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독(誤讀)
그랬지, 그랬어
넌 사랑이라고 말했고
난 사과라고 말했지
부풀어 오른 풍선껌 같은
깍둑 썰어 놓은 채무 같은
넌 꿈을 꾸었다고 말했고
난 잠을 잔 거라고 말했지
쏟아지는 잠
목이 잘린 꿈
먼 데서만 출렁이는 거품 파도
제 거품에 취한 흥건한 파도
넌 사랑이라 말했고
난 사과라고 말하지
들러붙은 껌 딱지 같은
시들시들 말라붙은
기우뚱 걷는 사과
목이 잘린 사랑
사랑에 사과가 박히면
껌딱지도 베일까 아플까
사과도 부풀어 오를까
흥건하게 춤출까
거품에도 피가 날까
무감한 십자가도 간혹은
살아있다고 증명할 만큼의
피 철철 흘릴까
그래도 우리 사랑할까
서툴러도 한 번은 교차 방정식 풀어 볼까
원한다면 해치울 게
조금만 아플 게
딱,
살아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을 만큼만
여전히 넌 사랑이라 말하고
여전한 난 사과라고 말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