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책이나 읽으면 아무거나가 된다
새벽 책읽기는 꿈결에서의 독서
몽롱한 상태에서 읽는 활자는 아구처럼 물컹하다
오독이 되기도 하고 깊이 스며들어 잘 녹기도 한다
이야기보다 생각을 부추기는 장르를 주로 읽는다
한 시간 남짓 활자 파도를 타고 서핑하다보면 어느덧 내 자신은 다른 해안가에 도착해 있다
주섬주섬 흐트러진 정신을 챙겨 주위를 둘러보면 어느새 과거와 미래를 고운 채로 거른 현재가 된다
비로소 사랑할 수 있는 힘이 고일 때 책을 덮는다
정보를 얻기 위해서도 아니다
지식을 쌓기 위해서도 아니다
오늘을 살기 위해서만 읽는다
타인을 이겨야 잘 살 수 있다는 유언비어에 속지 않기 위해서 억지로 쓴 탕약을 마시듯 읽어야한다
독서는 스포츠가 아니니까
숨이 차서도 아니되고
남과 비교도 아니되고
남의 흉내도 아니되고
독서는 어쩌면 춤과 같아서
나의 흥이 시작이고
나의 리듬이 전부이고
나의 발걸음이 과정이고
독서할 때의 표정이 이것을 증명해준다
낯선 몸짓이 오히려 나다움을 표현하고
반복될 때마다 나에게 점점 가까워지는
지금 당장 쓸모가 있는 춤은 없으나
지금 당장 춰야만 하는 춤의 현재성
자기계발서는 나의 춤을 개다리춤으로 만드는 괴물
차라리 백 년을 숙성한 책이 나의 체형을 고칠 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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