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마셔서 좋은 점

다이어트 말고요!

by 혜하




차를 마시면 참 좋습니다.


당연한 말인데, 신기한 말이기도 합니다. 재미있는 영화도 친구들에게 한두 번 권하고 마는데 유독 차는 자꾸 말하게 됩니다. 차를 드세요. 참 좋아요. 얘기하다 못해 이렇게 브런치에 몇 편이고 글까지 쓰고 있으니 정말 좋은가 봅니다.


차는 어디가 좋나요? 몸에 좋은 성분이 몇 가지가 포함되어 있고, 혈액 순환을 촉진하고, 하는 홍보 문구를 볼 때마다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말하곤 합니다. 그거 말고, 진짜 차가 좋은 점을 알렸으면 좋겠는데!


비즈니스적으로 생각해 봐도 몸에 좋은 성분은 건강보조식품이 경쟁력이 있고, 다이어트는 아마 차 마시기보다는 개인 PT가 나을 것입니다. (조금은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요.) 그보다는 차, 다른 데는 없고 차에만 있는 좋은 점을 꼭 말하고 싶은데, 한정된 광고 지면에서는 어려운 걸까요?


차 한 잔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느껴지는 고요한 마음의 울림, 문득 내리쬐는 햇볕에 삶의 빈 공간이 채워지는 감각 같은 것. '일상 속 힐링' 이나 좀 더 오래된 말로는 '수양' 이라고 해서는 다 전해지지 않는 그 소중한 시간이 어떻게 인생을 풍요롭게 만드는지, 왜 차 마시는 사람들은 좋아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차를 권하고 싶어하는지.


그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 이번에는 차를 드시는 이웃 분들의 답변을 모아 보았습니다.



차를 마셔서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기본적으로는 맛있고 향이 좋아서 마시고요, 작업 중에 마시는 건 입이 심심하지 않아서 좋아요. 시간을 내서 마실 때는 조금 진정하고 느긋하게 보내려고 마십니다.”


“꾸준히 무언가를 하게 되었어요. 40g, 100g을 마시기로 계획하고 계속 기록을 하고 있습니다. 원래는 항상 한두 번 하다가 싫증이 나서 그만두곤 했는데 말이에요.”


“저는 방을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게 되었어요. 찻상이 소반이라서 바닥에 앉아야 하는데, 아름다운 다기와 풍부한 향과 맛을 느끼려는데 머리카락과 먼지가 굴러다니는 바닥에 앉아 마시고 싶지 않아서……. 그럼 머리카락만이라도 치우자, 하는 김에 청소기를, 하는 김에 닦자 하는 식으로. 그걸 끝내고 나면 깨끗하고 환기가 잘 된 햇볕 드는 방에서 차를 마시면서 행복해지는 거에요. 그 전에는 방 청소를 해도 잠시 뿌듯하긴 하지만 곧 또 더러워지겠지, 싶고 허무했거든요. 지금은 허무한 청소가 아니라 행복한 차 마시기를 위한 단계라는 기분이 들어요.”


“햇빛을 더 좋아하게 되었어요. 빛이 예쁜 순간을 포착하게 되어요.”


주전자는 비어 있지만, 이미 고요한 차의 시간.


햇볕은 차가 좋은 사람들이 하는 대답에 무척 자주 등장합니다. 다양한 맛과 향, 브랜드별 이야기, 다구에 대한 지식 같은 대답은 별로 나오지 않네요.


물론 여러 가지 차를 마셔 보는 것은 차를 좋아하는 사람의 기쁨이고, 다양한 브랜드에서 나오는 패키지와 컨셉을 즐기고, 차 우림법을 따라 만드는 것도 즐겁지만, 그런 세세한 부분, 보통 차를 마신다고 할 때 몰라서 걱정하거나 부담을 느끼는 요소들은 문득 마이크를 들이대고 '차가 왜 좋으세요?' 하고 물었을 때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차를 마실 때마다 친구들을 기억할 수 있어서 좋아요. 아쌈은 누가 좋아했지, 민트는 누가 보내 달랬지, 이런 식으로……. 그리고 기분이 좋죠. 차는 생필품이 아닌데 그냥 기분 좋아지려고 쌓아 둔 차를 보면, 아침 햇살을 받은 포트를 보면, 그리고 차를 마시면, 기분이 좋아요.”



차는 친구들을 오래 보게 합니다. 할 말이 없어도 차를 마시러 만날 수도 있고, 좋아하는 가게마다 특유의 분위기가 기억에 남아, 때때로 추억을 자극하는 장소가 되지요. 저는 차를 마시려고 찾아간, 그리고 차가 아니었다면 갈 일이 없었을 여러 가게들을 탐방하면서 내가 아는 세계가 넓어지고 잊을 수 없는 순간들이 생기는 감각을 좋아합니다.



“계절의 변화에 민감해지고 그걸 즐기게 되었어요. 좋은 친구들을 만나고, 저만의 쉬는 방법이 있다는 것에서 안정감이 느껴지고요. 자연광의 아름다움, 물건과 심미에 눈을 뜬 것도 좋네요.”


“맛있는 걸 먹고 마시는 시간이 주는 행복감을 알게 되었어요. 가장 빛이 짙어지는 오후 2~4시 사이의 티타임, 늦은 밤에 이뤄지는 위로같은 티타임, 두런히 둘러앉아 나누는 티타임 등등 좋아지는 찻자리가 많아지고, 그때마다 썼던 다구, 차의 종류, 우리들의 이야기에 더 집중하게 되었어요.”



차를 꾸준히 좋아하는 사람들은 차를 마시는 시간에 담긴 이야기와 차 시간에 느끼게 되는 아름다움에 집중합니다. 또는, 삶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해내는 법을 알아 가는 것이 좋다고도 하지요.

그것은 아마 거창한 지식보다는 향기나 분위기에 감각을 내어주고 가만히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 목적이나 효율이 아닌 차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만나 선뜻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오는, 평온하고 따뜻한 깨달음이겠지요.



“차가 맛있는 날도 맛없는 날도 있듯이, 삶이 즐거운 날도 그렇지 않은 날도 있다는 것을 좀 더 긍정하게 됐다. 오늘은 날이 좋아서, 차가 맛있어서 기분이 좋은 그런 단순한 삶을 살게 됐다. 지나가는 계절도 빛도 시간도 사랑할 수 있게 됐다.”


“차를 마시다 보면 살아 있어도 괜찮다고 느끼게 되고, 내가 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 발전을 위해 노력할 수 있고, 나아질 거라고 믿게 된다.”


“꽃이 주는 즐거움. 계절에 나오는 과일. 새로운 음식에 흥미가 생기는 것. 차를 알게 된 내가 이전의 나와 달라지고, 또 이런 경험을 나눌 수 있어진 점.”



차는 음료이지만 음료를 넘어선 것이 됩니다.


차를 마시는 시간은 삶에 스며들기에, 그 고요한 시간이 천천히 삶을 물들여 이전과는 다른, 조금 더 다정하고 조금 더 굳센 나로 바꾸어 놓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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