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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빨

by Iris Seok Mar 03. 2025

장장 4년간의 재택근무가 끝나고 매일 출근하는 삶으로 되돌아가자 지난해 내 건강 상태는 바닥이었다. 10대, 20대에는 한 체력한다고 자부했는데, 두 아이를 출산한 이후인 30대의 체력은 저조하기 짝이 없었다.


두 달마다 한 번씩은 크게 아파서 항생제를 달고 살았던 지난 2024년. 감기에 한 번 걸리면 뭔 약을 먹어도 일주일간은 병을 시름시름 앓아야만 했다. 그나마 얼전트(Urgent) 케어에 가서 항생제를 처방받으면 3일 정도 아프다 회복했고. 항생제를 이렇게 자주 먹어도 되나 싶을 만큼 지난해의 나는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 겨울 한국에 방문했을 때 친정엄마께서는 유명하다는 한의원에 가서 쌍화탕을 처방받아 오셨다. 무려 양평의 허준이라고 불리는 선생님이 계신 한약방에서 지어온 쌍화탕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할머니가 지어다주신 한약을 주기적으로 먹었던 탓에 쌍화탕 맛에 큰 거부감은 전혀 없었다.


몸이 아프면 원하는 걸 할 수 없기 때문에 부모님이 지어주신 쌍화탕을 정성스럽게 매일 밤마다 마셨다. 그 덕분이었을까. LA와 비교해 추운 날씨인 한국에서 보낸 겨울휴가 동안 단 한 번도 감기에 걸리지 않았고, 2월이 끝나가는 지난 지금까지도 감기를 피할 수 있었다.


당연히 수차례 감기에 걸릴 뻔한 고비가 있었다. 자려고 누우면 기침이 난다든가, 목이 간질간질 하다든가 기관지염 증상이 꾸준히 발생했다. 그때마다 목 안으로 프로폴리스를 뿌리고, 뜨끈한 쌍화탕을 마셨다. 몸이 아프면 일상이 차례대로 무너지기 때문에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감기를 피해야만 한다. 예컨대 몸이 아프면, 몸만 아픈게 아니라 정신상태도 무너진다. 몸 컨디션이 떨어지면 세상 모든게 의미없고 귀찮아지면서, 그야말로 허무주의에 빠진 사람이 된다. 그러니 감기는 하루하루 열심히 살기도 바쁜 현대인에게 실로 위험한 질병이 아닐 수 없다.



한약빨 덕분인지 건강한 몸을 유지하고 있는 요즘. 덕분에 정신건강도 양호하다. 최근 어떤 책에서 읽은 건데, 인간의 기분은 행복하거나, 불행하거나 흑백처럼 둘 중 하나에 머물러있다고 한다. '그저 그런' 기분은 알고보면 부정적인 기분일 확률이 높은 것이다. 이왕이면 일주일에 5일 이상은 긍정적인 기분으로 살아가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오늘 밤도 쌍화탕을 들이켜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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