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딸 파업 15편(마지막편)
지쳐서 희망을 잃은 당신에게
여기까지 글을 읽어준 사람 중에 절망적인 처음을 기억하는지 사람이 남아 있을까. 이 연재의 처음은 참 절망 그 자체였다. 죽음 외에는 답이 없다고 생각했던 내가 있었다. 엄마의 한마디에 무너졌던 내가 있었다. 구체적으로 죽는 방법을 고민했던 내가 있었다. 어쩌면 지금도 나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이들이 많을 것이다. 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우선 당신이 그런 상태가 된 것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누군들 아프고 싶어서 아플까. 그저 당신은 마음이 아플 뿐이다. 예고 없이 찾아온 것처럼 보이겠지만, 사실 당신은 지금까지 우울을 일으키는 피로, 슬픔과 좌절, 분노를 잘 참아온 사람이다. 참지 않아도 될 일을 참기도, 참아야 해서 참아야만 했던 순간도 있었으리라. 그 인내가 당신을 굳건하게 만들어주었을지도 모르지만, 동시에 병들게 했다. 그러다 지치는 순간이 왔을 뿐이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힘드니 지척에 놓인 희망이 보일 리 없다. 다 끝난 것 같은 기분, 그것만이 진실로 다가올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그렇게 된 것은 당신 탓이 아니다. 당신은 나약하지 않다. 잘못한 것이 없다. 오히려 열심히 살았다. 그래서 소진되었다. 불씨가 꺼진 성냥처럼 새까맣게 탄 것이다. 툭 건들면 부러질 듯이 약해졌을 뿐이다. 지금의 약함이 영원할 것 같다는 불안도 당연하다. 당신의 가슴은 그것 말고는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가 없으므로. 그 사실이 진심으로 안타깝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 불안해해도 괜찮다. 뭘 하려고 애써도 괜찮다. 당신이 힘들지 않다느니 엄살을 부리느니 하는 누군가의 헛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아도 된다. 그저 살아만 있다면 좋다. 당신이 쉬든, 불안해하든, 뭘 억지로 하든. 그 어느 선택에도 옳고 그름을 매길 수 없다. 그저 살아만 있다면 그것이 옳은 것이다.
살아 있기를 선택한 당신에게 감사하다. 어려운 결정을 해줘서 고맙다. 누가 뭐라고 하든 당신은 열심히 살아왔다. 남들 눈에 어떻든 당신은 가치 있고 잠재력이 있으며 멋지고 아름답다. 잘 풀리지 않은 일들이 있었어도 모두 이겨내지 않았는가. 그때마다 어떻게든 돌파구를 찾지 않았는가. 당신처럼 강한 사람은 없다. 강해서 살아남은 것이다. 그 강함을 발휘하느라 지금 약해졌을 뿐이다. 살아 있으면서 살고 싶어지는 순간이 오기를, 삶이 견딜 수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 말들은 모두 우울증으로 힘겨워하던 내게 해주고 싶었던 말이었다. 판단은 잠시 내려두고 살아 있기로 선택한 것은 참 잘한 일이다. 앞으로도 힘겨운 순간은 오겠지만, 더 살면서 이 우울증을 내 옆에 태우고 같이 인생의 파도를 헤쳐보려고 한다.
우울증도 병일 뿐이다
우울증은 내 잘못이 아니었다. 우울증은 당신의 잘못도 아니다. 혼자서 끙끙 앓으며 내가 약한 것이라고 자책하지 말기를 바란다. 우울증은 마음의 병일 뿐이다. 그러니 의사를 찾아라. 마음이 아플 때 심리상담을 받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다리가 부러지면 병원에 가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이다. 꼭 용기 내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미 죽음을 넘어선 살아갈 용기를 낸 이들에게는 박수를 보낸다. 너무 잘했다. 그 용기가 희망이 되어 당신을 이끌기를 진심으로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