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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ris Seok Aug 15. 2022

먹는 게 다 무료인 호텔에서 호캉스

'올인클루시브'(All Inclusive) 호텔의 매력

멕시코 로스카보스에서의 둘째날은 말 그대로 놀고 먹는 여행 그 자체였다. 하루의 일정은 먹고, 수영하고, 먹고, 수영하고의 반복이었다. 애당초 로스카보스를 여행지로 정해둔 때부터 꿈꾸던 여행의 컨셉은 '놀고 먹고'였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휴가를 떠나는 만큼 일정이 빡빡한 도시 여행이 아닌 휴양지의 여행이 간절했다.


게다가 멕시코 로스카보스 호텔은 대개 '올인클루시브'(All Inclusive)라는 게 가장 큰 매력 포인트다. 올인클루시브란 말 그대로 숙박비에 호텔 내 모든 서비스가 포함됐다는 것으로 올인클루시브 호텔에 가면 룸서비스, 식당 음식 등이 모두 무료로 제공된다. 엄마, 아빠는 '올인클루시브' 호텔로 환갑여행을 간다는 사실에 큰 기대감을 품고 계셨다. 서울에서는 도무지 찾아보기 힘든 '올인클루시브' 호텔. 엄마와 아빠는 팬데믹 기간 이후 실로 오랜만에 떠나는 외국 여행에 상기된 표정이었다. (엄마, 아빠에게도 더이상 미국은 외국 여행지라기 보다는 딸이 사는 나라, 즉 제 2의 고향 정도로 여겨지는 것 같다.)




엄마의 이야기


지금으로부터 17년 전, 엄마는 딸과 딸의 친구들, 그리고 부모님을 모시고 괌 PIC 호텔로 여행을 갔다. 당시 딸의 열입곱살 여름방학을 맞이해 역마살이 짙은 모녀는 괌 여행 계획을 세웠다.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엄마, 딸의 초등학교 친구들 3명으로 구성된 여행 멤버는 여름 휴가를 맞아 괌으로 떠났다.


엄마는 괌 PIC에 방문해 인생 최초로 '올인클루시브' 호텔의 진가를 경험했다. 아침에 눈 뜨면 옷 안에 수영복을 입은 채 1층 뷔페로 달려가 싱싱한 과일과 모닝빵을 먹고, 곧바로 수영장으로 달려간다. 옷을 훌러덩 벗어 선베드 위에 걸쳐놓고, 뜨거운 태양 아래 수영장 안으로 풍덩 빠질 때의 기분이란. 온종일 먹고 수영하는 여유로운 여행의 경험은 오랜 기간 엄마의 삶에서 힘을 가져다 주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엄마의 인생에서 행복했던 순간 탑10을 꼽으라면, 무조건 괌 여행은 상위권에 꼽히리라.


엄마에게 괌에서의 여행 기억은 그 어느 때와 견줘도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건 엄마가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 두 분 모두를 모시고 간 마지막 여행이었기 때문에. 외할아버지는 괌 여행을 다녀온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화장실에서 넘어져 엉치뼈 수술을 받았다. 이후 몸을 온전하게 움직일 수 없었던 할아버지는 요양원에 들어갔고, 엄마는 이후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일주일에 한 번씩 요양원을 방문해 할아버지를 살뜰히 챙겼다. 


돌아가실 때까지 요양원에서 나오지 못했던 외할아버지를 떠올리며 엄마는 때때로 눈물이 났다. 외할아버지가 건강할 때 더 많은 여행을 함께 다녀오지 못한게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래도 괌에서의 추억 덕분에 아쉬움을 그나마 덜 수 있었다. 




멕시코 호텔 안에서 놀고 먹으며 선베드에 나란히 누워 엄마와 대화를 나눴다. 


"엄마, 여기에 오니까 괌 PIC 생각나네."

"그러게. 그때 너희 외할아버지가 얼마나 웃기셨던지."

"맞아. 엄마한테 자꾸 이거 사달라 저거 사달라, 아이처럼 그랬었잖아. 결국 엄마가 사준 선글라스를 쓰고 웃던 모습이 선하다."


그런 이야기를 나누며 과거의 엄마가 그랬듯 나또한 나의 부모님을 모시고 휴양지에 놀러왔다는 사실을 새삼 인지했다. 미래의 언젠가 얼마나 그리워질 순간일까, 지금 이 순간은.




'올인클루시브' 호텔이라는 공통점 하나만으로도 로스카보스에서 머물렀던 호텔에 정감이 갔다. 괌에서의 기억들을 재현시키기 위해 엄마는 아빠와 함께 부단히도 뷔페를 찾았다. 엄마는 어디를 놀러가든 뷔페를 선호하는데, 그건 그 무엇보다도 엄마가 과일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사람이어서다. 뷔페에 가면 종류별 신선한 과일들이 저마다의 찬란한 색을 자랑하며 놓여있고, 엄마의 두 눈은 하트가 된다. 과일만 두 접시를 거뜬하게 비워내며 "아, 뷔페가 최고다"를 외치는 게 우리 엄마다.

횟수에 상관없이 호텔 내 어떤 식당이든 넘나들 수 있는 건 '올인클루시브'가 가진 큰 장점이다. 대개 일반 호텔에 머물렀을 경우 호텔에 머무는 동안 지불한 식비만 숙박비를 훌쩍 뛰어넘을 때가 있곤 하는데, 올인클루시브 호텔에서 식비는 무료이니,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덕분에 호텔에 머무는 동안 이 식당, 저 식당을 넘나들면서 우리 가족들은 식비 무료 자유를 만끽할 수 있었다.


게다가 수영하며 마시는 술의 행복도 빼놓을 수 없다. 수영장에 나와 수건으로 몸을 감싸고, 선베드에 비스듬히 누워 마시는 술을 무엇과 비할 수 있을까. 게다가 엄마와 아빠가 손주들과 수영장에서 놀아줄 때는 남편과 나에게 둘만의 자유시간이 생긴다. 우리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수영장 안에 바가 마련된 곳으로 자리를 옮긴다. 수영장 안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맥주 및 칵테일을 마시는 호사가 얼마만인지.



쓰다 보니, 또 가고 싶어진다. 올인클루시브 호텔에.

공짜 좋아하다 큰일나는데 (엄밀히 따지면 숙박비에 포함된 서비스이므로 공짜도 아니지만), 그래도 마치 공짜로 먹는 음식, 음료를 즐길 수 있는 그곳이 좋다.


https://www.youtube.com/watch?v=0K_CUqAQr1E&t=16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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