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이숲오 eSOOPo
Oct 01. 2022
엄지와 검지와 중지가 모여서
하늘과 바람과 구름을 자르네
가위질은 반복되는 악수의 다름 아니다.
갈라놓은 듯 보이지만 적절하게 거리두기를 권하고 있다.
분열이 아닌 구분을 가리킨다.
거침없는 나아감이 세상은 본디 두 조각이 옳았다고 말하는 것 같다.
가위가 지나간 후 그곳은 공정한 폐허가 된다.
가위는 바위와 보자기보다 역동적이다.
의욕이 불타오른 이는 늘 가위를 내민다.
가위를 낼 것 같은 의도를 들키더라도 가위를 낸 자는 마음이 개운해진 것에 만족한다.
가위 이외에는 들이밀 생각이 추호도 없는 것이다.
트로트만 부르는 노래방 자리에서 발라드를 예약한 자의 용기에 가깝다.
그는 아무도 해치지 않고 모두를 전복할 것이다.
가위는 세 손가락으로 하는 유일한 노동이다.
어쩌면 스포츠와 노동 사이에 가위질이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볼링공을 파지 하거나 야구공을 던지는 투수의 파지가 가위질과 닮았으나 감싸는 것과 짜는 건 다르다.
가위를 다루는 건 손놀림보다 시선에 있다.
가위의 벌어진 날 끝보다 안쪽 날들의 교차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위소리는 결코 엿장수 마음이 제멋대로라는 말이 아니다.
16세기 바로크음악처럼 유연한 여백을 가진다.
아무렇게나 내는 것 같지만 장악한 자만이 보여줄 수 있는 운신의 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