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입에 거미줄을 쳐야지
홀가분하다
쥐고 있던 것을 던지고 나니 이제 살 것 같다
이걸 놓치면 죽을 것 같았던 시간들이 수치스럽다
내 주위에 있으니 당연한 줄 알았던 것들은 본디 내 것이 아니었던 게 확연해진다
특히 공간은 시간으로 길들여 놓은 흔적들이 착각으로 세뇌시킨다
집착에 묶인 고통의 시간은 이십 년
마음을 비운 성찰의 시간은 단 하루
빈 손으로 땅을 칠 것이 아니라 가만히 손을 모은다
원망과 한탄은 온데간데 없고
평온과 평정이 슬그머니 온다
오랜만에 손으로 걸레를 빨고
입술에 올리브그린색 페인트로 잔뜩 멋을 낸다
수염을 곱게 잘라 붓으로 만들어 허리에 찬다
꼭 시작은 간판을 달고 끝은 간판을 내려야 하나
장사가 아니라면 주목을 시켜야하는 것이 아니라면
문턱을 낮추고 대접할 찻잔을 쌓아두기로 한다
공간의 이름을 지어달라고 벽보판을 보이게 달고
목적이 뻔하지 않는 장소로 자리하고 싶다 당분간
음악 대신에 시를 틀고
광고 대신에 입소문에 속아볼 작정이다
봄이라는 계절이 판타지 아닌가
서울 어딘가에 봄 같은 대책없는 공간 하나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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