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숲오 eSOOPo Jun 27. 2022

11. 언어의 냄새

믿는 구석이 있나 봐

<기본 문형>
믿는 구석이 있다

<응용 문형>
뭔가 믿는 구석이 있어 보여


I     도무지 알 수 없는 마음에 던지는 커다란 그물의 언어


-너 어디 믿는 구석이 있는 거야?

내 말을 귓등으로 듣고 있는 완고하고 고집스러운 친구가 앞에 앉아 있습니다. 나는 답답해지고 상대방은 딱 그만큼 비밀스러워집니다. 조언은 상대가 적극적으로 수용할 때에 쾌감이 있는데 오늘은 물 건너간 것으로 보입니다. 문득 '믿는 구석'이란 말이 궁금해집니다. 구석이라는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기본적인 의미로 '모퉁이 진 곳의 안쪽'을 뜻하나 '잘 드러나지 않는 치우친 곳'을 속되게 표현할 때에도 쓰인다고 나옵니다. 그런데 여기서의 구석은 '마음의 한 부분'을 의미합니다. 마음이란 것이 워낙 변덕스러워서일까요. 우리는 마음을 하나로 규정되거나 통일되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마음의 부분들로 구성된 집합체라고 생각하나 봅니다. 강한 마음, 약한 마음, 확신하는 마음, 흔들리는 마음, 광활한 마음, 속 좁은 마음 등 무수한 마음들 중에서 어떤 강력한 마음을 신뢰하고 있을 거라는 추측을 하는 겁니다. 그러나 믿을만한 솔루션이 밖에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것을 나의 해결책으로 이용하려는 복잡한 마음도 '믿는 구석' 안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화자는 이 표현을 사용하면서 양쪽의 가능성에 모두 닿을 수 있는 커다란 그물을 던지는 거죠. 그물의 포획물들은 꿍꿍이이든 치밀한 계획이든 모두 다 '믿는 구석'들이니까요.



II     이미 그 길을 가 본 자만이 그 길을 이야기할 수 있기에


이 말은 어른들의 언어입니다. 아이들은 그대로 흡수해 버리기에 믿는다는 말을 어른처럼 흔하게 내뱉지 않습니다. 믿는 구석을 어렵게 경험한 자만이 말할 수 있죠. 믿었다가 절망한 적이 있는 기억 말이죠. 타인의 마음이 아닌 내 마음이라는 것을 믿어봐야 하고, 내 마음의 한 부분을 유심히 바라본 적이 있어야 합니다. 마음이 아무리 내 것이라고 해도 내 마음을 믿는 것은 내 마음을 아는 것보다도 훨씬 어려운 일입니다. 매번 외면하거나 궁색해집니다. 그래서 '믿는 구석이 있나 봐'를 들으면 본 의미보다 내 마음에 대한 태도를 살피게 됩니다. 여러분들의 '믿는 구석'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여러분은 마음을 어떨 때에 깊이 들여다보게 되시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