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게 내가 뭐랬어?'가 타인을 향한 질책이라면 '난 왜 이 모양이지'는 자신을 향한 책망입니다. 겉으로는 비슷해 보이지만 다루는 방식은 현저히 차이가 있습니다.타인에게는 과거의 기억에 대한 추상적인 평가를 하고자신에게는 현재의 상태에 대한 현상적인 판단을 합니다. 모양은 겉으로 나타나는 생김새나 형상을 뜻합니다. 모양이라는 말은 얼핏 물질적 형태(shape)로만 이해하기 쉬우나 현상으로서의 징후(appearance)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모양이라는 단어야말로 나의 누추한 '꼬라지'와 균형 잃은 '소갈딱지'를 묶어 한 방에 말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말이 아닐까 싶어요.
II 걱정 말아요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거예요
'어떻게 이 모양을 고쳐볼까?'라고 묻지 않아요. 그건 모양을 아름답게 바꾸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반증입니다. 왜라고 묻는 것은 본질에 의문을 품는 거예요. 마치 '난 왜 태어난 걸까'처럼요. 우리는 이때 철학을 시작하게 되는 거죠. 깨어있는 나를 만나는 중요한 순간이 온 거예요. 너무 급히 달려오느라 놓친 나를 차분히 대면해 대화 나눌 기회가 온 겁니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는 존재잖아요. '난 왜 이 모양이지?'라는 말이 불쑥불쑥 튀어나올 때마다 이렇게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