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속도보다 느린 문장의 발자국
날 좋은 날에 버스 뒷자리에 앉아 브런치를 쓴다
고개를 들 때마다 풍경이 교체되어 음악보다 낫다
어제까지 가난한 나무들이 다시 어깨춤을 추련다
수시로 발끈하는 신호등은 맘 급한 버스를 붙잡고 하소연을 하고 있다
한 달째 점포정리 현수막을 건 점포를 지나고 나면 북적이던 공장만 한 카페에 임대문의가 붙어 있다
누구나 사연은 호수 앞 안개 같아서 가까이 가보지 않으면 막막한 처지를 그저 아름답다고 푸념한다
우리는 서로가 동시에 약속할 낭만이 없기에 거리의 차들이 모두 사라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늘 많은 길가 사람들의 두 손에는 무언가 들려있고 그 안을 열어보지 않아도 근심의 무게는 여전하다
나는 스마트폰에 글을 쓰고 버스는 도로에 쓴다
하나의 정거장에서 하나의 정거장까지가 한 문장
문장이 끝날 때마다 정거장에 마침표를 찍는다
가끔 장문이 되려 하면 신호가 다가와 쉼표 박는다
한 번도 이 버스가 쓴 전체문장을 읽은 적은 없지만 버스가 흘리고 간 행간의 매연가스는 느낀 적 있다
삐
하차합니다
목적지에 도착해 나를 세상에 네모나게 토해내고 떠나는 버스에 큰따옴표를 달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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