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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슈어 Oct 20. 2023

'포기'가 대안에 없는 이들에게

공감이 밥 먹여주는 것도 아니고. ep8

포기에 대한 짧은 생각


인생은 수많은 선택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선택 옵션 중에 '포기'를 넣은 적은 없었다.

맘 속으로는 슬며시 끼워 넣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처음부터 '포기'를 자랑스럽게 선택한 적은 없었다.


포기는 나약함, 나태함, 게으름, 의지박약 등의 부정적인 단어들을 자연스럽게 연상하게 한다.

나약함의 결과물인 것 같아 포기를 선택하는 것은 언제나 기피의 대상이었다.

어쩔 수 없이 포기했다하더라도 온갖 미사여구로 결코 포기를 인정할 수는 없었다.


포기의 반대어는 무엇일까? 끈기? 

끈기는 포기와는 반대로 집념, 성실함, 책임감 등의 긍정적인 느낌을 연상하게 한다. 

그렇다 보니 '끈기는 좋고, 포기는 나쁘다'는 인식이 나도 모르게 머리에 자리 잡았다.


끈기 있는 태도는 굉장히 중요하지만 적절한 타이밍에 

방향을 선회하지 않고 끝까지 붙잡고 있는 것은 

끈기보다는 '아집'에 가깝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나약한 포기'가 아닌 '현명한 포기'도 있으며,

'몰두의 끈기'가 아닌 '미련한 끈기'도 있음을 알게 된 건 오래되지 않았다. 

 


그래도 포기는 포기다


그래도 포기는 포기라며, 포기를 부끄러워할지 모르겠다. 

내가 선택한 포기가 현명한 포기인지, 나약한 포기인지 남들은 모를 테니 말이다. 


사실 끈기를 고집하는 이유 중 하나가 포기를 선택할 수가 없어서인 경우를 종종 있다. 

몰입과 몰두의 결과로써 끈기를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포기하는 모습이 부끄러워 '끈기'있는 척 붙잡고만 있는 것이다. 


결국, 남들 시선 때문에 내 인생의 결정을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꼴이다.



하지만 내가 안다

나의 포기가 현명한 것인지, 나약한 것인지는

사실 스스로가 가장 잘 안다.


여러 상황을 종합하여, 의사결정 과정의 오류를 찾고,

방향성을 선회하여 최초 결정을 번복하는 것은

'포기'가 아니라 과정이다.


수정 과정이 없는 인생은 어찌 보면 

창의력이 없는 고리타분한 인생이지 않을까?

어쩌면 오만한 인생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나의 처음 결정이 끝까지 맞을 거라는 '오만',

다른 대안을 생각할 수 없는 '창의력 부족' 말이다.


나는 '포기'를 자랑스럽게 옵션에 넣기로 했다.

'끈기'와 동일한 선상에. 


Q. 이번엔 무엇을 선택하시겠습니까?

①포기 ②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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