아무래도 멕시코 어부를 닮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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