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사용 설명서 (12)
#피로사회 #한병철
2023. 11. 13. 기록
2023. 11. 15. 보통의 독서모임
현대의 무한 긍정에 대한 비판을 담은 책.
보드리야르가 구성한 적의 계보학에 따르면 최초 단계의 적은 늑대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늑대는 외부의 적으로서 사람들은 이러한 적을 막기 위해 요새를 짓고 성벽을 쌓는다." 다음 단계에서 적은 쥐의 형태를 취한다. 이 적은 지하에서 활동하며 위생학적 수단으로 퇴치할 수 있다. 그다음 단계인 해충의 단계를 거치고 나면 마지막으로 바이러스적 형태의 적이 출현한다.
"네번째 단계는 바이러스이다. 바이러스는 사실상 사차원에서 활동한다. 바이러스는 시스템의 심장부에 들어와 있는 까닭에, 바이러스에 대한 방어는 훨씬 더 까다로운 과제가 된다." "전 지구에 퍼져있는 적, 하나의 바이러스처럼 도처에 스며들고 권력의 모든 틈새로 파고드는 유령같은 적"이 출현한다. 바이러스성 폭력은 시스템 속에 테러리즘의 비밀 세포로 자리를 잡고 시스템을 내부에서부터 붕괴시키려 하는 개별자들에게서 나온다. 바이러스성 폭력의 대표적 형태인 테러리즘은 보드리야르에 따르면 전체에 대한 개별자의 저항으로 이해할 수 있다.
세계의 긍정화는 새로운 형태의 폭력을 낳는다. 새로운 폭력은 면역학적 타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 자체에 내재하는 것이며, 바로 그러한 내재적 성격으로 인해 면역 저항을 유발하지 않는 것이다. 심리적 경색으로 이어지는 신경성 폭력은 내재성의 테러이다. 그것은 면역학적 의미에서 타자가 불러일으키는 공포와는 근본적으로 구별된다.
긍정성의 폭력은 박탈하기보다 포화시키며,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고갈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그것은 직접적으로 지각되지 않는다.
p.19~21
예를 들어, 작년에 유달리 많은 살인사건과 칼부림 사건은 바이러스적 형태의 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지금의 적은 내 자신이 되었다. 어쩌면 정신적인 문제일 수 있다.
이러한 적은 면역으로 해결이 되지 않는다. 지금껏 우리의 외부의 적, 내부의 적은 극렬한 저항과 면역학적인 과정으로 제거할 수 있었다.
앞서 예를 들은 살인범들은 감옥에 수감됨으로써 면역학적으로 제거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내 자신이 적인 경우는 지각되지 않는 것이다.
EBS 자본주의에서 자본주의는 반드시 파산자를 낳는 시스템이라 하였다.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의 3장인 기대 파트에서 신분제인 이전과 다르게 지금은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긍정성이 불안의 요인이 된다고 하였다.
이제는 가난이 미덕이 되지 않는다. 부가 미덕이고 근면함이 미덕이다. 누구나 할 수 있다 하고 해냈다고 한다. 물론 나도 그렇게 말했다.
그 긍정성에 왜라는 말이 포함되어야 하지 않을까.
인간은 "어떤 자극에 즉시 반응하지 않고 속도를 늦추고 중단하는 본능을 발휘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정신의 부재 상태, 천박성은 "자극에 저항하지 못하는 것, 자극에 대해 아니라고 대꾸하지 못하는 것"에 그 원인이 있다.
p. 48
헤겔에 따르면 부정성이야말로 인간 존재를 생동하는 상태로 지탱해주는 것이다.
힘에는 두 가지 형태가 있다. 하나는 긍정적 힘으로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힘이고, 다른 하나는 부정적 힘으로서 하지 않을 수 있는 힘, 니체의 말을 빌린다면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힘이다.
무언가를 할 수 있는 힘만 있고 하지 않을 힘은 없다면 우리는 치명적인 활동과잉 상태에 빠지고 말 것이다. 무언가 생각할 힘밖에 없다면 사유는 일련의 무한한 대상들 속으로 흩어질 것이다. 돌이켜 생각하기는 불가능해질 것이다. 긍정적 힘, 긍정성의 과잉은 오직 계속 생각해나가기만을 허용하기 때문이다.
p.52~53
책의 해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하지 않을 수 있는 힘, 멈출 수 있는 힘, 활동적 삶이 낳은 사색 능력의 상실을 다시 회복시키는 것.
한병철 교수님의 대담 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끊임없이 사유하고 사색하라고 말씀하셨다.
어쩌면 정치, 혹은 사업을 통해 바꾸는 것보다 사유와 사색이 더 삶과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이 부분은 이해가 가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이켜 생각하기의 힘. 하지 않을 수 있는 힘.
이러한 것의 가치는 지금의 긍정사회에서 꼭 필요한 것이라 생각한다.
1. 책에서 정의하는 성과사회의 신경증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더 있을까?
2. 과연 현대 사회에서 사색 능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인가?
알랭 드 보통의 불안, 한병철 교수님의 서사의 위기, 도둑맞은 집중력 등과 같이 읽을 수 있는 책으로 생각합니다. 현 사회의 우울과 번아웃,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이 인기있는 자계서의 성공신화들을 보면 이 책이 몇년이 지나도 시의적절하다는 생각이 꽤 많이 듭니다. 소장가치 충분히 있고, 한병철 교수님의 책은 아마 여러권 소장해서 두고두고 읽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