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밤새 만족할만한 렘수면을 가지지 못하고 말았다. 불안이 느닷없이 오는 날이면 어찌할 수가 없다. 잘 청소해둔 방에서 징그러운 벌레를 만난 것처럼 몸을 최대한 멀리 밀착하고 시선을 그것의 움직임에 따라 조금씩 따라가 본다. 작은 공포는 벌레가 책장 뒤 틈새로 숨어드는 순간 커다란 불안으로 바뀐다. 불안은 그 실체가 보이지 않을 때 자신의 덩치를 키워 위협한다. 차라리 그 실체가 덩치 큰 벌레라 할지라도 짐작할 수 있다면 스프레이 살충제라는 대책이 있을 텐데. 소년은 막연하고 답답하고 대책 없는 밤을 보낸 것이다.
무엇 때문일까. 소년은 지난 기억들을 더듬어 막 시작한 직소퍼즐의 조각을 고르듯 더듬어 보았다. 눈에 띄는 이미지의 퍼즐만 찾아도 주변의 퍼즐 고르기는 수월해질 것이고 전체적인 실체도 금세 파악이 될 것 같았다. 소년 앞에 흩어져 있는 조각들은 깊은 바닷속 이미지를 표현한 1000 피스의 난이도 파편들이었다. 모두가 비슷하면서 미세하게 다른 모양을 가지고 있다. 무심코 작은 원인이 이 지경으로 소년을 몰고 왔을지도 모른다. 대체로 불안은 사고처럼 당하는 것이라 피해자의 심정이 된다.
-해야 할 이유를 찾아야 하는데 그러질 못합니다.
앞뒤 맥락이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노인의 대구가 짧게 기억날 뿐이다.
-그럴 때에는 하지 않아야 할 이유를 떠올려보게.
어떤가. 해야 할 이유만큼 하지 않아야 할 이유도 명확하지가 않을 걸세. 그렇다면 애초부터 그 고민은 의미가 없는 질문이었던 거지.
나의 길을 가다가 확신이 섰다 싶다가도 이내 길을 잃어버리곤 한다. 인색한 표지판 기호보다 친절한 누군가의 안내를 실시간으로 받으며 가고 싶기도 하다. 그러나 그것은 불가능하다. 그 손을 잡는 순간 나의 길이 아닌 것이 되기 때문이다.
소년은 계획에 없던 일출을 보며 막 떠오르는 태양이 불안의 실체는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 불안은 불만의 또 다른 내적 혼란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이럴 때일수록 낯선 누군가의 정제된 목소리를 듣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 라디오를 틀었다. 소년은 이내 실망했다. 라디오에서는 밤새 사건사고와 정치 경제 뉴스로 세상의 불안한 이야기들을 쏟아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