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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Jul 06. 2022

19. 언어의 냄새

그 느낌 뭔지 알 것 같아


<기본 표현>
(말로 표현한) 그 느낌을 알아차리다

<응용 표현>
무슨 말인지 알 것도 같아
무슨 느낌인지 알 것 같아요


I    상대의 존재를 알기 위해 넘어가는 과정에서의 교량 언어


심리학자 안토니오 다마지오는 그의 저서 <느끼고 아는 존재 Feeling & Knowing>에서 우리를 여기까지 이끈 생명의 역사가 구분 지어지면서도 연속적인 세 단계로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첫 번째 단계는 '존재 Being의 단계'이고 두 번째 단계는 '느낌 Feeling의 단계'이며 세 번째 단계는 '앎 Knowing의 단계'라고 합니다. 우리는 대상을 알아감에 있어서 느낌이라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서는 다다를 수 없다고 강조합니다. 그러니 '그 느낌 뭔지 알 것 같다'는 말은 상대라는 존재를 알아가기 위한 과정에서 필수적인 통과의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느낌에 대해서도 남다른 견해를 보이는데요, 오감을 통해 우리 몸으로 들어오는 정보들을 느낀다는 겁니다. 느낀다는 것은 외부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 몸 내부의 문제라는 거죠. 이 말을 하는 이의 상태는 당신이 전해준 느낌의 정보를 내 몸이 반응하고 있다고 표현하는 것입니다. 상대의 미묘한 느낌에 대한 일치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네가 내 느낌을 정확하게 알겠어?'라고 반문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화자는 상대의 정확한 느낌보다 이런 언어를 통해 상대의 존재를 알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 말은 '지금 네 마음이 뭔지도 알 것 같아'로 전달되어 기분 좋게 오해하게 합니다.   



II    느낌의 이해가 취향의 일치로 이어지진 않아요


가끔씩 느낌까지 운운하며 훅 들어오는 이 표현이 부담스러울 때가 있어요. 설렁설렁 넘어가려는 표현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시선과 표정, 그리고 보다 구체적인 부연설명이 뒤따르지 않으면 오해받기 좋은 말입니다. 다른 표현들도 그렇지만 유독 진정성이 강하게 요구되는 말입니다. 감정이 큰길이라면 느낌은 오솔길과 같아서 감정을 주고받을 때보다 느낌은 둘 만의 오붓함과 은밀함이 있습니다. 느낌을 주고받을 때 지속시간이 길다면 무언가 집에 초대한 아늑함이 느껴집니다. 그렇다고 해서 취향과 가치관의 일치는 별개입니다. 느낌은 한 때의 분위기일 수도 있어서 금세 휘발되어 다른 모습으로 변신을 잘합니다. 그래서 느낌의 공유는 한 때의 지속성보다 여러 때의 빈도수를 살펴야 합니다. 그 느낌의 축적량을 통해 상대와의 관계 밀접도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오늘 누구와 느낌의 일치를 경험해 보셨나요? 그 빈도수가 늘어가고 있나요? 그러면 그분은 여러분에게 참 소중하고 중요한 사람일 테니 놓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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