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이숲오 eSOOPo
Sep 07. 2022
연속 6개월 브런치에 글을 쓴다는 것
전업작가가 되기 위해 글 근육을 키우고 있습니다
천천히 가는 것을 걱정하지 않고
멈추려 하는 것을 두려워 하리라
오늘은 브런치에서 글쓰기를 시작한 지 정확히 6개월 되는 날이다. 한 달도 버거운 일이 될 것 같았던 글쓰기가 무려 반년이나 지속되었다. 잘하는 일조차도 끊임없이 하는 것이 서툰 나이기에 글쓰기라는 서툰 일을 날마다 해왔다는 것에 무엇보다 흥분되고 묘한 기분들이 교차한다. 이쯤에서 섣부른 자축의 무용담보다는 한 단락 의미들을 정리하고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아무런 글쓰기 교육을 받지 않은 초보 저자로서 매일 1,200~1,500자의 글을 인용 없는 창작으로만 써낸다는 것이 그리 녹록지 않은 작업이었다. 특히나 큰 주제를 향해 소주제를 날마다 다르게 쓰는 일은 뻔한 옷장에서 매일 다른 조합의 의상을 갖춰 입고 외출하는 일처럼 난감의 연속이었다. 어쩌랴! 오늘의 글감이 궁색하다고 펜을 놓고 하루를 거르는 순간 영원히 쓸 수 없을 것 같았다. 오늘 힘겨워 못 오른 산을 내일이라고 별 묘수가 없을 테니까 말이다. 오히려 더 큰 못하게 하는 이유나 핑계가 '불가피'라는 그럴듯한 개연성의 가면을 쓰고 가로막을 것이다. 그렇게 유혹과 티격태격하며 글을 써가면서 글쓰기는 테크닉보다 태도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때부턴 일과의 우선순위에서 글쓰기가 세수와 식사보다 앞으로 자리하기 시작했다. 몸을 씻고 몸에 음식을 넣는 것을 시간 날 때 하는 것이 아니듯 미룰 수 없는 일의 범주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나는 미리 글감의 소재를 미리 정하지 않는다. 아니 못한다. 어떤 작가는 한 달씩의 소주제를 미리 정해 쓴다는데 마치 한 달 식단을 정해 식사를 하는 것 같이 경이롭게 보였다. 어떤 날은 정해놓은 메뉴가 먹고 싶지 않을 텐데 어떻게 기계처럼 할 수 있을까 신기했다. 나는 경로가 유연한 여행을 하듯 글쓰기를 즐겨왔다. 아침에 일어나 소재가 바로 떠오르지 않아도 조급해하지 않았다. 내 안으로 조금만 깊숙이 들어가 차분히 들여다보면 아직 열어보지 않은 방들과 펼쳐보지 않은 상자들이 수도 없이 널려 있었다. 그다음 여느냐 마느냐와 펼치느냐 마느냐는 재능보다 의지의 문제였다.
우연히도 브런치 글쓰기 연속 6개월이 되는 오늘! 나의 생일이기도 하다. 육체의 탄생일에 작가로 거듭 태어나는 날이기도 해서 더욱 뜻깊다. 아직 문장이 허약하고 부족하지만 앞으로의 지속적인 글쓰기는 나의 글 근육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지난 반년 간 한 권의 소설과 두 권의 에세이를 써낼 수 있었던 182일간의 같지만 달랐던 나들(각각 달랐던 나의 복수형을 달리 표현 못하겠다)에게 또다시 분발해보자고 부탁하고 싶다. 부디 나들이 거절하지 않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