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숲오 eSOOPo Jul 07. 2022

20. 언어의 냄새

아무거나 괜찮아요

<기본 표현>
아무거나 괜찮다

<응용 표현>
알아서 시키세요


I      까다로운 취향 보유자의 최종 판단 유보 언어


여럿이 식당이나 카페를 갈 경우 주문을 하기 전 의견을 모으게 됩니다. 이때 꼭 이렇게 말하는 친구가 있죠. '알아서 시켜'나 '아무거나 괜찮아'라고 선택하는 고민을 넘깁니다. 여러 복잡하고 다양한 상황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어려운 관계의 자리거나 여럿이 함께 먹는 메뉴일 경우에는 한 사람이 상황에 맞게 효율적으로 시키면 될 일입니다. 그러나 개인의 취향이 반영되어야 하는 경우엔 묘한 상황이 이어집니다.


겉으로 보기엔 성격 좋은 친구가 너그럽게 말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더 까다로운 녀석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표현은 '내 결정이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다. 현재는 완벽하게 마음에 차는 게 없다. 최종 판단은 지켜보겠다.' 일수도 있습니다. 다행히 주문한 음식이 맛있다면 문제가 없는데 그 반대의 경우에는 불만을 토로할 빌미로 삼을 수 있죠. 그런지 아닌지의 증명은 두 번째 언급을 하느냐 참느냐로 드러납니다. 정말 개인의 취향을 위임했다면 어떤 메뉴라도 기꺼이 탐닉해야 합니다. 그야말로 군소리를 해서는 안됩니다. 그런데 '아니! 그것만 아니면 좋겠는데!'라고 말한다면 주변에서 때릴만한 '아무거나'를 집어 휘둘러도 괜찮습니다. 화자가 이 표현으로 주변에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으려면 어떠한 결정도 수용하겠다는 각오를 해야 합니다.


 

II    좋은 선택은 성숙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능력이에요


아무거나는 '특별히 정해지지 않은 어떤 모든 것'을 일컫습니다. 아무거나를 외칠 때에는 선택할 이유와 배제할 이유의 간극이 크지 않을 때입니다. 욕망이 날카롭지 않을 때라기보다는 판단이 둔해질 때 드러나는 태도입니다. 특히 지나치게 허기를 느끼거나 포만감을 가질 때 주로 사용합니다. 상반된 상황에서 비슷한 결정을 내리는 것과 유사합니다. 여러분은 선택할 때 어떤 기준으로 결정하나요? 대부분 장점이 큰 것을 고릅니다. 물건일 때에는 그런 결정이 치명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재를 선발하거나 배우자를 고를 때에는 어떻게 선택해야 성숙한 결정이 될까요? 지원자나 이성의 단점에도 불구하고 수용할 수 있다면 그 선택은 실패할 확률이 급격히 줄어듭니다. 누구나 알아차리는 장점에만 집중하지 않고 단점의 개선이나 포용 가능한가의 여부를 고민하고 선택하는 것이 후회가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무거나 괜찮다'에는 어떤 대상도 장점만 있거나 단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는 말입니다. 조금 다른 방향으로 선택의 관점을 바꾼다면 '나는 이것을 원해'라고 말할 수 있을 텐데요. 그것은 장점의 우선순위로 사물을 보지 않고 단점을 하나씩 떠올리며 이것에 대한 나의 태도를 살펴본다면 더 흥미로운 선택들이 가능해지지 않을까요?   

이전 19화 19. 언어의 냄새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