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이야기는 말할 때도 들을 때도 떨립니다. 그 떨림은 짜릿함과 두려움의 양면을 가지고 있어서 두 상반된 감정을 감당할 각오를 해야 합니다. 고백이면서 침묵의 서약이기에 무언의 계약이 성사되는 순간이라 할 수 있죠. 그런데 이 말을 들은 이가 말을 옮기는 순간 계약 파기와 함께 말의 괴력을 경험하게 됩니다.
A : B야! 이건 비밀인데 너만 알고 있어. 어젯밤에 길을 가는데 영희랑 철수가 같이 다정하게 걷는 거 봤어.
B : C야! 이건 비밀인데 너만 알고 있어.
어젯밤에 길에서 영희랑 철수가 손잡고 키스했대.
C : D야! 이건 비밀인데 너만 알고 있어.
어젯밤에 영희랑 철수가 여인숙에 들어가는 거 봤대.
D : A야! 이건 비밀인데 너만 알고 있어.
어젯밤에 영희랑 철수가 양가 부모님 상견례를...
비밀을 말하는 순간 표적의 대상은 당신만이 아닐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어쩌면 마지막 폭로 수용자일지도 모릅니다. 이때 당신은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합니다. 이미 왜곡된 정보가 비밀이란 포장지에 싸여 혹여 루머가 아닌지 의심해야 합니다. 그리고 당사자의 심정이 되어 그 내용이 설령 사실이라 할지라도 직접 들어도 무방한지를요. 그렇지 않으면 들은 귀를 씻고 입을 봉해야 합니다. 나쁜 비밀은 내리막길을 내달리는 눈덩이와 같아서 어어질수록 거대해지고 위험한 상태가 됩니다.
II 발 없는 말에게 고은 날개를 달아줘요
누구나 경험할 수 있습니다. 잘못된 정보공유로 인해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어느 누구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요즘엔 꼭 누군가와의 대면이 아니어도 SNS나 메시지를 통해 말의 전파는 파급력이 엄청나죠. 여러분은 혹시 확인되지 않은 지인의 자극적이고 시시콜콜한 신변잡기나 결함을 누군가에게 전달하며 상상한 이야기를 덧붙여 말하지는 않으셨나요? 저 또한 스스로 돌아보고 신중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