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무덤에도 별꽃이 필 테고
* 클라란시 리스펙토르의 < 별의 시간 >에서
* 온 세상이 ‘그래’로 시작되었다. 한 분자가 다른 분자에게 ‘그래’라고 말했고 생명이 탄생했다. 하지만 선사 이전에는 선사의 선사가 있었고 ‘아니’와 ‘그래’가 있었다. 늘 그랬다. 어쩌다 알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우주가 시작된 적이 없음을 안다.
아무래도 여긴 내 집이 아니야 난 집으로 가길 원해 ‘아니’가 사는 그 별 그 별엔 모든 ‘아니’가 울고, 우린 울었고 눈물은 별이 되었어 흔적은 기억을 불러 별이 된 섬 섬이 된 별 우주에 점점이 박힌 별 별은 눈물로 말해 기억은 흔적을 불러
암탉은 들려주었어 내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열흘 밤낮을 가리지 않고 울었다고
흔적은 기억을 불러 암탉은 기억을 변기통에 넣고 물을 내렸지 하얗게 잊어버리라고 했지
암탉은 들려주었어 대리석 변기와 식탁이 널 노려보았을 뿐인데 그날부터 넌 뚝 울음을 그치더구나 그날부터 내가 변기처럼 웃더래 하얗게 웃더래 그렇게 흔적은 기억을 불러
암탉은 내게 이름을 주었어 ‘그래’라는 자랑스러운 암탉의 방긋 웃는 ‘그래’라는
암탉은 매일 문제를 냈지
‘그래’는 끙끙 거려야 했고 끙끙, 차라리 킁킁거렸어야 했는데 킁킁.
암탉이 외눈박이 퀴클롭스였다는 걸 단박에 알아봤어야 했는데
기억은 흔적을 불러 외눈박이는 외눈박이를 낳고 외눈박이는 세눈박이를 바라지
아무래도 여긴 내 집이 아니야 난 집으로 갈 테야 ‘아니’가 사는 그 별 별이 된 섬 섬이 된 별 우주에 점점이 박힌 별 그래서 이제 ‘그래’는 ‘아니’를 불러 끙끙거리면서 킁킁, 킁킁거리면서 끙끙.
같은 하늘 아래 다른 별 섬이 된 별 별이 된 섬 이 별엔 모든 ‘그래’가 울고
‘아니’가 사는 그 별, 그 별엔 모든 ‘아니’가 울고
흔적은 그렇게 기억을 불러 외눈박이는 외눈박이를 낳고 외눈박이는 세눈박이를 바라지
우린 집으로 갈 테야
.
울 줄 아는 ‘아니’의 무덤 위엔 곧 별꽃이 필 테고
‘아니’와 ‘그래’가 함께 끄덕이는 별꽃이 필 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