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지금 시낭송이 필요하다 68회

뜬구름 잡아 박제하기

by 이숲오 eSOO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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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부터 예술은 뜬구름을 잡아다가 박제하는 일이었다. 아직까지 뜬구름을 걷어들였다는 이야기도 없고 뜬구름을 박제한 사례도 없으니 제대로 된 예술이 완성된 적이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누구나가 뜬구름을 잡아 보지만 그 행태는 자랑스레 보이지 않아서 그것은 없었던 일이 되어버렸다. 약속된 시간과 장소에서 공을 차야 그것을 운동경기라고 인정할 것이다. 게다가 뜬구름을 박제하는 일은 얼마나 속 터지는 일인가.

흩어지지 않게 구름을 잡는 일부터 부패방지를 위한 솜이나 대팻밥을 구름 사이사이에 넣는 일까지 꼼꼼히 구름을 다뤄야 할 테니 말이다. 세상은 여기까지만 하자고 해도 미쳤다며 내민 손을 매몰차게 뿌리칠 것이다. 그런 것이 어디 있냐고 할 것이다.


뜬구름이 존재하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박제하는 일도 실제 존재한다. 그 사이가 연결될 수 없다고 지레 판단하고 아무도 시도하지 않을 뿐이다. 그걸 한다고 밥이 나오냐 술이 생기냐 할 것이다. 노인은 시낭송이야말로 저 하늘의 뜬구름을 바가지로 퍼다가 살아 있는 듯 고정시키는 일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노인 앞에 던져진 시들은 뜬구름처럼 제모습을 순간순간 바꾸며 흐르고 있었고 낭송은 추상의 모양을 실감 나게 잡아가는 박제의 과정과 지독히도 흡사했다.


구름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이야기지만 노인은 구름을 소리로 표현하려 애쓴 적이 있다. 구름의 종류들만큼 목소리에 묻어나는 다양한 감정들을 구분해 전할 수 있다면 그것은 박제의 완성이 될 거라는 확신도 했다. 구름 사이에서 비, 천둥, 번개가 생기듯 수많은 감정의 소리 사이에서 사건이 꿈틀대고 나타났다 사라지곤 했다. 순간을 포착하는 것이 진정한 감성의 획득이었기에 노인의 이 같은 집착은 충분히 이해가 갔다.


노인은 한참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하늘이다. 높이도 깊이도 가늠할 수 없는 끝없는 파랑. 지구 상에 살아있는 생명체들 중 단 두 종만이 파란 색소를 지닐 만큼 인공에 가까운 색 파랑. 바다도 파랑이 아니듯 하늘도 파랑이 아니다. 빛의 장난으로 인간의 불완전한 망막에 맺힌 허상일 뿐이다. 구름이 없으니 하늘이 더욱 가짜로 보였다. 하늘에는 뜬구름만이 진짜가 아닐까. 신은 인간에게 가끔씩 진실을 보여주는 걸지도 모르겠다고 노인은 상상했다. 뜬금없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뜬구름같은 것을 통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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