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주말 아침, 아이와 함께 산책을

by 베를린 부부-chicken

by 베를린부부

오전 5시 40분

어제 아이가 일찍 자기는 했다. 낮잠을 너무 조금 자는 탓에 오후 내내 기분이 좋질 않았다. 끝도 없이 보채고 짜증을 내는 동안 우리 부부도 번갈아 가며 몇 번이나 버럭을 했다. 그렇게 오후 내내 울고 불며 짜증을 부리더니 결국 일찍 잠들었다. 오후 6시가 조금 넘어서 잠들었다. 많이 자야 12시간 정도 잘 테니 아침 6시 정도에는 일어날 것이라 생각은 했다. 그러나 아이는 그전부터 뒤척이기 시작했다. 어수룩하게 눈이 뜬 아이에게 물을 마시게 하고 다시 인공젖꼭지를 물려 더 자자고 종용한다. 아직은 밖이 어둑어둑하다.


오전 6시 30분

그래도 생각보다 많이 버텼다. 그렇지만 아이가 내내 찡찡거리는 바람에 잠을 안 잔 듯이 온몸이 뻐근하다. 이제는 더 이상 아이가 누워있을 것 같지 않다. 아이는 고사리 같은 손으로 내 손가락을 부여잡고 침실을 나가자고 보챈다. 결국 아이와 함께 거실로 나왔다. 침실 문 틈 사이로 스며들던 아침 햇살이 어느덧 거실에 가득 차 있다. '오늘도 여름 날씨구나'. 연신 더운 여름 날씨에 일상이 축축 쳐져 있던 차였다. 낮에는 햇빛이 너무 뜨거워 산책을 나가기도 힘든 쨍한 날씨다. 그러니 해가 뜨거워지기 전에 아이를 데리고 나가려면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오전 7시 10분

아침에 눈을 뜨면 기저귀도 갈고 물도 벌컥벌컥 마시고 간단히 간식도 먹고 이래저래 시간이 쏠쏠 지나간다. 나도 간단히 배를 채우기 위해선 아이에게도 무얼 줘야 한다. 최대한 간단한 걸로 서로 대강 때운다. 어차피 산책을 다녀오는 길에 빵집에서 빵 몇 개 사 오면 된다.


IMG_399B9A141FA1-1.jpeg 토요일보다 일요일 아침이 더 한가하다. 거리에 아주 가끔씩 지나는 조깅하는 사람들 외에는 길이 참 조용하다. 유모차 바퀴소리와 가끔씩 무언가를 보고 까르르 거리는 아이소리만 들린다


우리 부부는 아이를 일찍 재우는 편이다. 신생아 때부터 그렇게 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애를 써왔다. 처음엔 3시간, 2시간, 1시간 그렇게 잠재우는 시간이 줄어들어 요새는 빠르면 20분 내에 잠들기도 한다. 아이를 재우는 시간은 부모의 성향이 많은 영향을 미친다. 아침을 느지막이 시작하고자 하는 집은 보통은 아이를 늦게 재우고 아침의 여유를 즐긴다. 우리 집은 그 반대이다. 우리 집은 일단 애를 재우고 좀 쉬면서 저녁 시간을 보내자는 생각에 최대한 아이를 일찍 재우려 한다. 그러나 그렇게 애써서 재워봐야 아이가 12시간을 넘게 자지는 않는다. 너무 당연하지만 일찍 재우면 일찍 일어나는 아이를 이른 아침에 누군가는 봐야 한다. 저녁에 아이가 일찍 잠든 날은 내가 6시에 땡 퇴근을 하고 집으로 와도 이미 아이가 잠들어 있곤 했다. 그러니 나에겐 출근 전 아침의 몇 시간이 아이와 함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다. 그리하여 '보통은' 내가 출근 전 아이와 시간을 보내곤 했다.


재택근무가 시작되며 이 리듬이 살짝 망가졌었다. 하루 종일 어쨌거나 세 식구가 한 집에 있다 보니 아침에 일어나 아이와 노는 시간에 대한 간절함이 조금 흐려졌달까. 저녁 시간은 최대한 자유를 누리고 아침 역시 자유롭기를 바라는 말도 안 되는 '뉴 노멀'의 시대가 도래했던 것이다. 더군다나 집 밖 출입도 자유롭지 못했다. 길거리에 편하게 돌아다니는 것도 불편해졌었다. 하루에 한 번 아이와 함께 바깥바람을 쐬는 것이 중요한 일과였는데 이게 힘들어지자 다른 시간도 상당히 힘들었었다. 그 후 시간이 지나며 서서히 산책이 가능해지자 참 부지런하게도 동네를 돌아다녔다. 그러나 여전히 나에게는 아이와 함께하는 산책이 '휴식을 취하거나 건강을 위해서 천천히 걷는 일'이 아니라 일종의 의무로 느껴지곤 했다. 내가 나가고 싶어 나가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보채니 어쩔 수 없이 나가는 것만 같아서.


그러던 지난 주말 아침이었다. 지난주는 일주일 내내 날씨가 참 더웠다. 오전부터 뜨거워진 해는 오후 내내, 저녁까지 세상을 후덥지근하게 달궈놓았다. 밤새 더운 공기에 아이도 힘들었는지 일어나자마자 기분이 좋질 않았다. 무언가 분위기를 쇄신할만한 '거리'를 찾다가 결국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 밖으로 나갔다. 어차피 점심쯤 되면 햇살이 너무 뜨거워 나오기 힘들지도 모르니까. 그날도 대강 오전 7시 즈음이었다. 뜬 지 얼마 안 되는 햇살은 그림자를 길게 드리우고 있었다. 나무 사이로 선처럼 얇게 보이는 빛 사이로 나도 모르게 갑자기 기분이 좋아지는 무언가를 느꼈다. 더군다나 너무 한가한 길이 마음에 쏙 들었다. 정처 없이 유모차를 끌고 몇 킬로를 다녔는지 모르겠다. 가다가 서기도 하고, 아이를 잠깐 내려놓기도 하고, 사진을 찍기도 하고, 주섬주섬 간식을 먹기도 하고 그렇게 정말 '산책'을 했다.


주말 아침, 특히 일요일 아침 일찍의 고요함이 좋다. 일주일 내내 경험하지 못했던 정적이 가라앉은 거리를 거니는 것이 좋다. 아이와 함께 이곳저곳을 구석구석 다니며 선선한 공기를 쐬는 것이 좋아졌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그 몇 시간을, 아이와 함께 보내는 그 시간을 더 보람 있게 보내고 싶어 졌다. 아주 조금씩 조금씩 어떻게 해야 할지 알아가는 과정에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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