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이숲오 eSOOPo
Aug 24. 2022
나의 초능력들 32
그리워하기 : 참 나로 사는 작동원리
그리움 없이 어디에 가 닿은 적이 있었던가
일반적으로 그리움이란 어떤 대상에 대해 그것에 다다르기 위한 애타는 마음이나 애틋한 마음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리워하는 이를 무엇에 휘둘리는 자로 국한시켜서는 안 된다. 무언가에 마음이 사로잡혀 내장이 타들어가는 정도 가지고 그리움을 모두 포괄했다고 생각한다면 섣부른 판단이 아닐 수 없다. 그리움의 진수는 그리워하는 주체가 적극적으로 그리움의 상태를 형성하고 그리움의 에너지를 스스로 생성하는 것이다.
그리움은 그리다에서 왔을 것이 분명하기에 그리워하다는 '(욕망하는 대상에 대해) 그리기를 기꺼워하다'로 풀어 말할 수 있다. 그것은 종이 위가 아닌 마음속에 그려보는 일일 터이고 수도 없이 그리고 지우고를 반복하는 행위다. 그려도 그려진 것이 아니고 그려놓아도 쉬 사라지는 그림이기에 붙잡아 두려면 다른 묘책이 필요하다. 그래서 간절하고 속절없고 지난하다. 그렇다고 허무함으로 끝나지는 않으리라. 그리움은 샘과 같으니.
그리움의 맛을 안타까움으로만 맛봤다면 다른 관점이 필요하다. 그리워하는 것은 결코 부정적이고 어둡지 않다. 즐거운 파티 전 주최하는 호스트와 호스티스의 마음 같은 것이다. 무엇으로 게스트를 기쁘게 할 것인가의 상수부터 어떻게 서프라이즈 할 것인가와 같은 변수까지를 상상하는 마음이 자발적 그리움의 색깔이다. 그것은 그리워하는 자가 디자인하고 생산하는 것이라 매번 어쩔 수 없어하는 수동적 그리움과는 결이 다르다.
그리움은 식욕과 닮았다. 그리운 마음을 허기 지울수록 그리움의 탐닉 대상에 대한 욕구는 왕성했다. 글을 쓸 때에도 글감을 찾으려 하지 않고 그리움을 가지려고 노력했다. 자판을 치다 보니 글과 그리움은 비슷한 손놀림에서 글자가 형성된다는 우연도 발견한다. 그렇게 우연의 골목에 접어들면 그리움은 더욱 커져가고 그리움은 배회하던 그 길들에서 무언가를 반드시 손에 쥐고 돌아온다. 그러고 보니 순우리말 '(손에)글어쥐다'도 그리워하다에서 왔네.
나의 초라한 능력은 무언가를 끝도 없이 그리워하는 것이다. 무형일수록 그리움의 깊이는 그 한계를 가지지 않았다. 그리움이라는 산책을 나서는 날에는 그리워하는 일이 행복해서 그리워하고 있다는 사실조차도 잊기도 한다. 그동안 간 곳들은 그리움의 폐허들이었고 쓴 글들은 그리움의 배설물들이었으며 쏟아낸 말들은 그리움의 유언들이었다. 그렇게 수도 없이 그리워하면서도 그리워하고 싶어 오늘도 그리움의 글을 쓰고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