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22
무엇이 나를 꾸준히 떠밀었는가
의지가 발의 일이었다면
나의 슬픔은 절름발이다
자위하는 배우의 연극을 보고 돌아오는 대학로의 골목길은 스산했다
아픔은 애초부터 나눌 수 없는 분수들의 총합이었다
저기 자동차 밑에 웅크리고 있는 길고양이를 쓰다듬자 온기가 느껴진다
새해에도 올해만큼 허술할까 허전할까 허기에 허덕일까 허허허 지나가는 폐지 할아버지가 웃는다
생각보다 마무리는 명료하지 않다 모든 일이 대체로 그렇다 엿가락처럼 어금니에서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호의는 악수가 아니다 박수도 아니고 펭수도 아니고 지하수도 아니고 길 건너 옥탑에 살고 있는 철수도 아니다
여전히 하늘은 뚱하다
뭐라고 말을 붙여야 할지 몰라서 전깃줄에 새들을 줄 지워 세운다
그렇게 잘난 척하더니만 고작 그거 보여주려고 폼을 잡은 거냐
새들은 혼자서는 침묵하지만 여럿 모이면 인간의 언어를 곧잘 흉내 낸다
여태껏 1년이 365일인 줄 알고 너무 여유 부린 자신이 초라하다
잠의 개수와 날의 개수가 일치하지 않음을 알고 달력을 다시 넘긴다
그래서 년도가 1년이 끝날 지점에 다다라도 입에 잘 붙지 않았구나
잘 모르겠으면 사랑한다고 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