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숲오 eSOOPo Jun 24. 2022

8. 언어의 냄새

마음먹기에 달렸더라

<기본 문형>
마음을 먹다

<응용 문형>
그대가 마음먹기 나름이죠


I   처절한 삶의 투쟁 끝에 내뱉는 그럴듯한 현답


우리말에는 마음이 들어간 단어들이 많습니다. 아무래도 복잡하고 정형화되지 않은 마음을 전하려면 다양한 마음을 나타낼 말들이 필요할 텐데요. 얼핏 생각나는 것만 열거해도 조심, 안심, 소심, 진심, 의심, 방심, 결심... 끝이 없습니다. 다행히 이런 단어들의 마음 심자가 뒷부분에 들어갔으니 망정이지 마음 심이 앞에 붙었다면 국어사전 시옷 부분의 두께는 유독 두꺼웠을 거예요. 그 덕분에 사전 곳곳에는 마음들이 흩어져 자리하게 되었습니다. 단어만으로도 이토록 많은데 '마음' 뒤에 동사를 붙이게 되면 마음의 존재감을 더 크게 실감하게 될 거예요. 마음을 나누다, 마음을 이해하다, 마음을 돌보다, 마음을 주다, 마음을 다스리다, 마음을 간직하다, 마음을 먹다 등등. 마음을 목적어로 쓸 때만 나열했는데, 마음을 주어로 쓴다면 통속적인 표현부터 시적인 표현까지 스펙트럼이 무한정으로 확장합니다. 어느 보험회사의 광고 카피는 처음엔 어색했으나 금세 납득이 되기도 했죠. '마음이 합니다'. 이 카피는 소비자의 니즈를 회사가 마음까지 헤아려 마음을 다해한다는 인상을 주어 보험의 내용이 아닌 기업의 이미지를 잘 제시하고 있는 사례입니다. 마음에 관한 이야기가 길어졌는데요. '마음을 먹는다'

마음을 다잡아서 마음을 먹는 것으로 마음을 하나의 포획대상으로 설정할 수 있겠네요. 이렇듯 인간의 본능인 식욕을 연결해서 이 표현의 생성원리와 근거를 찾아가도 좋겠지만, 다른 접근으로 여러분의 상상력을 자극시켜 드리고 싶어요. 생각과 비교해서 마음을 이야기해보려 해요. 동의하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마음이 생각보다 더 넓게 느껴집니다. 그러니까 마음이 너른 땅이고 생각은 그 위에 난 길 같아요. 마음이 있어야 생각이 작동합니다. 마음은 재료가 아니라 바탕이라는 얘깁니다. 그래서 마음을 먹는다는 것은 마음을 장악한다는 뜻일 거예요. 어릴 적 골목놀이 중에서 땅따먹기가 있잖아요. 땅을 먹는다는 것은 땅을 내 소유로 장악한다는 거잖아요. 우리는 가벼운 소유 개념을 넘어서서 장악하고 통치하는 영역까지를 감당해야 하는 거죠. 그러니 마음을 먹을 때에는 '내 마음대로 하겠어'를 지나 '내가 잘 다루고 경영하겠어'를 다짐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전에 소홀했던 내 마음들을 좀 더 자세히 살피고 더 나다운 마음으로 변화하겠다는 의지와 노력을 각오해야 합니다.  



II  마음이 다 했네요


대부분의 생각에 대한 책들은 논리적이고 마음에 관한 책들은 감상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저는 다른 의견인데요, 마음이야말로 경영하듯 체계적이고 근본적인 바탕의 언어로 다루어야 한다고 봅니다. 생각의 책은 오히려 감성적이고 유연한 언어로 다루어야 하고요. '마음먹기'를 먹구구식이거나 우격다짐 같은 것으로 여겨서는 안 될 거예요. 땅이 비옥해야 그 열매들이 풍성해지듯이 마음이 항상 준비되어 있어야 합니다. 인간이기에 그 긴장은 자주 누그러들어요. 그래서 마음을 자주 먹어야 해요. 마음을 자주 조율해서 장악해야 해요. 마음은 내 안에 있기에 남이 해줄 수도 없잖아요. 마음에 경고등이 울리면 내 맘도 내가 모를 때가 올지도 몰라요. 그러면 생각도 펼치기 어려워지니 늘 마음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 결국 마음이 다 하는 것이니까요.  


이전 07화 7. 언어의 냄새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