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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Dec 10. 2024

피곤한 순환

0912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를 때에는 어디에서부터 말하지 못하고 있는지를 생각한다


무엇을 말해야 할지 모를 때에는 어디로부터 듣지 못하고 있는지를 살핀다


무엇을 들어야 할지 모를 때에는 어디까지 행동하지 못하고 있는지를 돌아본다


무엇을 행동해야 할지 모를 때에는 어디마저 쓰지 못하고 있는지를 되짚는다


쓰는 것은 말하는 것이고 

말하는 것은 듣는 것이고

듣는 것은 행동하는 것이고

행동하는 것은 쓰는 것이니


그래서 쓸 때에는 입을 바라보고 말할 때에는 귀를 바라보고 들을 때에는 발을 바라보고 행동할 때에는 손을 바라보고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알고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바라는 것이고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연결이 되고


피곤하다


호흡하는 모든 것들은

순환하는 모든 것들은

배설하는 모든 것들은

돌아오는 모든 것들은


지쳐 누워있는 강아지

지쳐 서 있는 벤자민

지쳐 흐르는 저 강물

지쳐 흩어지는 구름들


날마다 지쳐서 행복합니다


적어도 멈추어 있지 않으니 버젓이 죽은 상태는 아니니까요


더 아름답게 지칠거에요


더 멀리 몸이 미끌어지도록 지칠거에요


빨강이 되었다가 파랑이 되었다가 너무 빠르게 바뀌는 날에는 보라로 보였다가 또 아니었다가


멈추는 순간 피곤이 도망갈지도 모릅니다


곤란하다고 피하는 건 이제 안 할 거에요


더 새로운 피곤을 창조하겠습니다


누구보다 피곤의 다양한 유형을 자랑해 보겠습니다


저 산에 젖산을 묻으며 매일 피곤을 등반해 보겠습니다


https://brunch.co.kr/@voice4u/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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