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인디스콜라 결과공유회&연구 결과보고서
2025년 2월 14일 금요일 저녁, 7개월 동안 진행된 인디스콜라의 결과공유회가 열렸습니다. 늦은 시간임에도 현직 초등교사의 생생한 고민이 담긴 연구에 관심 있는 약 30여 분이 온오프라인으로 참여해 주셨어요.
'인디스콜라'는 인디스쿨의 교육현장연구 생태계 활성화 사업으로, 24년 처음으로 운영되었습니다.
23년 서이초 사건으로 시작된 초등교사의 대규모 집회가 있었는데요. 그때 표출된 초등교사의 목소리가 한 번의 불꽃이 아니라 오랫동안 지속되는 방법을 인디스쿨은 고민했습니다. 그 방법으로 '연구'라는 도구를 선택하게 되었고요.
현장의 문제와 어려움이 개인의 불만으로 폄훼되지 않고 현장의 목소리로 남기를 바라며 현장연구자를 지원하고자 했습니다. 어떤 문제의 피해자가 아니라 교육 활동의 당사자로서 교육활동을 어렵게 하는 다양한 요인을 연구하고, 더 좋은 공교육 환경을 제안하는 연구자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 연구자들이 지치지 않고 서로 지지대 삼아 꾸준히 연구하는 커뮤니티를 형성하고자 했습니다.
•연구를 책임지고 진행한 현장연구자 7명, 연구의 방향을 잡아준 멘토 3명, 사업을 기획하고 연구 지원한 인디스쿨 3명이 함께 했습니다.
•198일 동안 7회의 온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연구를 발전시켰고요.
•234개의 자료(논문 등)를 참고하여 이론적인 토대를 쌓았습니다.
•2,196명(누적)의 초등교사가 설문조사에 참여해 의견을 전달해 주셨고, 11명의 인터뷰이를 33번(누적)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총 7건의 연구가 발표되었습니다.
개인의 작은 고민에서 시작해, 많은 선생님의 설문과 인터뷰를 자양분 삼아 연구로 발전된 7건의 연구를 소개합니다!
1. 김혜연, <학교 내 지원이 초등 교사의 효능감과 조직몰입에 미치는 영향>
2. 김명순, <초등교사의 자아탄력성 수준에 관한 연구>
3. 정지원, <중간경력 초등교사의 정체성 고민에 대한 질적연구 : 현실 모습과 이상적 모습 간 괴리를 중심으로>
4. 이원범, <교원 성과상여금 제도와 초등교사 전문성개발동기 및 전문성에 대한 분석>
5. 임현탁, <초등교사의 범교과 학습 주제 교육과정 운영에 대한 인식 연구>
6. 하민영, <초등교사 요구 분석을 통한 학교 행정업무 경감 정책의 실효성 제고 방안>
7. 정은지, <의원면직 저경력 교사의 교직이탈 동기에 대한 질적 연구>
*최종 연구보고서가 궁금하시다면, 본 게시글 하단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첫 발표는 김혜연 연구자님의 <학교 내 지원이 초등 교사의 효능감과 조직몰입에 미치는 영향>이었습니다. 초등 교사가 인식하는 '학교 내 지원'이 '교사 효능감'과 '조직몰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였는데요.
교사의 자존감 향상과 학교에 대한 헌신을 위해서 학생의 역할이 핵심적이며, 조직 몰입을 위해서는 관리자가 정서/업무적으로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음을 밝혔습니다. 또한 교사의 효능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동료 교사와 부장 교사의 협력과 지지가 필요하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연구를 통해 학생이 교사를 신뢰하고 지지하는 학교 문화가 형성되어야 한다고 말했어요. 또한 동료 교사와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소통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며, 관리자의 역할을 명료화하고 관리자의 지원 방식과 내용을 개선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교육청과 지역 사회 차원에서 교사 지원 시스템 구축해야 하며 교사 효능감과 조직몰입을 높일 수 있는 보상체계 마련을 제언했어요.
김명순 연구자님은 인디스콜라에서 초등교사의 자아탄력성 수준을 알아보고, 배경변인(개인변인, 교직환경변인)에 따른 자아탄력성의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았습니다.
'자아탄력성'이란 일상적 스트레스 상황이나 변화하는 환경적 요구에서 자아통제 수준을 회복할 수 있는 적응능력으로 정의했는데요. 초등교사의 자아탄력성 평균은 3.13으로 보통보다 약간 높은 수치로 나타났습니다. 개인 변인에는 유의미한 차이가 보이지 않았지만, 행정업무 처리시간과 담임 여부, 교권 침해 관련, 심리적 지원 관련 변인에 따른 자아탄력성의 차이가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김명순 연구자는 교직환경이 자아탄력성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초등교사의 자아탄력성 향상을 위해 행정업무 축소, 담임 업무 조정, 교권 보호, 심리적 지원 확대 등의 교직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정지원 연구자님은 학교에서 경험한 중간경력 초등교사의 현실 모습과 그들이 생각하는 자신의 이상적 모습을 살펴보고 이 둘 사이의 괴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교육적 의미에 대해 탐구했습니다.
15년 차 전후의 교직경력을 가진 초등교사 6명의 이야기를 모아 질적 연구를 진행했는데요.
중간경력 초등교사의 현실 모습은 체계적이지 않은 근무환경에서 매년 새롭게 적응하고 있는 ‘결함투성이 비전문가’, 조직에서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지만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없는 ‘수동적 순응자’, 학교에서 끼인 세대가 되어 버린 ‘어정쩡하게 끼인 샌드위치’의 세 가지 모습으로 분석했습니다.
반면에 초등교사가 바라는 이상적 모습은 근무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완전무결한 전문가’,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여 타인을 돕는 ‘능동적 봉사자’ 그리고 시대 흐름을 주도하거나 편승할 수 있는 ‘전지적 주인공’의 모습이었습니다.
괴리가 생기는 이유로 학교 근무 환경의 변화와 교사의 권위 실추, 이를 부추기는 언론과 숫자로 가치의 중요도를 측정해 버리는 사회분위기 속에서 복합적으로 발생하는 결과로 분석했습니다.
이원범 연구자님은 교원 성과상여금 제도가 초등교사의 전문성개발동기와 교사전문성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했습니다.
교직경력이 많은 초등교사가 경력이 적은 교사보다 학교에서 지도적인 위치에 대한 동기가 강하며, 부장교사가 일반교사보다 전문성개발동기와 전문성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다는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따라서 보직이 교사의 전문성 신장과 관련 있다고 분석했어요. 또한 성과상여금 등급이 높은 교사일수록 담당 업무를 수행하는 능력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의지와 책임감이 강하며, 행정업무를 수행하는 전문성이 높다는 결과가 도출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교원 성과상여금 제도는 행정업무 수행 전문성 신장에 기여한다고 분석했습니다.
따라서 업무 중심의 평가가 아닌 수업 및 생활지도, 전문성 개발 활동을 균형 있게 평가해야 하며, 수업과 생활지도 전문성을 평가할 수 있는 객관적 지표가 개발되어야 하고, 보직을 기피하지 않는 교직문화 마련되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임현탁 연구자님은 초등 교사를 대상으로 범교과 학습 주제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에 대한 인식을 조사했습니다. 범교과 학습주제란 안전・건강, 인성, 진로, 민주시민 등 다양한 영역을 아우르는 학습을 말하는데요. 그러나 논의 없이 급격하게 늘어나 학교 자율 운영을 방해한다는 문제가 제기되기도 합니다.
범교과 학습 주제의 문제점에 대한 교사의 인식은 평균 4.39로, 초등교사가 범교과 학습 주제에 대한 문제를 대체로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요구 내용 과다'가 가장 높아 교사들이 학교 교육과정에 요구되는 범교과 학습 주제 내용이 많다고 느끼는 경향이 보였어요. 또한 지역별로 범교과 학습 주제 운영 방식이나 교육과정 편성에 주로 사용하는 도구 등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결과롤 토대로 시도교육청별 범교과 학습 주제 편성에 대한 접근이 다르다는 점을 추론해 볼 수 있어, 범교과 학습 주제 편성 방식을 현실적으로 제시하고 편성 도구 개발 및 이용료 지원 등 효과적인 지원이 이뤄어져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하민영 연구자님은 초등교사의 업무 부담 실태와 2024년에 교육부에서 발표한 「학교 행정업무 경감 및 효율화 방안」에 대한 초등교사의 요구를 분석하여 학교 행정업무 경감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285명의 설문조사 결과, 초등교사는 직무 수행 시간 중 교육활동에 가장 많은 시간을 사용했지만 수업 준비보다 행정업무에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있었습니다. 남성 교사, 부장교사, 비담임교사, 소규모 학교 근무가 행정업무 수행 시간이 많은 편이었고요. 초등교사들은 학교 행정업무 경감 방안으로 ‘경감’이나 ‘효율화’보다 ‘이관’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결과를 토대로 교사들의 행정업무 부담을 줄이고 본연의 교육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를 위해 교육과 관련 없는 업무는 관련 기관으로 이관하고, 교육지원청의 역할 강화를 제안했습니다. 또한 ‘직종별 업무 표준안’과 ‘교무학사 전담교사제’ 도입을 통해 학교 내 체계적인 업무 분담이 필요하다고 언급했습니다. 아울러, 소규모 학교에 대한 정책 연구 및 지원 강화와 교사의 수업 준비 시간을 확보하는 정책이 시행되어야 한다는 제언으로 마무리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정은지 연구자님의 발표가 있었는데요. '교사가 나의 길이 맞을까?'라는 생각에서 시작한, 의원면직한 저경력 교사가 교직을 이탈한 동기를 알아보는 연구였습니다.
7년 이하의 초등 교직 생활 후, 의원면직한 5명의 이야기를 소상황, 매개상황, 대상황으로 나눠서 상황분석을 진행했습니다.
소상황에서는 교대에 진학해 교직에 들어와서 교직을 떠나기까지의 과정을 ‘교직으로 진입’, ‘교사라는 터널’, ‘교직에서 탈출’로 제시하였고요. 매개상황으로 어떠한 인과적 기제들이 모여 의원면직으로 귀결되었는지 ‘외부로부터 더 이상 휘둘리지 않는 나’, ‘학교에서 맞닥뜨린 문제와 사람들’, ‘나에게 필요한 성취를 찾아서’로 말했습니다. 마지막 대상황으로 의원면직을 야기한 사회의 구조적 요인을 ‘세대 차에 따른 직업의식의 변화’, ‘신공공관리주의와 교사노동의 소외’, ‘신자유주의적 생존자인 교사 주체의 개인화된 자아구성’으로 설명했습니다.
이를 통해 조직 공정성에 대해 세대별 구성원의 논의가 필요하며, 교육 구성원의 연대를 통해 공동체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또한 장기적인 관점에서 교육을 어떻게 바라보고 실천해야 하는지 교사 스스로 그 방향을 성찰해야 하며. ‘멘토-멘티'와 같은 밀착 지원으로 개별화된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인디스콜라 과정을 연구자 가까이에서 함께한 멘토 3분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는데요.
인디스콜라의 연구가 불편하거나 힘들지만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던 막막함을 초등 교사가 스스로 현장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교사가 행복하게 일하는 학교를 만들어가는데 인디스콜라의 연구들이 작은 보탬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해주셨어요.
더 나아가 경험공유회에 참여하신 분들에게 교육 현장에서 느끼는 문제를 '만족스럽지 않아'로 끝내지 않고, 목소리 내며 건강하게 해결하는 방법을 같이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전해주셨습니다.
현장연구자 분들에게도 따뜻한 축하의 말을 전했는데요. 인디스콜라 과정을 통해 연구자들이 교육현장을 한 발짝 떨어져 조망하고, 현장의 어려움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하면서 통찰하게 된 점을 짚어주셨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지금의 결과보고서를 수정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길 때, 학회에 게재하여 연구의 확장성을 높였으면 좋겠다는 응원의 말도 해주셨어요.
포기하지 말고, 하나씩 바꿔보자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공부해 보니 문제를 표현하고 해결하면서 조금씩,
여기까지 왔다는 걸 알 수 있었거든요.
서로 어려움을 나누면서 함께 바꿔나갔으면 좋겠어요.
한 현장연구자 분께서 연구보고서를 읽으시는 독자에게 전달하고 싶다며 해주신 말씀입니다. 이 글과 연구보고서를 읽으시는 분들께서 쉽지 않은 교육 현장에서도 포기하거나 냉소하지 않고, 같이 문제를 해결할 동료가 있다는 점을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