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숲오 eSOOPo Jul 28. 2022

나의 초능력들 6

언어유희 :  유연한 뇌의 지적 놀이

언어를 가지고 노는 178,293가지 레시피


나는 말장난 Word Play을 좋아한다. 조금 순화시켜 언어유희를 즐긴다고 말할 수 있다. 요즘은 드립이라는 말로 더 많이 쓰인다.(이것은 애드리브에서 파생된 것이다) 말장난은 순간적인 상황에 따른 임기응변에 가깝게 표현해야 그 파괴력과 반응 공감이 극대화되기에 지금 어떤 예를 든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도 참고할만한 이야기를 생각해보지만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는 말을 들은 것처럼 의지와 반대로 생각이 흘러가고 있다. 말장난은 계획되어 있어서는 안 된다. 그건 개그나 코미디와 다른 생리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유사한 패턴을 가지거나 두 번 이상의 반복되고 비슷한 시도는 말장난의 진수를 잘 모르는 것이다. 그런 느슨한 태도는 사람들로 하여금 '개드립 치지 마!'라는 한 바가지 굵은소금 같은 조롱을 덮어쓰는 난감함을 얻게 할 것이다.


나는 말장난의 원칙을 가지고 있다. 우선, 유행어는 절대로 차용하지 않는다. 유행어는 대체로 개그맨이나 코미디언이 흥행과 인기획득을 위해 전략적으로 만들어 시청자들로 하여금 반복을 통한 훈련의 결과로, 맥락보다는 유행어가 가지는 독특한 리듬과 패턴의 익숙함에 기대고 있다. 이미 모두가 알고 있다는 것이 안전한 말장난의 도구가 될 수도 있으나 진부함과 낡아버려 싱싱함을 갖추지 못한다. 말은 활어와 같아야 한다. 지금 여기에서 새롭게 태어나거나 상대와의 사이에 펼쳐진 깊은 바다 같은 이야기에서 당장 낚여 건져 올려진 것이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대화는 생동감을 지니게 된다. 낯선 분위기를 아이스 브레이킹하기 위해 어설프게 유행어를 쓴다면 불편해진다. 차라리 자신 없다면 솔직하고 진솔한 언어가 말장난보다 효과적이라고 본다.


말장난의 또 다른 원칙으로는 지금 좋았다고 다음에 좋을 것이라는 착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을 나는 '바람둥이의 고백'이라고 말하고 싶다. 여기서 통한다고 저기서도 통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말장난을 누릴 아직 자격이 부족하다. 말장난은 유연성을 기본 체력으로 하고 공감능력을 엔진으로 삼아야 한다. 상대를 다치게 하는 말이라면 그건 말장난이 아닌 망아지장난이다. 아직 말로 성장하지 못한 장난이다. (이것은 드립이 아니다. 그렇다. 말言에서 말馬로 넘어가는 시적 상상력이다.) 노련한 말장난은 공감을 하려는 노력이 있기에 할수록 상대의 마음이 말랑말랑해져야 한다. 그 마음은 반죽이 되어 나와 한 덩어리가 되려 할 것이다.


나의 초라한 능력은 말장난을 하는 것이다. 때로는 이런 나를 가볍게 대하는 상대가 서운해 진지해지려 말장난을 굶어본 적도 있었다. 말장난 다이어트! 그러나 내 안의 말들이 발길질을 해대며 '니가 그러고 얼마나 버틸 수 있을 거 같냐?'며 유혹해대는 바람에 오래 버텨내지 못하고 이내 말장난의 인생으로 돌아오곤 했다. 그리고 나다운 삶을 되찾은 듯 편안해졌다. 말장난은 타인과 가까워지게도 하고 나자신과 가까워지게 한다. 글을 쓰는 동안 너무 진지해졌다. 어서 발행하고 나서 친구에게 전화해 말장난이나 흐드러지게 해야겠다.


 

 

이전 05화 나의 초능력들 5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