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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편 글로벌 대기업의 오픈이노베이션 허브 운영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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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Dr. Jin입니다.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BMW의 자율주행 기술, 삼성 스마트폰의 혁신적인 애플리케이션, LG 가전의 AI 기능들이 모두 대기업 연구소 안에서만 탄생한 것일까요? 아닙니다. 그 뒤에는 전 세계 곳곳에 숨어있는 스타트업들과의 치열한 협업이 있었습니다. 바로 '오픈이노베이션 허브'를 통해서 말이죠.

2025년 현재, 글로벌 대기업들은 단순히 제품을 만드는 것을 넘어 혁신 생태계의 '허브'가 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 거대한 흐름의 최전선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여기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함께 들여다보겠습니다.


1. 2025년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의 지형도


생성형 AI가 등장한 이후, 기술 혁신의 속도는 어마어마하게 빨라졌습니다. Mind the Bridge의 「Open Innovation Outlook 2025」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 내부의 연구개발만으로는 시장의 변화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AI가 6개월마다 새로운 지평을 열고, 바이오 기술이 매일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시대입니다. 새삼스럽지만, 대기업이 아무리 뛰어나도 모든 혁신을 혼자서 감당할 수 없죠.


2025년 오픈이노베이션 시장은 흥미로운 양면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2022년 벤처 불황 이후 전반적으로 벤처투자, CVC 투자의 규모는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기업들의 장기적 의지는 오히려 더 확고해졌습니다.


Mind the Bridge의 연례 조사 결과는, 2025년도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의 키워드는 효율화와 성과주의, 즉 가성비로 맞서고 있습니다. 이제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장기적인 인삼농사, 오픈이노베이션 액셀러레이팅은 지고, 보다 가성비 좋은 벤처링 수단들로 대체되고 있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벤처 클라이언트(Venture Client)' 모델의 부상입니다. 거의 모든 기업(90%)이 이미 이 접근법을 활용하고 있으며, 아직 도입하지 않은 소수 기업 중 7%도 가까운 시일 내 도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벤처 클라이언트란 대기업이 유망 스타트업의 고객이 되어주는 협업 형태로, 파일럿 프로젝트를 발주하거나 제품을 구매하여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는 동시에 자사는 혁신적 솔루션을 얻는 윈윈 모델입니다.


2. 글로벌 선도 기업들의 오픈이노베이션 허브 운영 전략


2.1 BMW Startup Garage: 벤처 클라이언트 모델의 선구자

독일 뮌헨 근교 가르힝(Garching)에 위치한 BMW Startup Garage는 오픈이노베이션 허브의 교과서적 사례입니다. 2015년 2월 설립된 이 조직은 세계 최초의 벤처 클라이언트 유닛으로, 2025년 현재 1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BMW Startup Garage의 성과는 놀랍습니다. 10년간 4,700개의 스타트업을 평가했고, 26개국 220개 이상의 신생 기업과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그중 30개 스타트업이 정식 공급업체로 자리 잡았습니다. 매년 평균 30개 스타트업이 프로그램을 완료하며, 연간 1,000개 이상의 스타트업과 대화를 나눕니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BMW의 글로벌 네트워크 전략입니다. 뮌헨 본사 외에도 미국 실리콘밸리(마운틴 뷰), 중국 상하이, 한국 서울, 일본 도쿄, 이스라엘 텔아비브, 그리고 2024년 신설된 미국 그린빌(Greenville)까지, 전 세계 주요 혁신 허브에 거점을 두고 있습니다. 각 지역의 BMW 기술사무소와 긴밀히 협력하며, 18명의 전문 인력이 글로벌 네트워크를 운영합니다.

BMW Startup Garage 프로그램의 핵심은 4개월간의 파일럿 프로젝트입니다. 스타트업은 BMW의 실제 비즈니스 유닛과 직접 협업하며 유료 개념증명(PoC) 프로젝트를 수행합니다. 이 과정에서 BMW는 고객이 되어 스타트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고, 성공적으로 검증되면 장기 공급 계약으로 이어집니다.

선정 기준도 명확합니다. 첫째, BMW 비즈니스에 명확한 유스케이스가 있어야 합니다. 둘째, 작동하는 프로토타입이나 제품이 있어야 합니다. 셋째, 전임 팀이 구성되어 있어야 합니다. 넷째, 기관 투자자로부터 펀딩을 받았거나 액셀러레이터를 졸업했어야 합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사례는 스위스 기업 Embotech입니다. 2018년부터 BMW와 협력하여 '자동 차량 마샬링(AVM)' 솔루션을 개발한 Embotech는 이제 BMW 생산 시설에서 차량을 자동으로 이동시키는 핵심 파트너가 되었고, 2024년 12월 BMW i Ventures가 지분 투자까지 단행했습니다.

BMW는 또한 테마별 오픈 챌린지를 정기적으로 개최합니다. 2021년에는 '360° Sustainability Challenge'를 통해 재활용 소재, 지속가능한 공급망, 에너지 효율적 생산, 모바일 인텔리전스, 스마트 빌딩 관리, 고객 중심 모빌리티, 지속가능 기술의 7개 분야에서 스타트업을 모집했습니다. 뮌헨 IAA Mobility에서 최종 우승자를 발표하는 등 글로벌 무대를 적극 활용합니다.

2020년에는 중국 알리바바와 협력하여 상하이에 'Joint Innovation Base'를 설립했습니다. 이 협업 인큐베이터는 3년간 300개 이상의 중국 스타트업에게 알리바바의 클라우드 컴퓨팅 인프라와 BMW 전문가 및 비즈니스 유닛에 대한 접근을 제공합니다. 중국이 디지털 혁신의 중심지로 부상하는 상황에서, BMW는 현지 스타트업 생태계와의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만든 것입니다.



2.2 Microsoft for Startups & Google for Startups: 클라우드 크레딧의 힘

빅테크 기업들의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은 조금 다릅니다. 물리적 허브보다는 클라우드 인프라와 개발 도구를 무기로 삼습니다.

Microsoft for Startups는 2008년 BizSpark로 시작해 2018년 현재 명칭으로 재편되었고, 2022년 3월 'Founders Hub'로 완전히 개편되며 펀딩 요건을 없앴습니다. 이제 아이디어만 있어도 누구나 가입할 수 있습니다.

핵심 혜택은 최대 15만 달러의 Azure 크레딧입니다. 4개 레벨(Ideate, Develop, Grow, Scale)로 나뉘어 단계별로 크레딧이 증가하며, 제품 검증과 출시, 성장을 지원합니다. Visual Studio Enterprise, GitHub Enterprise, Microsoft 365, LinkedIn Premium 등 개발 및 생산성 도구도 무료로 제공됩니다.

특히 AI 스타트업을 위해 OpenAI GPT 모델 접근권과 2,500달러의 OpenAI API 크레딧을 제공합니다. Azure OpenAI Service를 통해 GPT-4 등 최신 모델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Microsoft의 엔터프라이즈 고객 네트워크와 연결되는 공동 판매(co-selling) 기회도 제공되며, GrowthX Accelerator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중동과 아시아 시장 진출도 지원합니다.

다만 2025년 7월 Microsoft는 프로그램을 재조정했습니다. 기존에 AI 스타트업에게 제공하던 15만 달러 크레딧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두 트랙 시스템으로 전환했습니다. 제휴 투자자가 후원하는 스타트업은 'Microsoft for Startups Investor Network' 트랙으로 10만 달러 크레딧을 받고, 투자 없는 초기 단계 팀은 최대 5,000달러 크레딧만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일부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예산 계획이 틀어졌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Google for Startups Cloud Program은 두 가지 티어로 운영됩니다. Start 티어는 창업 5년 이내 초기 단계 스타트업 대상으로 최대 2,000달러의 Google Cloud 크레딧을 1년간 제공합니다. Scale 티어는 창업 10년 이내이면서 프리시드에서 시리즈 A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 대상으로, 최대 20만 달러의 크레딧을 2년간 제공합니다. AI 스타트업의 경우 최대 35만 달러까지 확대됩니다.

2025년 5월 Google은 'AI Futures Fund'를 신설했습니다. 선정된 스타트업은 Google의 직접 투자, Gemini 모델을 포함한 최신 AI 모델 조기 접근권, Google 연구원과 엔지니어의 전문 지원, Google Cloud 크레딧을 받습니다. Amazon과 Microsoft가 생성형 AI 스타트업에 막대한 투자를 하는 상황에서, Google도 본격적으로 AI 스타트업 생태계 구축에 나선 것입니다.

Google은 또한 Firebase 무료 교육, 멘토십 기회 등을 제공하며, 특히 데이터 분석과 머신러닝 도구에서 강점을 보입니다. BigQuery, Vertex AI 등 Google의 독보적인 AI/ML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입니다.


2.3 기타 주목할 만한 글로벌 사례들

GE의 Predix 플랫폼

GE는 'Industrial Internet' 구상 아래 IoT 소프트웨어 플랫폼 Predix를 구축하고, 이를 허브로 한 오픈 생태계를 만들었습니다. 제3자 애플리케이션 개발자가 Predix 상에서 앱을 개발할 수 있도록 개발환경을 제공하며, GE 이외의 기기도 접속할 수 있도록 개방했습니다. 산업용 IoT 분야에서 플랫폼 기반 오픈이노베이션의 대표적 사례입니다.

도요타의 Woven City

도요타는 2020년 도쿄 인근에 자율주행 스마트시티 프로젝트 'Woven City'를 시작하며 전 세계 스타트업과 연구자들을 초청하여 미래 모빌리티를 공동 개발하고 있습니다. 실제 도시 환경에서 자율주행, 로봇, AI 등을 테스트할 수 있는 리빙랩(Living Lab)을 제공하는 야심찬 프로젝트입니다.

소니의 Innovation Fund

소니는 외부 스타트업에 개방된 Sony Innovation Fund를 운용하며 AI와 로봇 등 신사업 분야에 투자하고 협업합니다. 소니의 강점인 센서와 이미징 기술을 스타트업과 결합하여 새로운 응용 분야를 개척하는 전략입니다.

NTT도코모의 오픈이노베이션

일본 통신사 NTT도코모는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을 통해 통신 분야 스타트업과 공동으로 신규 서비스를 창출합니다. 5G와 IoT 인프라를 활용한 실증 기회를 제공하며, 일본 시장 진입의 게이트웨이 역할을 합니다.

후지쓰의 사내 벤처제도

후지쓰는 사내 벤처제도로 수십 개 프로젝트를 독립 스핀오프로 이끌었습니다. 직원들이 창업하거나 사내 스타트업을 만들도록 장려하며, 일본 기업 문화에서 보기 드문 개방성을 보여줍니다.

Mercedes-Benz의 Startup Autobahn

독일 자동차 산업의 또 다른 선두주자 Mercedes-Benz는 'Startup Autobahn'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전 세계 스타트업을 독일로 초청하여 100일간 집중적으로 프로토타입을 개발하고, Mercedes-Benz의 엔지니어와 협업합니다. 싱가포르, 중국 등 해외에도 거점을 확대하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Jaguar Land Rover Tech Incubator

영국의 Jaguar는 자율주행, 커넥티비티, 컴퓨팅, 인텔리전트 인터페이스, 서드파티 서비스 분야의 스타트업을 지원합니다. 영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런던과 맨체스터에 혁신 센터를 운영하며, 유럽 스타트업 생태계와 긴밀히 협력합니다.

Ford의 Techstars Mobility

미국 Ford는 Techstars와 협력하여 모빌리티 분야 액셀러레이터를 운영합니다. 사람과 물품이 이동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에 투자하며, 디트로이트를 혁신 허브로 재건하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Volkswagen의 Future Mobility Incubator

독일 드레스덴의 유명한 유리 공장(Transparent Factory)에는 폭스바겐의 미래 모빌리티 프로그램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관광 명소이기도 한 이곳에서 스타트업들은 자율주행, 전기차, 스마트시티 솔루션을 개발하며, 폭스바겐의 '모빌리티의 미래' 이니셔티브를 실현합니다.




4. 오픈이노베이션 허브의 성공 요인 분석

전 세계 성공적인 오픈이노베이션 허브들을 분석하면 몇 가지 공통 성공 요인이 보입니다.


4.1 명확한 전략적 목표와 방향성

BMW Startup Garage는 '벤처 클라이언트'라는 명확한 컨셉으로 출발했습니다. "우리는 투자자가 아니라 고객이다." 이 한 문장이 모든 것을 설명합니다. 스타트업은 지분을 넘기지 않아도 되고, BMW는 검증된 솔루션을 확보합니다. 역할이 명확하니 혼란이 없습니다.

LG 슈퍼스타트는 '그룹 차원의 통합 플랫폼'을 지향합니다. 개별 계열사가 따로따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하나의 브랜드 아래 시너지를 극대화합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하나의 창구로 여러 비즈니스 기회를 탐색할 수 있어 효율적입니다.

Microsoft와 Google은 '클라우드 생태계 구축'이 명확한 목표입니다. 스타트업이 초기에 자사 클라우드를 사용하면, 성장 후에도 계속 사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장기적인 고객 확보 전략이죠.


4.2 글로벌 네트워크와 현지화 전략

BMW의 사례에서 보듯, 진정한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은 본사 중심이 아닙니다. 뮌헨, 실리콘밸리, 상하이, 서울, 도쿄, 텔아비브, 그린빌 등 전 세계 혁신 허브에 거점을 두고 현지 생태계에 뿌리내립니다.

각 지역에는 고유한 강점이 있습니다. 실리콘밸리는 소프트웨어와 AI, 이스라엘은 사이버보안, 한국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중국은 전기차와 IoT, 일본은 로봇과 소재. 이를 모두 아우르려면 글로벌 네트워크가 필수입니다.

동시에 현지화도 중요합니다. BMW가 알리바바와 상하이에 Joint Innovation Base를 만든 것처럼, 현지 파트너와 협력하여 그 시장에 맞는 접근법을 개발해야 합니다.


4.3 실질적 혜택과 구체적 지원

"그림의 떡"이 아닌 실제 도움이 되어야 합니다. BMW는 최대 4개월간 유료 PoC 프로젝트를 제공하며, 성공하면 정식 공급업체로 전환됩니다.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경로입니다.

삼성 C-Lab Outside는 최대 1억원의 지원금과 R&D 캠퍼스 공간을 제공하며, 지분을 가져가지 않습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부담 없이 도전할 수 있습니다.

Microsoft와 Google의 클라우드 크레딧은 초기 스타트업의 가장 큰 비용 부담인 인프라 비용을 해결해줍니다. 수억원 상당의 크레딧은 제품 개발과 시장 테스트에 집중할 수 있게 합니다.


4.4 전문 인력과 조직 역량

오픈이노베이션은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입니다. BMW Startup Garage는 18명의 전문 인력이 글로벌 네트워크를 운영합니다. 각 지역의 기술 트렌드를 이해하고, 스타트업의 잠재력을 평가하며, 내부 비즈니스 유닛과 매칭하는 일은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합니다.

많은 대기업이 오픈이노베이션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단순한 중개자가 아니라, 스타트업과 대기업의 언어를 모두 이해하는 '통역자'이자, 양측의 이익을 조율하는 '중재자' 역할을 합니다.


4.5 장기적 관점과 인내심

앞서 언급했듯이, 성공적인 오픈이노베이션은 평균 2~3년이 걸립니다. 단기 성과를 기대하면 실망하기 쉽습니다.

BMW의 Embotech 사례를 보세요. 2018년 협력을 시작해 2024년 지분 투자까지 6년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 BMW 생산 시설의 핵심 파트너가 되었고, 양측 모두 윈-윈했습니다.

유한양행의 레이저티닙도 마찬가지입니다. 2015년 물질을 도입하고, 2018년 기술이전 계약을 맺기까지 3년의 임상시험이 필요했습니다. 오픈이노베이션은 마라톤이지 단거리 달리기가 아닙니다.


4.6 문화적 개방성과 실패 수용

오픈이노베이션의 가장 큰 적은 NIH(Not Invented Here) 신드롬입니다. "우리가 만들지 않은 것은 좋지 않다"는 편견이죠. 이를 극복하려면 문화적 변화가 필수입니다.

후지쓰가 사내 벤처제도로 수십 개 프로젝트를 스핀오프한 것은 일본 기업 문화에서 획기적입니다. 전통적으로 종신고용과 내부 승진을 중시하던 일본 대기업이 직원들의 독립 창업을 지원한다는 것은 문화적 혁명에 가깝습니다.

실패를 수용하는 자세도 중요합니다. BMW가 연간 1,000개 이상의 스타트업과 대화하지만, 실제로 파트너가 되는 것은 30개 정도입니다. 나머지 970개는 '실패'일까요? 아닙니다. 그들을 만나고 평가하는 과정 자체가 시장 트렌드를 파악하고 내부 역량을 점검하는 학습 과정입니다.


4.7 데이터 기반 성과 측정

Mind the Bridge 보고서가 지적했듯이, 많은 기업이 오픈이노베이션의 성과를 제대로 측정하지 못합니다. 재무적 ROI는 측정하지만, 전략적·기술적·문화적 성과는 간과합니다.

선도 기업들은 다면적 KPI 체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재무적 지표: 투자 대비 수익률, 신규 매출 창출액, 비용 절감액

전략적 지표: 신사업 기회 발굴 건수, 시장 진출 속도, 경쟁 우위 확보

기술적 지표: 특허 출원 건수, 기술 이전 건수, R&D 생산성 향상

문화적 지표: 혁신 마인드 확산, 조직 민첩성 향상, 외부 네트워크 구축

이런 균형잡힌 평가를 통해 오픈이노베이션의 진정한 가치를 포착할 수 있습니다.


5. 2025년 오픈이노베이션의 주요 트렌드


5.1 벤처 클라이언트 모델의 확산

2025년 가장 두드러진 트렌드는 벤처 클라이언트 모델의 확산입니다. 거의 모든 기업(90%)이 이미 활용 중이며, 나머지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벤처 클라이언트 모델은 스타트업에게 가장 필요한 것, 즉 '고객'을 제공합니다. 투자를 받는 것도 좋지만, 제품을 사줄 고객이 없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대기업이 초기 고객이 되어주면, 스타트업은 레퍼런스를 확보하고 다른 고객도 유치할 수 있습니다.

대기업 입장에서도 이롭습니다. 지분 투자 없이 혁신 기술을 검증할 수 있고, 성공하면 장기 공급 계약으로 이어집니다. 실패해도 투자 손실은 없고, 시장 트렌드를 배운 것으로 충분합니다.


5.2 사내 기업가정신 프로그램의 강화

C-Lab 같은 사내 기업가정신(Intrapreneurship) 프로그램도 더욱 공고해질 전망입니다. 대부분 대기업이 한 번쯤 시도해봤고, 노하우도 쌓였습니다.

사내 기업가정신 프로그램은 직원들이 스타트업 창업가처럼 아이디어를 내고 시제품을 만들어보게 합니다. 성공하면 분사창업으로 이어지고, 실패해도 직원들은 혁신 마인드를 체득합니다. 대기업 문화에 스타트업의 민첩성을 주입하는 백신 같은 역할입니다.


5.3 AI 중심의 협업 가속화

2025년은 AI의 해입니다. Google의 AI Futures Fund, Microsoft의 OpenAI 통합, 각 대기업의 AI 특화 프로그램 등 모든 것이 AI로 수렴합니다.

AI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도 파격적입니다. Google은 AI 스타트업에게 최대 35만 달러 크레딧을 제공하고, Microsoft는 Azure OpenAI Service 접근권과 추가 크레딧을 줍니다. AI 인프라는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이런 지원은 스타트업에게 생명줄입니다.

모든 산업이 AI 전환을 겪고 있습니다. 제조는 AI로 품질을 개선하고, 금융은 AI로 사기를 탐지하며, 유통은 AI로 수요를 예측합니다. 이 과정에서 AI 스타트업과의 협업은 필수입니다.


5.4 지속가능성과 ESG의 통합

BMW의 360° Sustainability Challenge처럼, 오픈이노베이션이 ESG와 결합하는 추세입니다. 재활용 소재, 지속가능한 공급망, 에너지 효율적 생산 등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스타트업 솔루션이 각광받습니다.

이는 단순한 PR이 아닙니다. EU의 엄격한 환경 규제, 소비자들의 친환경 제품 선호, 투자자들의 ESG 요구 등 실질적인 압력이 있습니다. 대기업 혼자서는 모든 지속가능성 과제를 해결할 수 없기에, 스타트업의 혁신적 솔루션이 필요합니다.


5.5 글로벌 혁신 거점의 다변화

실리콘밸리 중심에서 벗어나는 추세입니다. BMW가 서울, 도쿄, 상하이, 텔아비브 등에 거점을 둔 것처럼, 혁신은 이제 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납니다.

한국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에서 강점을 보이고, 이스라엘은 사이버보안, 중국은 전기차와 스마트시티, 싱가포르는 핀테크, 인도는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두각을 나타냅니다. 각 지역의 강점을 활용하는 것이 스마트한 전략입니다.


5.6 정부-민간 협력 모델의 확산

한국의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민관협력 오픈이노베이션 지원사업처럼, 정부가 중개자 역할을 하는 모델이 늘고 있습니다.

정부는 PoC 자금 지원, 매칭 펀드, 세제 혜택 등으로 오픈이노베이션을 장려합니다. 대기업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초기 리스크를 정부가 분담하고, 성공하면 사회 전체가 이득을 봅니다.

유럽의 유럽기업네트워크(EEN), 일본의 J-Startup 프로그램 등 각국 정부가 적극적입니다. 오픈이노베이션이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5.7 플랫폼화와 디지털 전환

오픈이노베이션 자체가 플랫폼화되고 있습니다. OI 마켓, 허브팟, 이노브랜치 같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대기업, 스타트업, 중개기관이 상시로 연결됩니다.

과거에는 연 1~2회 데모데이나 피칭 행사에서만 만났지만, 이제는 온라인에서 프로필을 보고, 관심사를 매칭하고, 메시지를 주고받습니다. 마치 비즈니스용 소셜 네트워크 같습니다.

이는 특히 글로벌 협업을 촉진합니다. 한국 스타트업이 독일 BMW와 직접 연결되고, 싱가포르 스타트업이 일본 기업과 협업하는 것이 훨씬 쉬워졌습니다.


6. 한국 기업을 위한 시사점과 제언

지금까지의 분석을 바탕으로, 한국 기업들이 오픈이노베이션 허브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시사점을 도출해보겠습니다.


6.1 전략적 제언

제언 1: 명확한 포지셔닝과 차별화

"우리는 왜 오픈이노베이션을 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답이 있어야 합니다. BMW는 벤처 클라이언트로, LG는 그룹 통합 플랫폼으로, Microsoft는 클라우드 생태계로 각자의 포지션이 명확합니다.

한국 기업들은 종종 "남들이 하니까 우리도"라는 식으로 접근합니다. 이러면 차별성이 없고, 스타트업 입장에서도 매력이 떨어집니다. 우리만의 독특한 가치 제안이 무엇인지 명확히 해야 합니다.

제언 2: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한국 시장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글로벌 500대 기업의 54.2%가 전 세계 스타트업과 협력하는 이유는, 혁신이 더 이상 한 나라에 국한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실리콘밸리, 이스라엘, 베를린, 싱가포르, 방갈로르 등 주요 혁신 허브에 거점을 두거나, 최소한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합니다. 현지 액셀러레이터, VC, 대학과 파트너십을 맺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제언 3: 실질적 혜택 제공

"참여하면 뭐가 좋은데?"에 구체적으로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막연한 협업 기회보다는, 구체적인 PoC 자금, 업무 공간, 멘토링, 네트워킹, 테스트베드 제공 등 스타트업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것을 줘야 합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시간'입니다. 대기업의 의사결정은 느립니다. 스타트업은 빠른 의사결정이 생명인데, 몇 달씩 기다리게 하면 지칩니다. BMW가 4개월 PoC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것처럼, 명확한 타임라인과 프로세스가 필요합니다.

제언 4: 전문 조직과 인력 확보

오픈이노베이션은 겸직으로 할 수 없습니다. 전담 조직과 전문 인력이 필요합니다. BMW처럼 18명 규모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전문 팀은 있어야 합니다.

이 팀은 스타트업 생태계를 이해하고, 기술 트렌드를 파악하며, 내부 비즈니스 유닛과 소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스타트업 출신, VC 경험자, 기술 전문가 등 다양한 배경의 인재가 필요합니다.

제언 5: 장기적 관점과 인내심

단기 성과를 기대하지 마세요. 2~3년은 기본이고, 진정한 성과는 5년 이상 걸릴 수 있습니다. CEO와 이사회가 이를 이해하고 지원해야 합니다.

분기마다 ROI를 따지면 오픈이노베이션은 실패합니다. 장기적 관점에서 혁신 역량 강화, 문화 변화, 생태계 구축 등을 목표로 삼아야 합니다.


6.2 스타트업을 위한 조언

대기업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스타트업에게도 조언을 드립니다.

첫째, 명확한 가치 제안: "우리는 무엇이 다른가?"를 명확히 하세요. 대기업은 수백 개의 스타트업을 봅니다. 차별화된 가치가 없으면 묻힙니다.

둘째, 글로벌 준비: 한국 시장만 보지 마세요. 대기업이 가장 낮게 평가한 것이 '글로벌 진출 준비도'입니다. 영어 자료, 글로벌 표준 준수, 해외 레퍼런스 등을 준비하세요.

셋째, 실행 가능한 프로토타입: 아이디어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작동하는 프로토타입이나 제품이 있어야 합니다. 대기업은 개념을 사는 게 아니라 솔루션을 삽니다.

넷째, 대기업 언어 이해: 대기업의 의사결정 프로세스, 조직 문화, 비즈니스 우선순위를 이해하세요. 스타트업 방식만 고집하면 소통이 안 됩니다.

다섯째, 장기적 관계 구축: 단발성 프로젝트로 끝내지 마세요. 첫 PoC가 성공하면 장기 공급 계약으로, 더 나아가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발전시키세요.


7. 미래 전망: 오픈이노베이션의 다음 단계.

7.1 AI 에이전트 기반 매칭

AI가 스타트업과 대기업을 자동으로 매칭하는 시대가 옵니다. 스타트업의 기술, 대기업의 니즈, 시장 트렌드, 성공 패턴 등을 AI가 분석하여 최적의 파트너를 찾아줍니다.

이미 일부 플랫폼은 AI 기반 추천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앞으로는 더 정교해져서, 사람이 놓칠 수 있는 숨겨진 매칭 기회도 발견할 것입니다.

7.2 퀀텀 리프: 양자 기술 혁명

양자 컴퓨팅, 양자 암호, 양자 센서 등 양자 기술이 차세대 오픈이노베이션의 핵심이 될 것입니다. BMW가 QC Ware와 협력하여 양자 컴퓨팅 적용 가능성을 연구한 것처럼, 많은 대기업이 양자 기술 스타트업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양자 컴퓨팅은 현재 슈퍼컴퓨터로 수년 걸릴 문제를 몇 분 만에 해결할 수 있습니다. 생산 라인 최적화, 신약 개발, 금융 모델링 등에 혁명을 일으킬 것입니다.

7.3 순환경제와 기후테크

기후 위기가 심화되면서, 순환경제(Circular Economy)와 기후테크(Climate Tech) 스타트업이 오픈이노베이션의 중심이 될 것입니다.

재활용, 재사용, 재제조, 탄소 포집, 재생에너지, 친환경 소재 등 모든 것이 기후 위기 대응과 연결됩니다. 대기업들은 2030,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스타트업의 혁신 기술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7.4 바이오 융합과 신테틱 바이올로지

합성생물학(Synthetic Biology)이 차세대 혁신의 핵심입니다. 생물학적 시스템을 설계하고 제조하여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듭니다.

유한양행이 바이오 벤처와 협력하여 신약을 개발한 것처럼, 앞으로는 더 다양한 분야에서 바이오 융합이 일어날 것입니다. 바이오 플라스틱, 배양육, 바이오 연료, 맞춤형 의약품 등 무궁무진합니다.

7.5 우주 경제와 딥테크

우주 경제(Space Economy)가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위성 통신, 우주 관광, 소행성 채굴, 우주 제조 등 새로운 산업이 열립니다.

SpaceX, Blue Origin 같은 민간 우주 기업이 비용을 혁신적으로 낮추면서, 더 많은 스타트업이 우주 관련 사업에 진출하고 있습니다. 대기업들도 우주 기술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모색 중입니다.

딥테크(Deep Tech) 전반이 오픈이노베이션의 새로운 프론티어입니다. 양자 기술, 첨단 소재, 신경기술, 합성생물학, 우주 기술 등 과학 기반 혁신이 상업화되는 과정에서, 대기업의 자원과 스타트업의 민첩성이 결합되어야 합니다.


7. 마치며: 혁신은 혼자가 아닌 함께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로벌 대기업들의 오픈이노베이션 허브 운영 현황을 살펴보며, 한 가지 명확한 진실을 발견했습니다.

혁신은 더 이상 혼자 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거대한 대기업이라도 세상의 모든 좋은 아이디어를 독점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똑똑한 스타트업이라도 혼자서는 글로벌 시장을 정복할 수 없습니다. 함께해야 합니다.

BMW가 전 세계 혁신 허브에 거점을 두고 연간 1,000개 이상의 스타트업과 대화하는 이유, 삼성이 C-Lab을 사내에서 외부로 확장한 이유, LG가 그룹 차원의 통합 플랫폼을 만든 이유, Microsoft와 Google이 막대한 클라우드 크레딧을 제공하는 이유가 모두 같습니다. 혁신 생태계를 함께 키우는 것이 모두에게 이롭기 때문입니다.

2025년 현재, 한국의 오픈이노베이션은 양적으로는 눈부신 성장을 이루었지만, 질적으로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대기업-스타트업 간 신뢰 부족, 글로벌 경쟁력 부족, 단기 성과주의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습니다.

하지만 희망적입니다. 점점 더 많은 기업이 진정한 오픈이노베이션의 가치를 이해하고 있습니다. 정부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한국 스타트업들의 기술력과 열정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습니다.

앞으로 10년, 한국 기업들이 BMW나 삼성처럼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 허브로 성장하기를 기대합니다. 서울, 판교, 대전이 실리콘밸리, 베를린, 텔아비브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혁신 허브가 되기를 꿈꿉니다.

그 여정에 이 글이 작은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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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미래는 함께 만드는 것입니다.



참고문헌

Mind the Bridge, "Open Innovation Outlook 2025" (2025)

한국무역협회, "한국의 오픈이노베이션 현황 및 활성화 정책 제언" (2024)

BMW Group Press Release, "From pioneer to innovation powerhouse: BMW Startup Garage marks 10 years" (2025)

Platum, "삼성전자 오픈이노베이션은 스타트업 데모데이를 타고" (2019)

ITWorld Korea, "LG, 스타트업 오픈이노베이션 플랫폼 '슈퍼스타트' 공개" (2022)

CNBC, "Google launches AI startup fund offering access to new models" (2025)

The Register, "Microsoft changes conditions for Azure startup credits" (2025)

나무위키, "오픈이노베이션" (2024)

LG CNS 블로그,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의 새로운 비즈니스 전개 모델: Open Innovation" (2018)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주요국 오픈이노베이션 플랫폼 사례 고찰"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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