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숲오 eSOOPo Jun 22. 2022

6. 언어의 냄새

언제 한번 연락드리겠습니다

<기본 문형>
연락하겠습니다

<응용 문형>
조만간 꼭 연락할게요
언제 밥 한번 먹어요



I    가장 한국적인 정서의 헤어질 때 하는 비즈니스형 인사말


매일 누군가를 만나고 누군가와 헤어집니다. 우리는 그때마다 인사를 나누죠.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만나서 하는 인사말들은 대체로 정형화되어 있습니다. 그것만으로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외모와 체면에 민감한 반응을 표하는 정서를 담아 '그새 많이 예뻐졌네?'라든가 '요즘 잘 나가시나 봐요? 멋져 보이십니다' 인사 후에 덧붙이는 말들도 인사말의 연장선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사는 어떤 편향을 드러내지 않기에 하면 할수록 관계가 좋아집니다. 인사를 받는 쪽에서는 존중받는 느낌을 받고 인사를 하는 쪽에서는 상대 영역의 문을 공손하게 여는 효과가 있습니다. 더 적극적으로 우호적 태도를 드러내기 위해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거나 가벼운 포옹을 하기도 합니다. 요즘에는 비대면으로 만나거나 쉽게 문자로 상대에게 접근할 수 있기에 인사말들을 생략하기도 하는데 상호 편의를 배려하는 측면도 있지만 가끔씩 담장을 훌쩍 뛰어넘어 내 영역의 마당으로 넘어오는 것 같아 당혹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경계가 없어지고 관계의 형식적인 담들이 허물어지고 있는 이 시대에 인사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하고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실용보다는 형식에 가까운 인사는 관계를 보다 품위 있게 하고 함부로 할 수 없게 하는 장치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런데 헤어질 때 인사말은 단조롭고 짧습니다. '잘 가!' '안녕히 가세요' 이 또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만날 때 인사는 인사 후 이어지는 안부의 말이나 기타 행위나 대화들이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형성하지만 헤어질 때 인사는 미소와 표정만이 거들뿐입니다. 그래서 그 아쉬움을 담아 덧붙이기 시작한 표현들이 '한번 연락드릴게요' '언제 밥 한번 먹자' 등이 그렇습니다. 여기서의 '한 번'은 '한 차례'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가볍게 강조하고 있는 거죠. 이 말을 하고 나면 무언가 오늘의 부족했던 만남의 부분들이 채워지는 기분이 듭니다. 아쉬운 부분을 만회할 기회를 스스로 부여하는 거죠. 



II    당신에 대한 마음은 여전히 호의적입니다


이 말을 듣고 나서 막연하게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면 안 됩니다. 그리고 그날이 언제냐고 묻는 것도 상대를 당황하게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비즈니스 관계에서 들은 말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애매하게 친한 사이라면 잘 번역해서 받아들여야 합니다. 대체로 이 말은 아래의 문장 중에서 하나를 골라 이해하는 것이 좋습니다.


-당신과의 만남이 좋았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관계로 남아 있기를 기원합니다.

-우리 사이에 오늘 해결되지 않은 부분이 있는데 충분히 고민하시고 계세요. 불쑥 연락드려도 놀라지 마세요. 

-난 여전히 너에 대한 마음이 호의적이란 거 너도 알지? 새털 같은 날 중에 또 만날 날도 있으면 좋을 텐데.      


'언제'라는 말은 미래의 어느 날입니다. 말하는 이도 모르고 아무도 모르는 날입니다. 정하지 않으면 오지 않는 날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언젠가 만나자라고 흔히 말합니다. 정이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도 원치 않아서일지도 모릅니다. 공수표만 난발한다고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한다고 서로를 비난할 수 없는 것은 적어도 이 인사말을 나눌 때의 분위기와 기분이 훈훈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이 말을 할 때에 어떤 마음이 들고 들을 때에 어떤 생각이 드는지요? 오늘은 이렇게 적극적으로 말해보면 어떨까요?


-지난번에 했던 밥 한번 먹자던 약속 이번 주말에 어때?

-안녕하세요? 안부가 궁금해서 한 번 연락드렸습니다. 여전히 건강하시죠? 저도 잘 지내고 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