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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Sep 29. 2022

사물과 마음 사이 V

우산과 안심

오늘은 어떤 사물이 그대를 안심하게 하나요


대부분 일기예보를 보는 이유는 기온보다 날씨 때문이다.

낮 기온이 20도냐 23도냐에는 민감하지 않지만 비가 오냐 안 오냐는 주목이 된다.

집을 나서기 전에 준비해야 할 사물을 챙기냐 마냐의 문제로 연결된다.

우산은 비가 오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목적이 하나인 사물들은 이 점이 한계다. 우산에 보조배터리 기능과 같은 펼치지 않을 때의 용도가 있다면 거추장스러운 사물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잔뜩 찌푸린 하늘을 보고 절반의 확률이라면 우산을 들고나가는 것으로 마음을 세운다.

들고나가는 것이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비가 오지 않으면 잃어버릴 확률이 높다.

쓸모없는 사물을 이동할 때마다 놓치지 않기는 쉽지 않다.

곁에 두고 시선을 붙박지 않으면 모든 사물은 스스로 떠나버리거나 증발해버린다.


불안한 미래에 대한 마음의 편안함을 위해 치르는 크고 작은 대가들이 너무나 많다.

미로처럼 복잡한 조항의 보험이 그러하고

눈에도 안 보이는 내 몸의 정기 건강검진이 그러하고

알록달록 성분도 헷갈리는 영양제 복용이 그러하고

부모에 대한 효도와 지인에 대한 우정이 그러하고

낯선 존재와의 사랑과 낯익은 존재와의 이별이 그러하고

필요할지도 모르리라 확신한 물건을 미리 구입하는 것이 그러하고

소나기에 몸을 피할 우산을 준비하는 것이 그러하다.

지나치게 안심을 욕심내고 있는 건 아닐까.

안심을 위장한 사물들은 가지면 가질수록 불안으로 치닫게 한다.

더 큰 안심이 있을 것 같은 욕심 섞인 마음이 된다.

우산을 쓰지 않으면 산성비를 맞는다는 불안,

머리가 빠지거나 몸에서 쉰 내가 날 것이라는 불안 등

비 맞은 모습이 청승맞거나 우비는 더 번거롭다는 생각들도 우산을 찾게 한다.


안심은 사물로 거머쥘 수 있는가.

안심은 헤집는 마음을 진정시켜놓은 일시적 상태에 불과하다.

유리컵에 미숫가루를 한 움큼 넣고 반쯤 저은 상태와 유사하다.

완전히 용해되지 않은 바닥의 가루는 불안의 잠재요인이다.

언제나 안심은 불안들 사이의 경계에 있다.

안심들이 버티고 있는 가운데 잠깐의 불안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다.

그래서 인간은 익숙한 불안을 피해 안심을 동경하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협소하거나 부족한 것들에 욕망하는 우리가 아닌가.

생각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아 불안의 순간마다 불안을 가려줄 사물들을 배치한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는다면 불안에 깔려 버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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