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딸이여, 독립하라! 2편

이우경 저. 아버지의 딸 - 아버지에게 독립하기 위하여

by 투명서재

아버지의 딸 : 가깝고도 먼 사이, 아버지와 딸의 관계심리학


이우경 저. 휴(休). 2015년 05월 26일


한줄평 : 아버지와 딸의 모든 관계, 아버지에게 독립하기 위하여


먼저 1편을 읽어주세요.

08화 아버지의 딸에게. 1편 (brunch.co.kr)




김영하 작가의 단편소설 ‘오직 두 사람’에서 현주의 아버지는 딸과 정서적으로 너무 친밀해서 계속 자신 옆에 묶어두려는 아버지였고 유령 애인인 셈이다. 성적인 관계란 뜻은 아니다. 연인 사이에는 말하지 않아도 의식, 무의식적으로 상대방이 원하는 욕구에 맞춘다는 의미에서다. 김영하 작가가 상징적으로 쓴 둘만 아는 ‘희귀 언어’를 쓴다.


현주는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부속품처럼 지내와 분리, 독립할 줄을 모른다. 애정을 갈구하는 어린이가 어떻게 아버지가 주는 ‘사랑과 비슷해 보이는 심리적 의존’이 필요 없다고 할 수 있겠는가? 아버지가 현주와의 관계에서 정서적인 밀착은 사랑이 아니다. 소설 속 아버지는 자기애적인 사람이다. 그에게 자녀는 자기애를 확인하는 도구다. 자기를 사랑하는 것에 지나쳐서 세상에 자기밖에 없으며, 자녀를 통해 자신이 못다 한 한, 컴플렉스를 풀려 한다. 자신의 필요에 의해서만 아이를 이용한다.


몸은 성인이지만 내면은 아이였던 현주는 아버지의 심리를 알면서도 계속 당한다.

아버지의 반려동물이 된 것 같은 심정이다. 주인이 원할 때만 심리적인 안정을 취하기 위해 쓰다듬는. 현주는 그렇게 나이 마흔까지 살았다. 현주는 평생 아버지와 둘만의 언어를 쓴다. 현주는 아버지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아버지의 욕구를 알고, 그의 요구에 맞춰 행동해왔는데 그런 아버지가 병환으로 이제 곧 생을 마감하려 한다.


그녀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아버지가 없는 그녀는 과연 자유로울까? 아버지 대신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며 살 수 있을까?


현주는 홀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자기'라는 존재로 살아가는 숙제가 남았다.


첫 번째는 내가 ‘아버지의 딸’이라는 걸 아는 것이 시작이다.

모르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아버지 딸’로 살아왔다는 것을 자각하는 것이 출발 지점이다.


두 번째, ‘아버지와 나’ 관계에 대한 욕구와 감정을 알아차린다.

연민, 죄책감, 불편함, 스스로에 대한 안쓰러움 등 복잡한 심정을 스스로 공감한다. 아버지께 사랑받고 싶은 욕구 자체는 잘못된 게 아니다. 일정 부분 '자기'를 희생하면서 아버지께 의존하고 있는 건지 살펴본다. 보는 것만으로도 습관처럼 아버지에게 인정받는 쪽으로 선택하던 것이 나를 위한 것으로 바꾼다.


아버지 옆에는 어머니나 다른 가족이 있다는 걸 상기한다. 다른 가족도 충분히 조력할 수 있음을 받아들인다. 지금까지 ‘아버지의 딸’이 어머니 혹은 딸의 역할만 해왔기에 오히려 다른 가족은 외면하거나 그런 역할을 할 기회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몰라서 못하는 게 아니다. 아버지의 딸이 올인해서 해왔기 때문에 그들이 하지 않은 것이었다. 가족과 책임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부담이 덜하다. 가족마저 없다면 돈으로 할 수 있는 역할을 일부 위임한다.


세 번째, 아버지의 딸은 아버지의 영향이 크게 받았지만, 좋고 나쁨이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어렸기에 아버지의 사랑을 받기 위해 애쓴 것의 결과도 인정한다. 어떤 영향이었는지 살펴보고 내가 변화시키고 싶은 부분과 아닌 것을 구분한다. (예를 들면, 내 강점과 약점의 발견, 전공이나 배우자 선택, 남성성과 여성성의 갈등, 어머니(모성)나 여성성에 대한 간과)


네 번째, 아버지와 작별 의식이나 상실에 대한 애도의식을 한다.

의식이라고 꼭 결혼이나 아버지께 어떤 선언을 하는 게 아니다. 아버지와 나는 다른 사람이며 아버지가 원하는 것과 내가 원하는 것이 다를 수밖에 없음을 깊이 느끼고 다짐한다. 앞으로 내가 어떤 것을 선택하는 데 아버지의 의견을 참고할 수 있지만, 뜻을 따르기만 하지 않는다고.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더라도 심리적 끈을 놓지 못한다. 아버지에 대한 글, 편지를 쓰거나 아버지에 대해 누군가와 이야기 나누는 것만으로도 상실감을 다룬다. 다양한 그리움과 원망감을 풀어놓다 보면 언젠가는 옅어진다.



다섯 번째, 나는 아버지와 독립된 존재로 분리 작업을 한다.

아버지께 인정받고 싶은 욕구와 고유한 인격체로서의 욕구 사이에 갈등이 생기면 ‘나’를 우선해 선택한다. 아버지와 적절한 거리, 서로 존중할 수 있는 경계를 둔다. 가족 중 이해할만한 사람에게 속내를 털어놓고 도움을 받는다. 아버지와 연락하거나 만나는 횟수를 줄이거나, 공간 분리나 잠시 떨어져 있는 것도 방법이다.



여섯 번째, 가능하다면 나와 아버지를 용서한다.

아버지가 일부러, 의도적으로 나를 ‘아버지의 딸’로 만든 게 아니다. 아버지 역시 부모에게 옴짝달싹할 수 없이 가깝게 지내셨을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 어머니의 아들로, 아버지의 아들로 희생자 역할이 대물림되기 때문이다. 아니면 아버지께서 일시적으로 심신이 약해져 어린 딸에게 의존했을 수 있다. 그러니 아버지를 이해하고 아버지에게 사랑받기 위해 기꺼이 아버지의 딸로 살아온 나의 복잡한 감정도 공감한다.

keyword
이전 08화아버지의 딸에게. 1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