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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Aug 25. 2022

나의 초능력들 33

자랑 묻기 : 자존감 높여주기

타인의 관계들에 관심을 보이는 관대


매주 제자들을 만나면 안부와 함께 질문을 한다.

한 주동안 자랑할 만한 일 있으면 말해봐


내 눈과 마주친 녀석이 쭈뼛거리다 말문을 연다.

-뭐 그런 게 없는 거 같아요. 운동 시작한 거 말곤.

-와우! 니가 늘 다이어트에 관심 많지 않았니?

-이번엔 제대로 해보려구요. 줄넘기가 간단한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효과가 있어요. 벌써 체중이..


운동 후 땀에 흠뻑 젖은 인증사진을 보여준다. 힘겨워 보이는 얼굴이나 표정은 실천한 자의 만족감이 가득하고 싱그러웠다.


다른 친구도 부끄러운 도시락을 꺼내듯 말한다.

-사소한 건데요. 아이디어를 회사 측에 낸 적이 있는데 이번에 부서에서 우수사원상을 받았어요.

-최고다! 축하해. 니가 어렵게 들어간 회사였잖아.

너의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니 정말 다행이다.


가방을 뒤적이더니 부상으로 받은 이름 새겨진 만년필을 보여준다. 그의 눈빛이 펜촉보다 눈부시고 샤프해 보인다.


수업만 했다면 몰랐을 그들의 관심사를 알게 되니 유대감과 이해도가 깊어진 듯하다. 무엇보다 그들의 학습태도가 적극적이고 바르다.


자랑은 자신과 관계된 것들 드러내 보이는 것이다. 자랑하는 이와 일방적으로 관계된 이야기이기에 듣는 쪽에서 무관심한 내용일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러움을 자극하거나 열등감을 부추기는 것을 우려해서 하지도 않고 듣지도 않으려 한다. 그나마 상호가 배려하는 경우는 자랑무풍지대가 되지만 어떤 경우는 지나치게 자랑을 쏟아내 당장 지금의 관계가 위태로운 어리석음을 범하기도 한다. 적어도 나와의 관계가 느슨한 이가 아니라면 그의 자랑을 들어준다. 지금 이렇게라도 말하지 않으면 자존감을 회복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절실함을 내포하고 있으니 말이다. 내게는 사소하고 무관한 자랑일지라도 당사자에게는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이다. 그와 관계된 것들의 자랑을 듣는 것은 그를 잘 이해하는데 더없이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자신과 밀접하게 관계된 자신만의 관심사와 자랑거리를 말하고 싶어 한다. 요즘은 사이버스페이스에서 익명의 다수에게 던진다. 자랑하며 밥과 술을 사지 않아도 되고 자랑이 외면당해도 무수한 대체 인력들이 즐비하다. 공유하는 서로의 히스토리가 빈약하기에 자랑은 늘 공허하고 반응도 성에 차지 않는다. 그런 탓일까. 실세계에서의 자랑을 들어주는 것은 남다르고 귀 해 보인다.


나의 초라한 능력은 가까운 이들의 자랑을 청해 듣는 것이다. 가끔은 자랑이 고민으로 넘어가 이야기가 상담이 되기도 하지만 그러면 어떠랴. 인정 욕구가 필요하면 충분히 인정해 주고 상대의 관계 지어진 것들의 굿뉴스는 나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로 확장해 생각하면 서로 행복한 일이 된다. 당신은 지금 누구에게 어떤 자랑을 하고 싶은가. 혹시 그 대상이 많을수록 좋다면 이곳에도 마음껏 풀어놓고 가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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