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Dr. Jin입니다.
지난 5년,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2018년부터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오픈이노베이션 생태계는 눈부신 성장을 거듭해왔습니다. 2018년 최소 7건 18개사에 불과했던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과 참여 대기업 규모가 2023년에는 87건 361개사로 대폭 증가했고, 업종도 바이오·소부장 제조업 중심에서 플랫폼·핀테크·헬스케어 등 서비스산업 전반으로 확대되었습니다. 그러나 2022년 벤처불황과 2024년의 경기 침체를 겪으며 우리는 오픈이노베이션의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본 글은 2020년대 오픈이노베이션을 관통하는 네 가지 핵심 트렌드를 심층 분석하고자 합니다. 단순한 트렌드 나열이 아닌, 왜 이러한 변화가 일어났는지, 그리고 이것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함께 탐구해보겠습니다. 최신 리서치와 국내외 사례를 바탕으로, 오픈이노베이션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해보고자 합니다.
2020년대 오픈이노베이션의 가장 두드러진 변화 중 하나는 바로 Deep Tech(딥테크)로의 이동입니다. 과거 스타트업 생태계가 빠른 성장과 서비스 혁신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과학·공학 기반의 원천기술, 독보적 기술로 무장한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딥테크 스타트업은 과학·공학 기반의 원천·독보적 기술을 기반으로 창업하여, 이를 사업화하려는 10년 이하의 기업을 지칭하며, 주로 AI, 빅데이터, 바이오, 로봇, 반도체, 소재, 항공·우주, 환경·에너지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왜 딥테크일까요? 답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팬데믹과 공급망 위기, 그리고 기술 패권 경쟁이 만들어낸 새로운 현실 때문입니다. 단순한 앱 서비스나 플랫폼 비즈니스만으로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었고, 진짜 기술력을 갖춘 기업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입니다.
2025년도 초기창업패키지(딥테크 분야)는 빅데이터·AI, 바이오·헬스, 미래모빌리티, 로봇, 친환경·에너지 등 5개 기술 분야를 중점 지원하고 있으며, 이는 국가 차원에서 딥테크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더욱 주목할 만한 것은 대기업들의 움직임입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LG사이언스파크, 포스코홀딩스, HD현대중공업, KT 등 7개 대기업과 스타트업, 지원기관 관계자 1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딥테크 밸류업 공동 밋업 데이'를 개최했으며, 현대자동차가 시범 사업을 운영해 10월에 협업 기업 6개사를 선정했습니다.
특히 인상적인 성과도 있습니다. 현대자동차가 선정한 딥인사이트는 약 1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고 CES 2025에서 혁신상을 수상했다는 점에서, 대기업-스타트업 간 딥테크 협업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글로벌 관점에서 보면, 딥테크는 더욱 흥미로운 양상을 보입니다. 스위스의 경우 2023년 14억 달러였던 딥테크 스타트업 투자금이 2024년 19억 달러로 증가했으며, 2025년에는 약 23억 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2019~2025년 기준, 스위스 전체 벤처캐피탈 투자금의 약 60%가 딥테크 스타트업에 집중되어, 이 비중으로는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2024년 스위스 스타트업 투자 라운드 수는 전년 대비 6.7% 감소했으나, AI 분야는 56건에서 112건으로 투자 라운드 수가 2배로 늘었고, 전체 투자금의 약 15%가 AI를 활용하는 스타트업에 집중되었습니다. 이는 딥테크 내에서도 AI 기술의 영향력이 급속히 커지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딥테크 협업이 기존 오픈이노베이션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시간입니다. 최초 시작부터 유의미한 성과 창출까지 평균 2~3년 전후의 기간이 소요되며, 밋업 성사도 평균적으로 7.2회의 도전 끝에 성사됩니다.
딥테크는 빠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반도체 기술, 신소재, 바이오 기술 등은 개발과 검증에 수년이 걸립니다. 하지만 일단 성공하면 그 파급력은 엄청납니다. 모방하기 어려운 진입장벽,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그리고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17년~2020년 사이 창업한 기업 중 오픈이노베이션에 선정된 스타트업의 연평균 수출 성장률은 일반 창업기업 대비 월등히 높은 95%~180%대 성장세를 보였다는 점은 이를 뒷받침합니다.
하지만 장미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2025년 오픈이노베이션 환경 전망에서 대기업은 54.3%가 금년과 유사한 수준을 보수적으로 전망한 반면, 스타트업은 52.5%가 확대를 기대하는 차이를 보였으며, 대기업은 눈높이에 맞는 스타트업 부족을, 스타트업은 대기업측 투자·예산 부족을 1순위로 꼽았습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스타트업의 경쟁력에 대한 양측의 평가 의견에서 '기술력(6.76점 對 7.92점)', '비즈니스 차별화 및 혁신성(6.13점 對 7.94점)'의 갭이 컸고, 특히 '글로벌 진출 준비도'에 대한 평가는 가장 낮은 점수(4.93점 對 6.58점)를 받았다는 것입니다. 이는 딥테크 스타트업들이 기술력은 우수하지만, 비즈니스화와 글로벌 진출 역량은 부족하다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2020년대 오픈이노베이션을 논할 때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단순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넘어, ESG는 이제 혁신의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되었습니다.
2025년 혁신 담당자들의 우선순위를 조사한 결과, 지속가능성과 디지털 전환, 그리고 임팩트 있는 혁신의 스케일업이 상위에 올랐으며, 많은 기업들이 환경·사회적 책임(ESG)을 위한 혁신을 강화하려 하고 있고, 탈탄소화나 전기화와 같은 분야에 대한 투자를 두 배로 늘릴 기세입니다.
기후테크(Climate Tech)는 ESG 중에서도 가장 뜨거운 영역입니다. 경기도는 '26년까지 기후테크 스타트업 100개사 육성', '30년까지 3개의 기후테크 유니콘 기업 육성'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했으며, 경기도, 경기중기청, 경기환경에너지진흥원,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를 비롯해 카카오모빌리티, KT 등 대기업, 소풍벤처스 같은 투자사, 그리고 유망 기후테크 기업까지 총 20개 기관이 참여하는 '경기도 기후테크 얼라이언스' 협약식을 가졌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기후테크 등 탄소중립 혁신기술 보유 중소기업 10개사를 선정하여 검·인증 획득, 투자 컨설팅 등 사업화(6개사, 기업당 최대 2억원)를 지원하고, 설비구축, 성능검증 등 실증(4개사, 기업당 최대 6억원)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더욱 흥미로운 트렌드는 AI와 기후테크의 결합입니다. 디지털 기술은 '기후 모니터링', '조기경보 시스템' 등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 완화를 목표로 하는 '적응'에 유용하며, AI, 빅데이터 등의 디지털 기술은 에너지 소비 효율화를 통해 탄소배출량을 감축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리빗(LIVIT)은 AI와 빅데이터 기술을 기반으로 복잡한 기업 탄소배출 데이터 관리와 탄소회계 프로세스를 최적화하는 솔루션을 개발해, 국내 대형 건설사와 시중은행을 포함한 다양한 고객사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ESG가 오픈이노베이션의 중심이 된 데는 규제 강화도 한몫했습니다.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가 권고한 ESG 공시 기준은 2025년부터 시행되며, 캘리포니아에서 사업을 하면서 연간 총 수익이 10억 달러를 초과하는 기업들은 2026년부터 Scope 1 및 Scope 2 온실가스 배출량, 2027년 Scope 3 온실가스 배출량을 공개해야 합니다.
이러한 규제는 단순한 부담이 아닙니다. 오히려 기업들에게 혁신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탄소배출을 줄이고, 순환경제를 구축하며, 지속가능한 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스타트업과의 협업이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2025년까지 AI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할 기업은 현재의 두 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 중 상당 부분이 ESG와 결합될 것입니다.
AI는 ESG 경영의 게임 체인저입니다. 에너지 사용 최적화, 탄소배출 예측 및 관리, ESG 데이터 분석 및 보고서 자동화, 공급망 투명성 확보 등 다양한 영역에서 AI 기술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디케이테크인은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와 '2025 AI Techin 오픈 그라운드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되며, 선정된 스타트업과 AI 지식 검색 솔루션 고도화와 기업용 AI 서비스 품질 검증 등을 추진할 계획이며, 특히 카카오워크에 접목할 수 있는 AI 텍스트 검색 및 답변 생성 기술 'RAG'를 공동 개발한다는 사례는 AI 기술이 실제 업무 환경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보여줍니다.
COP29는 2026~2035년까지 연간 1.3조 달러 이상의 기후 재원을 조성하는 데 협력하기로 합의하고, 이 중 3천억 달러는 선진국이 공여에 앞장서기로 했습니다. 이는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민관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줍니다.
국내에서도 민관 협력이 활발합니다. 정부 지원 프로그램과 대기업의 투자, 그리고 스타트업의 혁신 기술이 삼위일체가 되어 ESG·기후테크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PoC(Proof of Concept, 개념검증)는 2020년대 오픈이노베이션의 핵심 키워드입니다. 단순히 투자하고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기술이 작동하는지, 시장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과정이 필수가 되었습니다.
한국무역협회가 국내 311개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증 PoC 테스트베드 관련 설문조사에서 응답기업의 87.5%가 '필요하다'고 답했으며, 특히 과거 실증PoC 경험이 있었던 스타트업(90.9%)과 매출액 10억 미만의 초기 스타트업(92.8%) 일수록 실증 PoC를 더욱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들이 PoC를 필요로 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실증 PoC가 필요한 이유로는 '타 기업과의 비즈니스 레퍼런스 등 트랙 레코드 확보'(48%)를 가장 많이 꼽았고 이어 '활용성 실증으로 향후 제품 출시여부 판단'(27.5%)과 '기술 보완'(19.4%) 순이었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실증 PoC 수행 파트너로서는 '정부 및 공공기관'(71.7%)을 가장 선호했고 이어 '국내 대기업'(48.2%), '해외 대기업'(32.5%) 순으로 선호도가 높았으며, PoC 종료 이후에도 '실증 완료 제품 공공조달 시장 연계'(68.2%), '실증 완료확인서 발급'(39.2%) 등의 연계지원을 원했다는 점입니다.
공동 PoC에 있어서 중요 요소 1순위로 대기업은 자사 전략수요와 적합성(Fit)을 높은 격차로 선택하며 2순위인 스타트업 제품·서비스 자체의 우월성보다 중요함을 시사했습니다. 이는 대기업이 단순히 좋은 기술이 아니라, 자사의 전략에 부합하는 기술을 원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인식 차이는 PoC의 성공률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스타트업은 자사 기술의 우수성을 강조하고 싶어하지만, 대기업은 그 기술이 자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에 더 관심이 있습니다. 따라서 성공적인 PoC를 위해서는 이러한 간극을 좁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PoC 비용에 대한 인식입니다.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PoC가 무료로 진행되는 반면,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PoC 비용을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한 스타트업 창업자는 디즈니와의 PoC 경험을 공유하며, "정말로 진지하게 스타트업의 기술을 검토하고 있고, PoC를 하고 싶으면, 시키는 사람도 어느 정도 의지와 책임감을 보여야 하는데, 그 최소한의 성의는 유료 PoC에서 시작한다"고 강조했습니다.
PoC에는 스타트업의 시간, 자원, 그리고 기회비용이 투입됩니다. 무료 PoC 문화는 스타트업의 자원을 소진시키고, 대기업의 책임감을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건강한 오픈이노베이션 생태계를 위해서는 유료 PoC 문화가 정착되어야 합니다.
정부도 PoC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다양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2025년 민관협력 오픈이노베이션 지원사업은 문제해결형 매칭 스타트업에 1.2억원 이내, 자율제안형 매칭 스타트업에 최대 1억원 이내를 지원하고 있으며, 글로벌 대기업과 국내 창업기업간 실증 테스트베드를 통한 글로벌 진출을 도모하기 위하여 사업화자금(평균 92.5백만원) 및 해외실증을 지원하는 해외실증 PoC 지원 프로그램도 운영 중입니다.
이러한 지원은 스타트업과 대기업 모두에게 도움이 됩니다. 스타트업은 자금 부담 없이 기술을 검증할 수 있고, 대기업은 리스크를 줄이면서 혁신 기술을 시험해볼 수 있습니다.
PoC를 넘어 본격적인 공동 R&D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KB국민카드, 현대모비스, SK텔레콤 SK서울캠퍼스 등 금융-제조-통신 대기업의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이 스타트업과 함께 PoC 테스트를 목표로 다양한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글로벌 자동차 완성차 업체인 다임러-크라이슬러 한국 R&D센터와의 협력을 통해 국내의 주요 Auto-Tech스타트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이러한 공동 R&D는 단순한 기술 검증을 넘어, 함께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과정입니다. 대기업의 자원과 시장 접근성, 스타트업의 혁신성과 민첩성이 결합될 때, 진정한 시너지가 창출됩니다.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의 지형도가 극적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2024년 한국의 CVC들: 현황과 투자 활성화 방안 리포트에 따르면, CVC 투자에서 대기업 비중이 2022년 37%에서 2024년 16%로 급감한 반면, 중견기업은 36%에서 59%로 급증했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있습니다. 2022년과 비교해 2024년 대기업 CVC 투자금액은 1/5 수준으로 축소됐고, 사내부서형 CVC의 경우 무려 1/10 수준까지 급감했는데, 이는 경기 침체 영향도 있지만, 대기업들이 전략적 투자 성과에 한계를 느끼며 투자를 조정한 결과로 풀이됩니다.
반면, 중견기업 CVC 투자는 증가했습니다. 크래프톤·엔씨소프트 등 주요 중견기업들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선 것이 주요 요인으로 분석되며, 이들은 대기업보다 더 민첩하고 유연한 의사결정 구조를 가지고 있어, 스타트업과의 협업에서도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CVC의 투자 행태 변화입니다. 과거 기술 선점과 옵션 확보 성격이 강했던 초기(시드) 투자 비중은 감소하는 반면, 후기(시리즈 B·C 이상) 투자 비중은 증가하는 경향이 확인됐습니다. 이는 단순한 기술 확보를 넘어, 실질적인 사업적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성장 단계의 스타트업으로 투자 전략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변화는 논리적입니다. 초기 단계 투자는 높은 리스크를 수반하며, 성과가 나타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반면 성장 단계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낮고, 빠른 시간 내에 사업적 성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산업별로는 바이오·의료·헬스케어 분야가 2018년부터 2024년까지 가장 많은 투자가 이루어졌고, 뒤를 이어 게임, 모빌리티, 금융, 콘텐츠 순이었습니다. 특히 금융 분야는 최근 투자 감소가 두드러져 2024년에는 Top 10 투자 분야에서 제외되었으며, 반면 엔터프라이즈·보안, 음식·외식 분야는 꾸준히 Top 10에 포함되며 안정적인 투자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CVC와 함께 주목해야 할 것이 CIC(Corporate Independent Company, 사내독립기업)입니다. CIC는 기업 내부에 조직하는 스타트업, 사내 벤처 같은 소규모 회사를 지칭하며, 혁신 주도와 사업 효율성 제고를 위해 설립됩니다.
네이버는 CIC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입니다. 네이버는 삼성SDS 사내 벤처 기업으로 시작했으며, 네이버 내에서 주요 신사업은 CIC 형태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웹툰과 웹소설을 시작으로 최근 네이버동영상과 네이버페이 사업을 CIC 형태로 독립시켰으며, '그룹&'이라는 CIC를 출범하여 네이버 밴드와 카페를 담당토록 했습니다.
CIC의 장점은 명확합니다. 계층 구조가 최소화돼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하며, 의사결정 권한도 규모에 비해 크고, 각 CIC는 자신이 맡은 핵심 사업에만 집중할 수 있어 해당 사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또한 독립채산제 성격을 띠기 때문에, 다른 급여 체계를 구성할 수 있어 높은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동기 부여를 할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 삼성SDS, SK플래닛, 현대차, 포스코, 한화케미칼 등도 이와 유사한 CIC 또는 사내 벤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는 대기업들이 내부 혁신을 촉진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CVC와 CIC에 더해, 물리적 공간의 혁신도 주목해야 합니다. Cambridge Innovation Center(CIC)는 1999년 설립 이후 전 세계적으로 확장되어, 북미, 유럽, 아시아에 걸쳐 1.5M 평방피트의 워크스페이스, 실험실, 이벤트 공간을 관리하고 있으며, 2,000개 이상의 스타트업, 벤처캐피탈 회사, 대기업, 전문가들을 수용하고 있습니다.
CIC 도쿄는 2020년 10월 1일 도쿄 미나토구 도라노몬 힐스 비즈니스 타워에 개설되었으며, 15층과 16층에 약 6,000 평방미터 규모로 공유 워크스페이스, 세미나룸, 이벤트 공간, 웰니스 시설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사무공간을 넘어, 혁신 생태계의 허브 역할을 합니다.
국내에서도 KIC(K Innovation Center) 실리콘밸리는 한국 ICT 분야 스타트업들의 미국 시장 진출 지원을 목적으로 설립되어, 법인설립부터 첫 미국 투자자 미팅, 그리고 첫 고객 상담까지 지원하고 있으며, K-Day, 딥커넥트와 미국 투자자를 직접 만날 수 있는 차별화된 이벤트 지원, Business Readiness를 극대화하여 미국시장에 빠르게 적응하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2020년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CVC, CIC, Co-Work Space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습니다. 많은 대기업들이 세 가지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모델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는 단일 접근법보다 훨씬 효과적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은 자체 CVC를 통해 유망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동시에 사내에 CIC를 설립하여 내부 혁신을 촉진하며, 스타트업들을 위한 공유 오피스를 제공하여 긴밀한 협업을 도모합니다. 이러한 다층적 접근은 스타트업과의 관계를 단순한 투자-피투자 관계를 넘어, 진정한 파트너십으로 발전시킵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CVC를 통해 모빌리티 스타트업에 투자하면서, 동시에 자율주행과 같은 핵심 기술 분야에서는 CIC 형태로 독립적인 조직을 운영하고, 글로벌 혁신 허브에 거점을 두어 스타트업들과 협업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하이브리드 모델이 확산되기 위해서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일반지주 CVC의 행위 제한 규제가 대부분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오히려 대기업보다 중견기업이 더 큰 규제 부담을 안고 있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으며, 리포트는 △사내부서 CVC에 대한 정책적 지원 확대 △독립법인 CVC의 오픈이노베이션 연계 △중견기업 중심의 CVC 활성화 △투자 행위 제한이 아닌 관리·감독 및 공시 기능 강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2020년대 오픈이노베이션의 네 가지 핵심 트렌드를 살펴보았습니다. Deep Tech 중심의 협업 확산, ESG·기후테크·AI 기반 협력, 스타트업-대기업 간 공동 R&D 및 PoC 증가, 그리고 CVC·CIC·Co-Work Space의 하이브리드화. 이 네 가지 트렌드는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AI 기반 기후테크 스타트업이 대기업의 CVC로부터 투자를 받고, PoC를 통해 기술을 검증한 후, CIC 형태로 대기업 내에 통합되거나, 혁신 허브에서 공동 R&D를 수행하는 것은 이제 일반적인 시나리오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살펴본 국내 트렌드는 글로벌 흐름과도 일치합니다. Mind the Bridge의 "Open Innovation Outlook 2025"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에는 86%의 기업이 오픈 이노베이션 예산을 기존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확대할 전망이며, 거의 모든 응답자(90%)가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자사 장기 전략을 재편하고 강화할 수 있다고 동의했으며, 78%의 리더들이 오픈이노베이션이 환경 지속가능성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 실현에 촉진제 역할을 한다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또한 조사 대상 기업들의 90%가 오픈 이노베이션을 전담하는 조직 단위를 이미 갖추고 있으며, 거의 모든 기업(88%)이 스타트업 스카우팅을 글로벌하게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는 오픈이노베이션이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음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한국만의 특수성도 존재합니다. 2025년 오픈이노베이션 환경 전망에서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의 기대 차이,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 준비도 부족, 유료 PoC 문화의 부재 등은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또한 대기업 중심의 CVC 투자 감소는 우려스러운 부분입니다. 중견기업의 투자 확대는 긍정적이지만, 대기업의 역할도 여전히 중요합니다. 대기업은 더 큰 자원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어, 스타트업의 성장에 더 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20년대 후반을 맞이하며, 성공적인 오픈이노베이션을 위한 몇 가지 제언을 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장기적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딥테크와 기후테크는 빠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평균 2~3년의 인내가 필요하며, 단기적 성과에 집착하지 말고, 장기적 가치 창출에 집중해야 합니다.
둘째, 진정성 있는 협업이 필요합니다. 유료 PoC는 단순히 비용의 문제가 아닙니다. 상호 존중과 책임감의 표현입니다. 스타트업을 단순한 기술 공급자가 아닌, 진정한 파트너로 대해야 합니다.
셋째, 하이브리드 접근을 채택해야 합니다. CVC, CIC, Co-Work Space를 별개로 보지 말고, 통합적으로 운영하여 시너지를 창출해야 합니다. 단일 접근법보다 다층적 접근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넷째, 글로벌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국내 시장만 보지 말고,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 준비도를 높이고, 대기업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스타트업을 지원해야 합니다.
다섯째, 측정 가능한 목표를 설정해야 합니다. 오픈이노베이션의 성과를 명확히 측정할 수 있는 KPI를 수립하고, 데이터 기반으로 전략을 조정해야 합니다. 재무적 성과뿐만 아니라, 전략적·기술적·문화적 성과까지 포괄하는 균형잡힌 KPI 체계가 필요합니다.
2020년대는 오픈이노베이션의 황금기입니다. 기술 발전의 속도가 빠르고, 불확실성이 높으며,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시대입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폐쇄적 혁신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외부 아이디어와 기술을 포용하고, 파트너와 협력하며, 생태계 전체와 함께 성장하는 기업은 변화에 대한 적응력과 회복탄력성이 훨씬 높습니다. 딥테크, ESG, PoC, 그리고 하이브리드 모델은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는 필수 전략입니다.
Mind the Bridge의 보고서가 강조하듯, "오픈이노베이션은 here to stay", 즉 사라지지 않고 지속될 것입니다. 협업과 개방의 철학이 기업 혁신의 중심에 자리잡은 이상, 그 구체적 형태는 시대에 따라 바뀌어가더라도 외부와 함께 혁신하는 기업만이 미래를 선도할 것입니다.
2025년을 넘어 2030년을 바라보며, 우리 모두가 오픈이노베이션의 진정한 가치를 이해하고, 이를 실천에 옮길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변화의 속도를 기민하게 따라잡고, 나아가 변화를 주도하는 힘을 갖추기 위해, 오픈이노베이션은 향후에도 기업 전략의 핵심 요소로 빛을 발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참고자료:
Mind the Bridge, "Open Innovation Outlook 2025"
한국무역협회, "한국의 오픈이노베이션 현황 및 활성화 정책 제언"
스타트업얼라이언스, "2024 한국의 CVC들: 현황과 투자 활성화 방안"
Swiss Deep Tech Report 2025
산업연구원, "딥테크 스타트업의 현황과 지원정책 연구"
MSCI, "2025년에 주목해야 할 6가지 지속가능성 및 기후 동향"
중소벤처기업부, "민관협력 오픈이노베이션 지원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