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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Sep 25. 2022

연속 200회 브런치 발행에 부쳐

200번의 절망 200번의 기회

날마다 최선을 다해 실패해야

그나마 포기하지는 않게 돼요


오늘이 이백 번째 발행인 거 천만다행입니다.

오늘 쓸 주제를 정해놓고도 한 문장도 써내지 못하는 자신을 질책하고 있던 중이었거든요.

연속 100일 글쓰기 기념 때도 그렇고 무슨 날을 기념하는 건 그만하고 싶은데 꼭 그날이 되면 아무 생각도 안 나고 쉬고픈 마음이 굴뚝이 됩니다.

매일 쓴다고 내일 쓰게 된다는 보장은 없다는 걸 갈수록 실감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매일이 글쓰기를 위한 사투입니다.

가끔씩 즐겁게 술술 손끝에서 누에가 실을 뽑듯 써지기도 하지만 흔한 일은 아닙니다.

하루는 이른 새벽 단숨에 써지다가도

하루는 자정 가까이 겨우 마무리합니다.

그래서 두렵고  

그래서 설렙니다.

이러나저러나 하루 안에 한 편씩은 발행합니다.

그 약속만은 이백 날을 지켜온 셈입니다.

가장 좋은 글은 아직 써내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실패로 보일 수 있습니다.

실패도 시도하는 자만이 획득하는 훈장입니다.

실패일지언정 이내 기회로 다가옵니다.

하나의 주제를 정해 연재 방식으로 글을 씁니다.

어떤 때는 쓸 이야기가 많을 것 같았는데 오래가지 못하기도 하고

어떤 경우는 줄줄이 끝말잇기처럼 이어지기도 합니다.

주제는 저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주를 푸는 일이 매일의 글쓰기입니다.

직접 써 내려가야 저주가 주문으로 바뀝니다.

일정 분량의 문장을 만들고 안도의 한숨을 쉽니다.

글 쓰는 지금 어디선가 구수한 냄새가 납니다.

요크셔 별이는 정해진 자리에 볼일을 봅니다.

내 마음에도 날마다 아무 때나 내 영혼이 똥을 누고 가는 것이 분명합니다.

치우지 않으면 나만 불편합니다.

그 냄새는 나만 맡아지기 때문입니다.

비로소 개운해집니다. 한 편의 글을 발로 쓰든 엉덩이로 쓰든 써야만 합니다. 그래야 하루가 끝납니다. 아니 내일 쓸 자격을 겨우 얻게 됩니다.

자유로운 글쓰기는 불가능합니다.

가두지 않으면 거둘 수 없습니다.

역설적이게도 나를 불편하게 할수록

글이 편안하게 읽힌다는 겁니다.

그래서 아직 부족하다고 느끼고 절망을 밥 먹듯 하고 있습니다.

다음 300회 발행까지는 이전과 다른 난관이 기다립니다.

곧 시작할 논문 쓰기와 병행 가능할지도 의문이고

두 번째 책 출간 준비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보다 건강이, 의지가, 능력이, 바이오리듬이, 변덕스런 기분들이  더 걱정입니다.

이제 화두를 던지기 시작한 사물과 마음에게 미안한 오늘,

10진수 인간이다보니 이런 단위의 날에는 반드시 매듭짓기를 해야합니다.

편히 하루 보냈다고 내일의 글쓰기가 거저 주어지지 않습니다.

습도에 어긋나는 기타줄을 조율하듯

바람에 흔들리는 저울의 추를 바투 잡듯

그렇게 균형의 발걸음으로 서두르지도 느긋하지도 않은 채 시나브로 나아갈 겁니다.

결코 익숙하지 않은 목소리로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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