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18
이미 가 본 길에의 익숙함
어제와 비슷한 표정의 안정감
한 줌의 실수도 허용하지 않는 정체된 이미지들
이 모든 박제된 허상들이 지옥이다
그 지옥을 편안한 듯 걷는 것이 불안이다
이 불안은 한 치 앞을 몰라서 가지는 불안과 다른 결의 불안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불안이 검은 불안이라면 낯익은 것에 대한 반감이 하얀 불안이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도 불안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그 불안의 질을 선택할 뿐이다
새하얀 불안은 안으로 위축되지 않고 밖으로 달려나가려는 에너지가 강하다
재편을 멈추지 않고 '다시 읽기'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아무리 훌륭한 확립도 하얀 불안 앞에서는 허물어질 대상이다
더 좋은 것을 보장하지 않아도
더 나쁜 것이 세워진다 하여도
하얀 불안은 '지금'을 지향한다
그것을 관통한 모든 것들은 시간의 수순을 배반한다
진보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고 진행이 우선된다
더 낫다는 것은 없으며 '그것과 다르다'는 것만 있다
검은 불안에는 별빛이나 섬광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